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가원 측 "기재방식 변경 이후 검토"
식약당국이 당뇨병치료제를 특정성분이 아닌 계열별로 병용해서 쓸 수 있도록 기재방식을 변경하기로 결정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관련 급여검토는 진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당국이 식약당국 허가변경 이후에 검토하기로 방침을 정한 탓이다.
11일 관련 업계와 정부 발표 등에 따르면 식약처는 지난해 8월 당뇨병치료제 허가 기재방식 개선안을 확정하고, 같은 해 11월부터 제약사들로부터 변경신청을 받기로 했다.
종전에는 임상시험을 근거로 특정 성분별로 병용요법이 가능하도록 허가사항에 기재했던 것을 성분이 아닌 계열로 문구를 변경하는 내용이었다.
구체적으로 허가사항에서 '피오글리타존과 병용', '시타글립틴과 병용' 등 특정성분으로 상세히 기재했던 게 앞으로는 '다른 혈당강하제(또는 메트포르민)로 충분한 혈당조절을 할 수 없는 경우 이 약을 병용투여'로 기재방식을 단순화하기로 했다.
식약처가 제약사 변경신청 접수를 11월로 유예한 건 식약처와 제약사 모두 준비가 필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어쨌든 제약사들은 식약처 공지대로 11월 중 허가변경 신청서를 냈고 현재 관련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제약계 한 관계자는 "효능효과 변경은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를 진행해야 해서 처리기간이 좀 걸린다. 검토기간을 고려하면 빨라야 2월, 통상은 3월 중 변경지시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당뇨병치료계 계열별 병용요법은 기정사실이 됐지만 허가사항 변경보다 4~5년 앞서 논의가 시작됐던 급여검토는 재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 이는 허가사항 변경 이후 검토방침을 심사평가원 측이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사실 내용적으로 검토는 (과거에) 이뤄졌다. 그렇다고 허가변경 내용을 안볼수 없어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계열별 병용요법 급여는 이미 검토요청이 들어와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제약사 등이 다시 요청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심사평가원 측이 이처럼 신중한 행보를 보이는 건 당뇨병학회 내홍으로 병용요법 허가초과 급여확대안이 고시 직전까지 같다가 두번이나 철회됐던 경험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또 허가사항이 변경되기 전에는 허가초과 급여가 되고, 변경 이후에는 허가사항에 근거한 급여가 되는 만큼 행정적으로도 허가변경 이후에 진행하는 게 원활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제약사들의 불만은 적지 않다. 한 업체 관계자는 "식약처가 허가사항을 변경하기로 확정했기 때문에 급여검토를 미룰 이유가 없고, 더구나 과거에 검토를 다 마쳐서 전문가자문회의를 생략해도 무방한 상황이다. 솔직히 심사평가원이 팔짱을 끼고 있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