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재정 절감에 가장 성공적인 사례의 하나는 명인제약의 퍼킨정을 들 수 있다. 다만 제약사입장에서는 상처만 남았다.
파킨슨병 치료제인 퍼킨정은 레보도파·카르비도파 복합제로 25/100mg와 25/250mg 2개 용량으로 구성됐다. 단독 퍼스트 제네릭이자 현재 해당 성분의 유일한 품목이다.
오리지널은 엠에스디의 시네메트. 지난해 7월 품목허가를 자진취하됐고 올해 3월 급여삭제됐다.
글에서는 오리지날과 제네릭 약가차이가 큰 25/100mg 용량군의 실거래가 약가인하에만 초점을 맞춰 정리한다.
퍼킨정은 약가는 올해 75원, 급여삭제 전 시네메트 약가는 216원이다. 제네릭의 약가는 오리지널 대비 1/3 수준인 대표적인 저가 제네릭이다.
낮은 약가에도 불구 4차례 모두 실거래가 약가인하된 품목으로 16년부터 83원에서 81원→79원→77원→75원으로 2년마다 2원씩, 전체적으로 약 10% 약가가 떨어졌다.
시메티딘의 경우도 급여삭제 전까지 239원에서 216원으로 2차례(18년, 20년) 실거래가 인하(총 10%)가 됐다.
뉴스더보이스는 앞서 실질적인 재정절감 효과를 보여주는 저가 제네릭의 가치를 소개하면서 퍼킨정을 예로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 퍼킨정의 매출은 약 20억원. 가정법이지만 3배 가까이 비쌌던 오리지널 처방시 60억원에 비하면 1년간 40억원의 약가 지출을 절감했다고 추산할 수 있다.
재정절감 효자 품목이나 4차례 실거래가 약가인하가 적용돼 각각 2800만원, 3천만원, 3천 1백만원, 3천 2백만원 등 재정절감 효과를 더했다. 지난해 누적된 약가인하 결과로 매출의 10%인 약 2억원을 더 줄어 들었다.
역설적으로 저가 제네릭을 장려할 시스템만 잘 갖춘다면 더 이른 시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재정 절감효과를 볼 수 있지 않았느냐는 점은 검토가 필요한 대목이다. 또 이러한 품목에 약가인하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약가제도가 적절한지는 되짚어 봐야 할 부분이다.
아울러 제네릭의 과열된 출시 경쟁을 억제하고 저가약을 장려하는 정부의 정책기조와 다른 결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따져봐야 한다.
높은 약가와 조기 출시 경쟁이 중심이 되는 국내 제네릭 시장에서 낮은 약가로 경쟁 제네릭 출시를 견제하며 오리지널 품목과 경쟁을 펼치는 품목은 많지 않다.
오리지널 품목대비 낮은 가격으로 소수의 제네릭이 경쟁하는 시장에서 실거래가 약가인하가 집중 발생한 또다른 사례는 다음과 같다. 대부분 신경계 질환 치료제에 집중된다.
뇌전증 치료제로 노바티스의 테그레톨 200mg와 유일한 제네릭인 명인제약의 카마제핀 역시 두품목 4차례 모두 실거래가 약가인하됐다.
서방제형 테그레톨 씨알정(현재 191원)과 4개 제네릭군은 가장 저렴한 한국파마의 아트레톨 씨알(95원), 명인제약 카마제핀 씨알(142원)이 4회 인하됐다. 이외 환인제약 에필렙톨 씨알 3회, 명문제약 카르마인 씨알이 각각 3회, 1회다.
질환 특성에 따라 병원 매출비중이 높을 수록, 제네릭 품목이 적을 수록 실거래가 조사에 따른 약가인하 가능성이 높다. 저가 제네릭 상당수는 이 포지션에 위치한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 내부적으로 저가 제네릭 출시전략의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 며 "약가 인하시 충격을 견딜 여력이 오리지널 품목에 비해 적은 상황에서 약가를 높여 제네릭을 출시하는 방법외 다른 선택지는 없어보인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약가정책의 혼선 모두 보여준 아빌리파이 제네릭 약가>
조현병치료제로 지난해 기준 300억원대 시장규모를 갖는 아리피프라졸(오리지널 오츠카 아빌리파이) 시장은 또 다른 극단적인 사례의 하나다.
올해 2mg 오지지널 약가는 867원, 유일한 제네릭 1품목 약가는 280원이다. 제네릭이 월등히 저렴하나 약가인하가 집중됐다.
우선 제네릭은 2015년 383원 급여등재 이후 18년, 20년, 21년 3차례 총 36% 인하돼 현재의 약가를 갖게됐다.
오리지널은 제네릭 등재후 2015년 959원을 시작으로 실거래가 2회(18/20년) 및 사용량-약가연동제 인하 2회(19/22년) 등 4회에 거쳐 10% 인하됐다.
저가 제네릭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의 질을 실거래가 약가제도가 악화시키는 것 아닌지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10mg 시장은 이보다 더 많이 복잡하다. 오리지널 약가는 2255원, 2mg군과 비슷한 경로로 약가가 인하됐다.
급여등재된 12개 제네릭 약가는 올해 438~2510원까지다. 오리지널 약가의 19~111% 범주에 속한다. 아빌리파이 1/5의 약가를 갖는 제네릭부터 더 바싼 약이 포진해 있다는 이야기다.
예상대로 가장 저렴한 약제가 약가인하됐다. 한국파마의 아리빌정이고 520원에 등재됐고 올해 438원까지 떨어졌다. 오리지널 보다 약가가 낮은 품목 대부분도 함께 약가인하됐다.
반면 매출실적이 확인되지 않은 2510원의 급여 약가를 가진 제네릭 4품목으로 말그대로 가만히 있었더니 오리지널보다 비싼 고가 제네릭이 됐다.
아리피프라졸 10mg 시장은 고가 제네릭 양산과 저가 제네릭 약가인하가 집중되는 두가지 문제점을 함께 보여주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제약업계 보험약가 조정 재촉하는 빌미될까 우려>
복잡난해하고 혼재된 약가구조에 대해 실거래가 약가인하제도를 중심으로 잠시 살폈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직접적으로 언급을 피하지만 이같이 혼재된 약가구조를 이유로 급여약가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오리지널 품목에 비해 높은 약가의 제네릭으로 구성된 낮선 약가체계가 지속력을 갖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고가 제네릭은 공세적 위치를 잃어버리고 점유율을 방어해야하는 수성전략을 세워야하는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모두가 쉬쉬하는 분위기 일 뿐 결국 약가 조정과정이 진행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판단된다" 며 "그 시점이 늦춰지는 것을 바라는게 솔직한 생각" 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경쟁력을 이제 막 갖추기 시작한 제약 바이오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논의가 선행되면서 약가갈등 요인들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