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엠에스디의 이른바 슈퍼항생제 저박사주(세프톨로잔/타조박탐)가 국내 도입 5년 2개월만에 급여 첫 관문을 넘어섰다. 경제성평가면제 대상약제 확대 규정 개정 시점과 비교하면 1년 7개월여만이다. 이렇게 수치만 놓고보면 첫 관문까지 참 오래걸렸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항암제나 희귀질환치료제가 아닌 항균제 등도 경평면제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뀌지 않았다면 등재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5년 2개월'이나 '1년 7개월'이라는 수치는 크게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잘 알려진 것처럼 경평면제 적용대상 약제 확대는 이른바 '저박사법'으로 칭해진다. 저박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미인데, 그 과정을 복기하면 중요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경평면제 대상확대 요구는 다국적제약사들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이슈 중 하나다. 하지만 경평면제가 현 약제 급여등재제도의 예외적 통로라는 점에서 보건복지부 뿐 아니라 심사평가원 등 보험당국은 대상을 확대하는데 매우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는데, 치료대상이 없는 환자에게 쓰는 저박사주는 이런 '철옹성'에 작은 구멍을 내는 기폭제가 됐다. 도무지 경제성평가를 통해서는 급여권에 진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물론 저박사주가 기폭제가 됐다고 해도 논의만 하고 끝났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게 바로 행정당국의 의지다. 제약계 관계자들의 말을 빌리면, 당시 복지부는 '안되는 이유'가 아니라 '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는데 힘을 쓴 것으로 전해진다. '안되는 이유'를 찾기는 쉽지만 '되게 하는 방법'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게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된 결핵치료제, 항균제, 응급해독제였다. '예외에 예외'를 조금 더 보탠 것이다. 제약계는 아직 성이 차지 않겠지만, 슈퍼항생제가 급여권에 진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는 이는 조치였다. 또 행정당국의 의지 또는 행정당국이 어떤 마음을 갖고 사안을 들여다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흥미로운 건 '저박사주법'을 논의했던 주역들이 지금은 모두 현장에 없다는 점이다. 당시 보험약제과장이었던 곽명섭 전 과장은 대형로펌으로 이직했고, 업무담당자였던 송영진 서기관은 자리를 옮겼다. 심사평가원 역시 박영미 약제관리실장, 소수미 등재부장, 장세락 등재부 팀장, 심지어 실무담당자였던 김태경 당시 과장까지 자리를 옮기거나 심사평가원을 떠났다. 또 논의 파트너로 저박사주법의 주역 중 하나였던 한국엠에스디의 김상훈 상무도 최근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두번째 단상. 주역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역사'도 뭍히는걸까. 심사평가원 현 담당자들은 경평면제 대상약제 확대와 저박사와의 관계, 그 '히스토리'를 잘 모르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다행인 건 이로 인해 저박사주가 급여절차를 다시 밟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담당사무관은 아닌었지만 당시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었던 최경호 사무관의 역할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행정업무가 일관성 있게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규정이 개정될 때마다 계기가 됐던 사건이나 배경 등이 함께 기록되거나 남겨질 필요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