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단체가 뇌질환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에 설정된 임상재평가 기간 5년이 너무 길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23일 논평을 통해 "20년 넘게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지 못한 약에 대한 임상재평가는 1년이면 충분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단체는 "치매치료 효과를 확정하는 결정적 임상시험을 5년까지 관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콜린알포에 대한 치매 및 경도인지장애의 개선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5년 동안 진행한다면 몇 가지 우려가 존재한다"고 했다.
이 단체는 "우선 노년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장기간 임상시험이 지속되면 수면제, 항우울제 등 다른 약물의 병용투여로 인한 방해인자가 발생하기 쉽다. 정신신경계 관련 치료제 복용은 치매 개선 효과를 검증하는데 매우 큰 장애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장기간 임상시험 진행은 이중맹검을 통한 통제가 약화될 우려가 있다. 이중맹검에 대한 통제의 중요성은 치매 증상개선을 평가하기 위한 인지 척도가 관찰자 편향(bias)의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고 했다.
이 단체는 또 "장기간 임상시험을 수행함으로써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에게 계속 위약 또는 콜린알포를 복용해야 하는 방식이 윤리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단체는 "일반적으로 의약품의 최종적인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서 장기간 관찰은 중요할 수 있다. 그럼에도 현행 콜린알포 임상재평가에 따른 장기간 임상시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점은 바로 5년이라는 시간이 정부의 콜린알포 재평가를 무력화하는 꼼수라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사제제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유사제제인 아세틸엘카르니틴은 임상재평가가 2013년에 시작됐지만 실제 임상시험은 2015년에 시작됐고 환자모집의 어려움 등을 사유로 제출기한을 2년 연장하는 등 2019년까지 의약품 판매를 이어갔다.
다른 유사제제인 옥시라세탐도 2015년에 임상재평가를 지시받아 2019년 제출기한 만료가 예정됐지만 2차례 제출기한을 연장받아 2022년까지 의약품으로 처방받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 단체는 "만약 임상시험 기간이 길고, 모집대상자가 많다면 회사는 이전 재평가보다 훨씬 긴 시간의 재평가 기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최근 복지부의 임상 실패에 따라 처방액을 환수한다는 협상명령에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제약회사의 모습을 보면 탐욕적 이윤추구는 이제 부끄러운 일도 아닌 듯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요 선진국에는 의약품도 아닐뿐더러 20년 넘게 과학적 근거 하나 마련하지 못한 약에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쏟을 필요가 있을까? 제약사의 뻔뻔한 지연 전략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식약처의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논평 전문이다.
[논평] 20년 넘게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지 못한 약에 대한 임상재평가는 1년이면 충분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이하 콜린알포) 임상재평가 실시를 공고하고 오늘(23일)까지 임상계획서를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임상시험 계획서에 포함되지 않은 적응증은 허가사항에서 삭제할 예정이며,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는 제약사의 품목은 판매업무정지 및 허가취소 처분까지 취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언론에 따르면 제약사들은 콜린알포의 효능 입증을 위한 임상시험 기간을 5년까지 설정했다고 알려져 있다.
치매치료 효과를 확정하는 결정적 임상시험을 5년까지 관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콜린알포에 대한 치매 및 경도인지장애의 개선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5년 동안 진행한다면 몇 가지 우려가 존재한다. 우선 노년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장기간 임상시험이 지속되면 수면제, 항우울제 등 다른 약물의 병용투여로 인한 방해인자가 발생하기 쉽다. 정신신경계 관련 치료제 복용은 치매 개선 효과를 검증하는데 매우 큰 장애가 될 것이다. 또한 장기간 임상시험 진행은 이중맹검을 통한 통제가 약화될 우려가 있다. 이중맹검에 대한 통제의 중요성은 치매 증상개선을 평가하기 위한 인지 척도가 관찰자 편향(bias)의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장기간 임상시험을 수행함으로써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에게 계속 위약 또는 콜린알포를 복용해야 하는 방식이 윤리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의약품의 최종적인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서 장기간 관찰은 중요할 수 있다. 그럼에도 현행 콜린알포 임상재평가에 따른 장기간 임상시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점은 바로 5년이라는 시간이 정부의 콜린알포 재평가를 무력화하는 꼼수라는 점이다. 유사제제 중 하나인 아세틸엘카르니틴은 임상재평가가 2013년에 시작되었지만 실제 임상시험은 2015년 시작되었고 환자모집의 어려움 등을 사유로 제출기한을 또 2년 연장하는 등 2019년까지 의약품 판매를 이어갔다. 다른 유사제제인 옥시라세탐도 2015년에 임상재평가를 지시받아 2019년 제출기한 만료가 예정되었지만 2차례 제출기한을 연장받아 2022년까지 의약품으로 처방받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만약 임상시험 기간이 길고, 모집대상자가 많다면 회사는 이전 재평가보다 훨씬 긴 시간의 재평가 기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최근 복지부의 임상 실패에 따라 처방액을 환수한다는 협상명령에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제약회사의 모습을 보면 탐욕적 이윤추구는 이제 부끄러운 일도 아닌 듯 하다.
식약처는 이미 2013년에 유사한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도네페질과 아세틸-L-카르니틴 제제의 임상재평가 진행한 바 있다. 임상시험 수행기간이나 규모는 과거사례를 참고하여 설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선진국에는 의약품도 아닐뿐더러 20년 넘게 과학적 근거 하나 마련하지 못한 약에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쏟을 필요가 있을까? 제약사의 뻔뻔한 지연 전략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식약처의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다. 그리고 국회는 건강보험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앞으로 효과가 불분명한 약제들의 급여재평가가 계속 이어지는 상황에서 제2, 제3의 콜린알포가 발생할 것이다. 제약회사의 전방위 소송전에 대비하기 위해 건강보험법에 임상재평가나 집행정지 등으로 급여가 유지되어 발생한 건강보험 재정 손실 상당액을 징수한다는 조항 신설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 혼란스러운 제약회사와 정부의 진흙탕 싸움에서 국회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2020년 12월 23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