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주권을 확립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약강국이 되겠다는 것은 모래 위에 성을 짓겠다는 것과 같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내달 30일을 기점으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원희목 회장이 마지막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제약강국 도약을 위한 나름의 설계도를 공개했다.
제약주권 확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원료 자급부터 안정성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원희목 회장은 30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대강당에서 진행된 신년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를 통해 보건안보에 대한 중요성을 절감했다"면서 "제약주권을 확립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약강국이 되겠다는 것은 모래 위에 성을 짓겠다는 것과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원 회장은 "보건안보가 최우선시되는 현실에서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제약주권을 확립해 제약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이라면서 "원료 의약품의 높은 해외 의존도가 공중보건 위기 상황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원료·필수 의약품과 백신에 대한 국내 개발·생산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약가 우대, 세제 지원 확대, 국산 원료 활용 시 약가 차등제 예외 적용과 함께 불합리한 규제를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협회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완제 의약품 자급률은 2011년 80.3%에서 2021년 60.1%로 하락했다. 원료 의약품 자급률은 2021년 24.4%에 불과했다.
백신 자급률은 50.0%로 국가 필수예방백신 28종 가운데 14종만 개발·생산되고 있다.
정부의 보건의료 예산 역시 2022년 기준 4조5000억원으로 미국 국립보건원 대비 12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원희목 회장은 제약주권 확립을 위한 기본 전제로 정부의 투자 확대를 강조했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방안이 제시되지만 현장에서 체감되지 않고 있다"며 "제약·바이오를 국가 핵심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공약대로 제약주권 확립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아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치와 1조원대 메가펀드 지원 규모 확대도 필요하다"면서 "보건 안보가 최우선인 현실에서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제약 바이오 산업의 압도적 경쟁력"이라며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2023년 검은 토끼의 해,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267개 회원사들은 제약 주권 확립, 제약강국 도약의 지상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회장이 의욕적으로 진행 중인 민·관·학·연 협력 확대와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 구축 사업도 지속 추진된다.
원 회장은 "협회가 K-SPACE(기술 거래 플랫폼) 활성화 등 산업계, 기업 간 오픈 이노베이션을 극대화하는 데 총력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