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급여제 도입 취지 정면 배치..의약품 사회적 요구도 미반영
제약업체 66개사가 정부의 콜린제제 급여적정성을 다시 재평가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임상재평가가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급여재평가를 유보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8일 콜린알포세레이트 급여적정성 재평가 관련 자료배포를 통해 이같은 밝혔다.
협회는 "심평원이 지난달 11일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해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급여 적정성을 재평가해 '환자의 약값 부담률을 30%에서 80%로 인상하는 결정'을 내렸다"면서 "이는 환자의 비용부담을 높이고 질환의 경·중을 구분하지 않았으며 해당 약제의 안전성·유효성을 재검증할 동기마저 크게 약화시킨 결정"이라고 지적하고 재고를 촉구했다.
이어 "심평원의 이러한 결정이 적법한 절차와 객관적 기준에 의거한 평가결과인지도 의문"이라며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은 물론 사회적 요구도에 대한 평가 내용조차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고 "이의신청을 통해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급여 적정성을 다시 재평가해 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이같은 재평가 요청과 관련해 △정부 선별급여제도 도입 취지와 정면 배치된 결정 △의약품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미반영 △식약처 임상재평가 후 복지부 급여재평가 순리 역행이라고 질타했다.
먼저 이번 조치로 기존 노령환자 30일 약값부담이 9,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증가하게 됐다고 지목했다.
심평원이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일부 적응증(경도인지장애, 우울증 등)에 대해 환자 본인부담률을 30%에서 80%로 대폭 높인 것은 비급여의 급여화(선별급여제도)를 통해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의료 접근성을 향상시키겠다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의 근본 취지에 정면 배치된다는 것이다.
이어 전세계적으로 확실한 치매치료제가 부재한 현 상황에서 재정절감을 이유로 치매 진행을 지연시키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보장률을 떨어뜨리는 것은 치매국가책임제와도 어긋나며 본인부담금을 대폭 상향시키는 조치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령층으로 하여금 복용 중단을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또 적응질환별 경중 구분하지 않고 의료비 부담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급여재평가 과정에서는 사회적 요구도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치매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적응증에 대해 80%의 본인부담률을 일괄 적용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고 질타했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감정 및 행동변화, 노인성 가성우울증 외 치매로 진행될 수 있는 경도인지장애와 뇌졸중·뇌경색에 의한 2차 증상에 대한 적응증을 갖고 있다. 세 가지 적응증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를 같은 비중으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건강보험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 시범사업 공고문에 따르면, 사회적 요구도는 재정영향, 의료적 중대성, 연령, 환자의 경제적 부담 등을 고려토록 하고 있다며 환자본인부담금 산정특례에서는 우울증은 경증질환(종합병원 이상 처방 시 환자부담 40~50%)으로, 뇌졸중·뇌경색은 중증질환(환자부담 5%)으로 분류해 각각의 사회적 요구도를 고려, 질환별로 본인부담률을 차등 책정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식약처의 임상재평가를 진행 한 후 복지부 급여재평가가 이뤄지는 순리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의약품은 통상 품목허가를 취득하고 난 뒤 보험급여 등재 절차를 거쳐 시장에 진입하고 기본적으로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보장되고 나서야 급여문제를 검토할 수 있는 기본 순리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협회는 "이번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선후가 뒤바뀌었다"며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재검증을 뒤로 하고 급여적정성 평가가 먼저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지목했다. 그 결과 제약기업은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임상재평가를 진행할 동기가 크게 약화됐다고 덧붙였다.
또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식약처로부터 정식 품목허가와 허가 갱신을 받아 20년 이상 처방돼 온 의약품"이라며 "의료현장의 임상전문가들도 식약처의 허가사항을 근거로 급여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전하고 임상재평가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급여재평가를 유보하는 것이 순리임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