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1992년 대선에서 빌 클린턴 후보가 선거구호로 사용했던 용어를 현재 mRNA 백신 개발 시점에서 사용하면 "바보야, 문제는 기술 확보야"로 재해석 될 수 있을 것 같다.
예방 접종 최초의 mRNA 백신이 허가되면서 글로벌 제약산업 영역에서 mRNA에 대한 관심이 폭증했고 한국 역시 바이오산업의 육성과 유전자치료제 개발이 맞물리며 mRNA 백신 개발로 화두가 옮겨지게 됐다.
문제는 mRNA백신 개발이 국산 1호 백신 개발이라는 목표에 맞춰지면서 '결과 중심'으로 평가되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개발에 필요한 연구인프라와 제반시설에 대한 지원과 역량 키우기는 배제된 채 '언제 mRNA 백신이 생산 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현재까지 이 흐름은 크게 바뀌지 않아서 mRNA컨소시엄이라 명명되는 협의체의 성과 역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컨소시엄 구성 당시 발표했던 1년 내 제품생산, 2년 내 상용화라는 '상업적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 비판 역시 거세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시선에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정적 기술과 자본으로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결과물'에만 집중한 평가에 억울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바이오벤처 큐라티스, 아이진, 진원생명과학과 보령제약, 백신안전기술지원센터,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가 손을 잡은 'mRNA바이오벤처 컨소시엄'의 경우 사업의 속도는 느리지만 컨소시엄의 운영은 지속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스티팜과 GC녹십자, 한미약품,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이 구성했던 'K-mRNA 컨소시엄'은 대기업 위주로 구성돼 자원과 기술 확보에 어느정도 유리한 고지에 서 있지만 'mRNA바이오벤처 컨소시엄'은 이들과 환경 자체가 다르다"면서 "속도는 느리지만 소속된 기업들이 여전히 백신 개발에 주력하고 있고, 협회 등은 이들의 사업 지속을 위해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며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속도는 느리지만 컨소시엄을 운영은 지속 중이며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기업들은 백신 투여가 시작된 시점에서 임상 진행을 위한 자금확보가 관건으로 이 부분에 지원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각 기업별로 연구 개발 일정에 따라 결과를 도출하려하고 있다"면서 "컨소시엄의 목표는 mRNA백신 개발에 있지만 기업들의 최종 목표는 mRNA백신 개발을 통한 mRNA 기술력 확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연구 결과는 조금씩 진척을 보이고 있다"면서 "컨소시엄은 백신 개발 이후 원료 국산화, 부자재 수급 등에 대한 일들을 같이 하는 형식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 기업의 애로사항에 정부 등 관계 기관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백신 개발로 한정하면 운신의 폭은 좁을 수 밖에 없다"면서 "백신이 최종 목적지인 것 처럼 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진 기업들은 mRNA 기술로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때문에 백신주권과 mRNA플랫폼화를 통해 백신 사업 고도화에 초점을 맞춰 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mRNA 기술 확보 여부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면서 "자체 기술 확보를 위한 과정에서의 평가보다 (개발을 위한)지원과 인프라, (백신 등을 포함한 생산)환경을 만드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