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투여에 5억원에 달하는 CAR-T치료제 킴리아와 20억원에 달하는 유전자치료제 졸겐스마에 이은 초고가약제 럭스터나의 급여 등재를 기다리는 환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억 5000만원에 달하는 유전실명치료제 럭스터나(성분 보레티진 네파보벡)는 지난해 9월 9일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실명을 유발하는 'RPE65' 돌연변이 유전자를 제거하는 럭스터나는 미국 유전자체료제 전문개발업체 스파크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제품으로 미국 이외의 판권은 노바티스가 보유하고 있다.
럭스터나는 국내에서 지난 7월 삼성서울병원 김상진 교수팀에 의해 국내 환자에게 최초 투여된 바 있다. 럭스터나를 투여 받은 환자는 약물 투여 전 검사에서 150럭스(lux)까지 조도를 올려야 화살표를 따라 길을 걸을 수 있었으나, 수술 후 10럭스(lux)에서도 스스로 화살표를 보며 길을 찾아 검사를 통과하는 치료 효과를 보였다.
연구자 임상에서 환자 투약이 실제 가능해 지고 치료 효과를 봤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관련 환자단체들은 럭스터나의 급여 진입을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망막색소변성증 등 망막질환 환우들을 대표하고 있는 한국RP협회 최정남 회장(실명퇴치운동본부)은 "유전성 망막 질환은 선천적으로 유전자 이상이 생겨 시력 상실, 시야 협착 등 각종 시각 장애를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많은 환자들을 실명으로 이끄는 질환"이라면서 "환자들에게는 실명으로 악화되기 전에 시기능을 개선시킬 수 있는 골든 타임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더욱이 유전성 망막 질환으로 인한 증상 악화는 20대 이후에 더욱 빠르게 진행되는만큼 치료가 시급하다"면서 "해외 언론에서 럭스터나 투여 후 환자들이 정상적인 학교 및 직장 생활이 가능해졌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환우들은 크게 기뻐하고 유전자 치료제에 큰 기대와 관심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럭스터나는 2017년 FDA 허가 이후 2018년부터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 진입해 환자들에게 투약되고 있다.
최 회장은 "2021년 식약처 허가 이후 한국 환자들에게도 치료제 급여가 신속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었다"면서 "그러나 급여 신청 후 1년이 넘어서도 아직까지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조차 상정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관련해 정부는 지난 7월 20일 '고가 중증칠환 치료제에 대한 환자 접근성 제고 및 급여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방안에는 망막색소변성증 치료제가 명시돼 있어 환자들은 높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는 게 최 대표의 전언이다.
그는 "눈 앞에 해결책이 있는데 환자들이 감당할 수 없는 높은 치료 비용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쳐 실명하거나 일상을 포기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대로 급여 승인을 위한 검토와 협상 기간을 단축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스더보이스가 초고가약제 급여기간을 살펴본 결과 급여신청 제출 후 초고가약제 급여등재 소요 시간은 킴리아와 졸겐스마가 각각 1년 1개월, 1년 3개월이 소요됐다. 대부분 고가 약제를 보유한 제약사들의 조속한 급여 등재를 위해 허가와 동시에 급여 절차를 밟는다.
관련 업계에서는 럭스터나의 급여 등재 지연이 초고가약제에 대한 병목현상으로 고착화될까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혁신 신약 접근성 확대 시급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던 만큼 정부도 전례 없던 원샷 치료제의 급여 적용을 시행해 기대가 높았던 상황"이라면서 "앞으로 등장할 혁신 신약들의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대책을 펼치겠다는 정부의 목표를 살펴보는데 럭스터나가 바로 미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