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명령 미이행 시 재정지원 중단 등 조치
'재발 시 권역응급센터 지정 취소' 엄중 경고
정부가 이태원 참사 당시 재난의료 대응 미흡 책임을 물어 명지병원에 시정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이태원 사고 당시 출동 지연 및 재난의료 비상 직통 전화(핫라인) 유출과 관련해 명지병원과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대해 업무검사를 실시한 결과, 응급의료법, 중앙의료원법, 행정조사기본법, 행정절차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행정처분을 시행한다"고 16일 밝혔다.
먼저 명지병원에 대해서는 권역응급의료센터로서 재난거점병원 업무 중 비상대응매뉴얼로 정하는 업무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응급의료법에 따른 시정명령을 5월 1일까지 이행하도록 했다.
명지병원의 재난응급의료 비상대응매뉴얼 위반사항은 이렇다.
우선 재난응급의료 비상대응매뉴얼에 따르면 재난의료지원팀(DMAT)은 출동 요청을 받으면 출동 준비를 마치고 즉시 목표장소로 이동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출발 이후 DMAT 요원이 아닌 사람의 탑승을 위해 현장 도착이 지연되는 우회로를 채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DMAT 출동 과정에서 도로교통법에 따라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등 통행 특례가 적용되는 긴급자동차를 이용하지 않고, 일반차량(스타렉스)을 이용했다.
이태원 사고 현장에 도착한 후에는 DMAT 요원이 아닌, 권한 없는 사람에게 재난현장 출입증을 제공한 사실도 드러났다.
아울러 유사시 출동을 위해 평소 관리 및 점검해야 하는 재난의료지원차량의 시운전 지침(주 1회 이상 5km의 시운전 및 점검 운행)을 준수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복지부는 "처분 받은 날(3월 30일 예정)로부터 10일 이내에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계획을 제출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조치계획이 미흡하거나, 조치계획에 따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응급의료법에 따라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재정 지원 중단, 응급의료수가 차감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며, 재발 시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을 취소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했다"고 했다.
중앙응급의료센터의 경우 재난 발생 시 관계 기관 간 신속하고 일관된 대응을 위한 재난의료 비상 직통 전화(핫라인) 구축 취지를 위반해 명지병원 직통 전화(핫라인) 번호를 유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중앙의료원법에 따라 5월 1일까지 중앙응급의료상황실 업무 매뉴얼 개정을 명하고, 직통 전화(핫라인) 정보를 유출한 직원에 대해서는 문책을 요구했다.
한편 복지부는 이태원 사고를 통해 확인된 재난 상황 대응 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법령과 매뉴얼 개정 등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먼저 명지병원과 같은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응급의료종사자 및 응급의료기관의 재난응급의료 비상대응매뉴얼 준수 의무를 신설하고, DMAT의 재난 대응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법령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위반 시 처벌규정(응급의료종사자 자격정지, 응급의료기관 업무정지, 형벌 및 과태료)도 마련하기로 했다.
또 다수사상자 발생 시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재난응급의료 비상대응매뉴얼을 상반기 중 개정하기로 했다. 개정안에는 직통 전화(핫라인) 관리 개선, 보건소장 권한 위임, 재난안전통신망 활용 방안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현장 대응 유관기관(소방, 보건소, DMAT 등) 간의 합동훈련 체계를 구축하고 내실화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소방청과 합동훈련을 연 2회 이상으로 정례화하고, 재난거점병원에 대한 응급의료기관 평가 등을 통해 지속 관리하며, 전국 보건소장을 대상으로 재난의료지원 현장응급의료소장 교육도 실시하는 내용이 골자다.
지자체의 사전 재난 대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시도별로 다수의 환자발생 시 조치계획 수립도 추진한다. 이 때 지방자치단체, 소방, 보건소 등 관계기관 간 재난의료협의체를 구성하도록 해 사전에 지역별 재난 위험도를 분석하고, 재난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