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성 교수 "분사절차서 근로자 권리 보장할 법적 조항 필요"
다국적제약사 한국지사의 고용 불안정성이 도마에 올랐다.
한국MSD·화이자 직원들은 본사의 분사 결정에 따라 원하지 않는 회사로 소속을 옮겨야 할 상황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국내 법은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회사분할 절차에서 근로자 참여권 등을 보장할 법적 조항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환경노동위원회 윤준병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은 18일 서울시의회의원회관에서 '다국적제약사 노동자 노동환경 개선과 생존권 확보 방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행사에서 발표를 진행한 한국MSD 노동조합 심상남 위원장은 화이자·로슈·MSD·GSK·다케다·릴리 등 다국적제약사들은 선망의 기업으로 평가된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실상은 기업변동으로 인한 고용 불안정성을 여러차례 노출했다고 지적했다.
MSD의 경우 최근 여성건강·바이오시밀러 등을 담당할 기업 '오가논' 분사를 발표했다. 계획에 따라 국내에서도 내년 상반기 분사가 완료된다. 이 과정에선 분할대상 근로자 선정 기준부터 근로관계 승계 여부, 처우 동일성 등의 문제를 동반했다. 아울러 '신약이나 알짜 품목은 MSD에 남겨두고 버리는 카드만 새로운 기업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근로자들의 반응도 자아냈다.
화이자도 비슷한 방식의 분사를 지난해부터 진행해왔다. 특허만료제품을 담당하는 화이자업존과 마일란의 합병기업인 '비아트리스'를 신설했다. 이달 한국화이자업존 소속은 화이자그룹에서 비아트리스 그룹으로 변경된 바 있다. 비아트리스는 2023년까지 연간 10억달러 규모의 비용절감을 단행할 계획이다. 희망퇴직프로그램(ERP) 시행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한국머크는 지난해 순환기 내분비 사업부를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사업부가 담당했던 고혈압 및 당뇨병치료제 판권은 국내제약사에 넘겼다. 그리고 사업부 전 직원에 대해선 희망퇴직프로그램을 실시했다. 한 직원은 희망퇴직프로그램 신청 이후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내리기도 했다.
이와 함께 사노피·로슈·릴리 등도 희망퇴직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등 다국적제약사 한국지사 사이에선 정리해고 바람이 거세다고 심 위원장은 안내했다.
심 위원장은 "헌법과 민법에서도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다국적제약사 근로자들은 회사분할 과정에서 권리가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면서 "회사측은 성장에 기여한 근로자를 소중한 자원이라고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노동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발표를 진행한 성신여대 법학과 권오성 교수는 기업분할에 따른 근로관계 승계와 관련한 국내 법안을 짚었다.
권 교수에 따르면, 회사분할은 주주,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법률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현행 상법은 회사분할과 관련해 주주와 채권자의 이해조정에 대한 상세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분할 시 근로자 및 노동조합 보호 관련 규정은 부실한 상황이다. 근로관계 승계 등에 관한 별도의 입법이 없다 보니 우선 해석론을 바탕으로 근로조건 보장을 도모해야 하는 실정이다.
특히 2013년 대법원은 '회사분할의 경우 근로관계도 상법 규정에 따라 승계되며, 근로자의 거부권은 예외적으로만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회사분할 시 근로관계 승계에 관한 사실상의 규범기능을 하는 형편이다.
권 교수는 "회사분할 절차에 관한 근로자의 참여권을 보장하고, 신설회사로 승계되는 근로자의 근로조건 보장에 관한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 사후적으로는 근로관계 승계를 희망하지 않는 근로자의 거부권 및 승계대상에서 제외된 근로자의 이의신청권 등의 선택권도 보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