제약계 "미세먼지 잡나...3중 필터링 불합리" 지적
환자단체 "이런 상황 지속되면 결국 환자만 피해"
지난 4월29일 열린 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 심의결과를 전문언론 보도를 통해 접한 제약계 관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우려가 더 커졌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이번 회의에서 위원회의 '재정블록킹'이 확연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6일 심사평가원 관계자에 따르면 앞으로 항암제 급여확대는 비용부분이 정리되지 않으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 심의과정에서 필수 체크리스크가 된 것이다.
앞서 김열홍(고대의대 종양내과교수) 암질환심의위원회 위원장은 올해 2월 메디칼타임즈와 인터뷰에서 이 점을 강조하기도 했었다.
인터뷰 한 대목을 보면, "(최근) 건강보험 급여 신청한 신약들은 과거에 생각할 수 없었던 재정 부담을 끌고 온다. 면역항암제 중 폐암 약제를 1차 치료에 쓴다고 하면 순식간에 보험재정 추계가 2000억원이 넘게 된다. 전체 1조원 수준인 항암제 보험재정 중에서 20~30%를 차지하게 되는 것으로 비용효과성을 따져볼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비용분석이 의사결정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는데, 3개월만에 열린 이번 회의에서 확실히 보여준 것이다.
심사평가원 관계자는 "김 위원장 언급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위원회가 재정부분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분위기다. 제약사들도 급여확대 신청 때 이 부분에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현재 암질환심의위에 참여하고 있는 재정전문가 위원은 김수경(보건의료연구원), 서동철(중대), 신자은(KDI국제정책대학원), 안정훈(이대), 안형진(고대) 등 5명이다. 지난해 12월 새로 선임된 8기 위원회에 새로 포함됐는데 전체 43명의 위원중 5명이면 적은 숫자는 아니다. 첫 등판은 지난 1월 회의였고, 이번 4월 회의에서 두번째로 참석해 영향력을 과시한 셈이다.
이에 대해 제약계 한 관계자는 "암질환심의위원회는 임상적 유용성을 보는게 주요 역할이다. 재정부분은 약제급여평가위원회와 건보공단 협상과정에서 두번이나 점검하는데 암질환심의위까지 '재정블록킹'에 나서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비판은 심사평가원이 재정전문가를 추가하는 암질환심의위원회 운영규정 개정안을 내놨을 때도 제기됐지만 반영되지는 않았다.
제약계 다른 관계자는 "제약사들도 비용문제를 고민하지 않는건 아니다. 다국적사는 본사와 협상하는 것도 힘겨운게 사실이다. 미세먼지 잡는 마스크도 아니고 3중 필터링은 너무 지나친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는 결과는 암종별 심의 방향도 확인시켜줬다. 안건에 오른 항암제 4개 성분약제 중 1개 약제의 2개 적응증만 위원회를 통과했는데 이유는 분명했다. 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적응증 별로 대체약제 유무, 대체약제 대비 임상적 유용성 등을 고려해 A약제의 호지킨림프종과 두경부암 적응증에 대한 급여확대안은 수용됐다"고 말했다.
면역항암제의 경우 적응증이 계속 늘어나 급여확대 논의를 어떻게 해야하는 지가 이슈인데, 위원회는 기준을 개별약제의 전체 비용이 아닌 암종(적응증)별로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 환자단체 한 대표는 "A약제의 한 적응증의 경우 대체 가능한 약제에 비해 치료성적이 좋다는 임상결과가 많다. 이번에 통과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절망스럽다"고 했다. 다른 환자단체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임상적 유용성이 아닌 재정이슈로 보험당국과 제약사 간 힘겨루기 때문에 환자만 피해를 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