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린파자정·캡슐(올라파립)과 한국다케다제약의 제줄라캡슐(니라파립)의 잇단 등장과 적응증·급여확대로 현 난소암 치료옵션은 이전보다는 상당히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치료효과나 부작용 감소 측면에서 특히 그렇다.
하지만 여전히 과제는 있다. BRCA(BRest CAncea susceptility) 변이 양성인 환자에게만 급여가 인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BRCA는 유방암과 난소암을 진단하는 바이오마커로 활용된다.
문제는 난소암 환자 10명 중 8~9명은 BRCA 음성이라는 데 있다. 다시 말해 난소암 치료신약들이 새로 나왔지만 10명 중 1명의 환자만 건강보험 혜택을 받으면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다케다제약의 제줄라캡슐은 지난해 8월 BRCA와 무관하게 1차 유지요법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추가 승인을 받았다. 그리고 이 새 적응증에 대한 급여범위 확대안이 지난달 27일 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에 상정돼 관심을 모았다.
1차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에 반응(부분 또는 완전반응)한 난소암(난관암 또는 일차 복막암 포함) 성인 환자의 단독 유지요법이 그것이었다. 하지만 암질심은 이번에도 BRCA 양성인 환자에게만 1차 유지요법을 적용하도록 하고, 음성인 환자 투여에 대해서는 기각했다.
임상시험 결과와 가이드라인 등에서 BRCA 변이 환자군에게만 임상적 유용성 근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게 급여확대안을 선별적으로 수용한 이유로 알려졌다. 식약당국은 허가사항 변경을 통해 투여범위를 넓혀줬지만, 급여권에 진입하기에는 아직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또 음성환자까지 급여를 인정하면 추가소요 재정이 급증하는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이는데, BRCA 음성환자 급여에 대한 환자와 임상전문의들의 요구도가 높은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결과다.
실제 지난해 1월2일 마감된 'BRCA 유전자 변이가 없는 91%의 난소암 환자들도 신약을 복용하게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환자와 환자 가족들의 절실함을 잘 대변하는 사례였다.
'2016년 난소암 발병해 벌써 세번째 개복수술과 항암치료 중인 엄마를 둔 딸'이라고 자신을 밝힌 청원인은 당시 "저는 새로운 난소암 신약 제줄라는 당연히 BRCA 유전자가 없는 난소암 환자들에게도 보험 급여가 적용될 줄 알았습니다. 제줄라는 BRCA 유전자를 가지지 않은 환자들의 재발 위험을 낮춰주는 것으로 임상 시험도 성공한 현재 시점 거의 유일한 약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었다.
이어 "그런데 왜 보건복지부는 린파자에 이어 제줄라까지 BRCA 유전자 변이를 가진 9%의 환자들에게만 급여를 제공하기로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외국 뉴스 등을 통해 정말 오랜만에 출시된 난소암 신약 소식을 들은 후 줄곧 우리나라에 출시되기만 기다려 온 난소암 환자 가족의 한사람으로서 이번 보건복지부의 결정에 실망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했었다.
청원인은 그러면서 "비급여로 복용하면 두 약의 약값은 한달에 약 450만원입니다. 이렇게 비싼 약을 1년 이상 아무 부담없이 복용할 수 있는 환자는 거의 없습니다. 다른 암에 비해 현저히 사망률이 높은 난소암 환자들이 한 명이라도 더 살 수 있도록 린파자와 제줄라, 둘 중 어떤 약 하나라도 BRCA 유전자 변이에 상관없이 모든 난소암 환자들에게 급여를 적용해 주십시오"라고 호소했었다. 이 청원은 청와대 답변 기준은 충족하지 못했지만 3만2708명이 동의할 정도로 상당한 공감을 얻었었다.
임상전문의들도 마찬가지다.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허수영 교수는 지난해 9월10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줄라 1차 유지요법 적응증 확대 기자간담회에서 "난소암은 다른 여성암과 달리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조기 검진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도 확립돼 있지 않은 상태"라면서 "이로 인해 환자 약 60%는 암이 전이된 3기 이후에 진단되고, 약 85%는 재발을 경험할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다"고 했다.
허 교수는 "(이 때문에) 국내 난소암 진료 권고안에서는 1차 유지요법에 PARP 억제제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난소암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었던 상황에서 더 많은 환자가 효과적인 치료 혜택을 경험할 수 있도록 적응증을 확대한 제줄라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했다.
사실 보험당국과 암질심도 난소암의 이런 현실을 모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임상적 유용성에 더해 최근 몇년 사이재정부분까지 검토하다보니 급여확대 결정이 조심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환자 10명 중 1명만 구원해주는 현 급여 범위는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받은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이나 '아파도 미안하지 않은 사회'를 주창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말과는 다소 동떨어져 보인다.
아직 임상적 유용성이 충분히 확립돼 있지 않다면 선별급여라도 적용할 수 있도록 두 제약사의 적극적인 재정분담 노력과 암질심의 전향적 검토가 이어지기를 환자나 임상전문가들은 바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