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등재 경구용 의약품 중 다른 적응증으로 급여와 비급여 시장을 동시에 형성하고 있는 성분이 하나 있다.
급여로는 전립선 치료제이자 비급여 부문에서는 탈모치료제인 두타스테리드 성분으로 오리지널제품은 아보다트다.
GSK의 아보다트는 0.5mg 용량의 연질캡슐형의 단일 제형 하나만 출시된다. 참고로 탈모치료제 양대 축의 하나인 피나스테리드 제제는 전립선치료제는 5mg, 탈모치료제는 1mg로 급여와 비급여 여부가 구분된다. 다만 그 경계는 다소 흐리다.
두타스테리드 성분의 제네릭은 대략 절반 정도의 품목이 보험급여 약가를 갖고 있다. 먼저 아보다트의 현재 약가는 709원. 2015년 1,324원에서 특허만료 후 두차례 약가가 인하돼 현재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제네릭 제품 중 급여등제 품목은 모두 동일함량 캡슐제형으로 46품목(1월 1일 기준)이 등재돼 있다. 이중 단 5품목만 제외하고 41품목의 보험급여 가격이 아보다트와 동일한 709원이다.
가격이 낮은 품목은 현대약품 다모다트(540원), 알리코제약 두타락(630원), JW신약 네오다트(700원), 한독테바 자이가드(707원), 한국 팜비오 아보두타(707원) 등으로 두 제품을 제외하면 가격차는 10원 미만이다.
전문ㆍ일반을 불문하고 급여의약품의 비급여 시장 가격 형성의 일반적인 조건은 매우 단순하다. 제약사는 약국에 보험급여가로 공급하게 되고 약국은 조제와 복약지도를 고려, 처방조제와 매약시 적정 마진을 더해 판매하게 된다. 급여약가보다 무조건 비쌀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두타스테리드의 가격은 해당 공식이 무너져 있다. 아보다트의 최저가는 1캡슐당 720~750원대가 가장 낮은 가격대로 해당 조건에 부합하나 일부에 한정되지만 제네릭은 비급여 약가가 급여약가보다 낮다.
표면적인 부문만 살피면 약국입장에서 마진이 아예 없다시피 한 시장이란 문제점이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오늘 이야기할 내용과는 거리가 있어 줄인다.
급여약가가 700원대인 일부 제네릭은 600원 대의 소비자가격이다. 최근 400원대까지 가격을 낮춘 경쟁 품목이 등장하며 가격은 더 떨어지는 모습이다.
약국 공급가가 낮아지면 실거래가 상환제도에 따라 급여약가 인하가 되어야 할 텐데 유지되는 이유는 뭘까? 비밀은 매우 간단하다.
몇몇 제약사는 동일함량으로 급여용 캡슐과 비급여용 정제를 함께 생산, 급여용 캡슐을 통해 급여약가를 유지하며 정제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틈을 만들어 냈다. 실제 거래내역은 좀 복잡하나 비급여용 정제 약값만 낮춰 보험급여 약가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를 받은 품목이 급여품목에 비해 103개로 두배가 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제형 출시를 하며 일부 제약사가 홍보했던 복용 편의성 부문은 이러한 이유에서 결과적으로 그저 그럴듯한 포장일 뿐이다.
부수적으로 정제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하면 정제 제네릭은 상당수 탈모치료용으로 저용량 복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정제가 쪼개어 먹을 수 있도록 가운데 홈이 파여 있다. 임상 결과에 대한 해석을 두고 전문가의 의견은 다르겠지만 수치만 보면 0.25mg가 소비자 입장에서 가성비가 가장 높은 구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캡슐제형이 만들어진 것도 비급여 정제가 만들어진 것도 매출을 늘려야 하는 제약사 입장에서 부득이한 선택이란 점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자연스럽지 못한 시장 환경과 비급여보다 비싼 보험 급여 가격은 불편하다.
특히 건강보험료를 내는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더욱 불편한 현실이다. 경쟁을 통해 품질을 높이고, 혁신을 촉진하며,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나타내는 여러 경제분야의 보편성에 기대어 보면 더욱 편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