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자체 개발한 신약 하나없이 엄청난 번영을 누린 후 암젠에 278억달러(한화 36조원)이라는 높은가격에 매각된 호라이즌 테라퓨틱스가 재조명됐다.

비영리법인 카이저 가족재단 건강뉴스는 13일 '약을 개발하지 않고 번창한 제약회사'를 제목으로 호라이즌의 과거를 살피며 높은 미국약가에 대한 명암에 대해 진단했다.

해당 기사를 기반으로 뉴스더보이스는 추가 분석한 정보를 더해 매력적인 피인수기업으로 수시로 거론된 이후 암젠과 인수합병계약을 맺은 호라이즌에 대해 살펴본다.

호라이즌은 2008년 공개하지 않은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팀 월버트(Tim Walbert) 대표가 설립한 제약사. 대표의 아들 역시 개인사를 이유로 알려지지 않은 희귀질환을 앓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탄탄한 희귀질환 라이업을 구축한 호라이즌의 감성적인 스토리라인이다. 

호라이즌의 상용화된 품목은 모두 12품목. 그러나 제품중 자체 개발한 신약 성분은 단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 지난해 매출은 희귀질환치료제를 중심으로 37억달러(한화 약 4조 7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우선 회사의 첫 상용화 품목부터 차례로 살펴보자. 에스오메프라졸과 나프록센의 복합제인 비모보(Vimovo)를 개발, 2010년 개량신약 경로 505(b)(2)로 FDA 승인을 받았다. 통상의 비스테로이드 소염제다.

두번째 상업화 품목 역시 오래된 제네릭 성분인 파모티딘과 이부프로펜 개량신약 복합제 두엑시스 (Duexis), 디클로페낙성분 국소도포 제형변경 개량신약 펜사이드(Pennsaid) 등 모두 비스테로에드 소염진통제 라인업이다.

이외 스테로이드 제제 프로드니손(프로드니솔론) 성분의 지연방출형 개량신약 라이요스(Rayos)과  2015년 유럽승인만 받은 네뷸라이저 흡입방식 플루오로퀴놀론 계열 레보플록사신 성분의 항생제 퀸세어(Quinsair) 등이 스스로 출시한 제품라인업의 전부다.

오리지널 신약은 없지만 개량신약 5품목(FDA  기준 4품목)으로 회사는 출발했다. 다만 지난해 이들 품목의 매출합산은 지난해 1억 2350만달러(한화 약 1600억원)에 불과하다.(펜사이드 등 일부 제네릭 출시로 매출 급감)

평범해 보이는 호라이즌의 거의 모든 매출은 인수합병 등을 통해 확보한 인수신약 테페자(Tepezza), 크리스텍사(Krystexxa), 라빅티(Ravicti), 프로시스비(Procysbi), 업리즈나(Uplizna), 액티뮨(Actimmune) 등 6품목을 통해 발생한다. 매출 순으로 6품목을 간략히 살펴보자.

매출이 가장 높은 갑상선 안병증치료제 테페자(테프로투무맙 이전 개발명 RV001)는 지난해 19억 657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2020년 1월 FDA 승인을 받은 품목으로 출시 1년만에 블럭버스터에 등극한 희귀질환 치료제가 됐다.

테페자는 호라이즌이 2017년 리버 비전(River Vision)을 인수하면서 확보한 약물로 인수금액은 선불금 1억 4500만달러에 알려지지 않은 마일스톤,로열티 등이다. 매출에 비하면 매우 저렴한 수준에 인수했다. 항암제로 개발이 진행되다 중단된 품목으로 원개발사와 특허권 소유자는 젠맙과 로슈다.

바이알당 약가는 1만 5천만달러(약 2천만원) 전후로 3주 간격으로 8회 접종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치료과정 약가는 대략 한화기준 1억 5천만원 정도 든다.

크리스텍사는 2010년 FDA 승인된 통풍 2차 치료제로 지난해 매출은 7억 1620만달러을 기록했다. 블럭버스터 등극을 바라보는 품목이다.

역시 사비언트(Savient)사 개발 품목으로 13년 해당 제약사를 인수한 사모펀트 크레알타를 다시 호라이즌이 15년 인수하는 과정을 거쳐 확보했다 .  호라이즌의 인수한 금액은 연매출액에도 못미치는 5억 1천만달러다.

약가는 바이알당 3만 달러수준(약 3700만원)으로 2주마다 투약된다. 투약기간은 따로 없으며 단 3회 투약만으로 약가는 1억원을 넘는다.

라빅티는 요소 순환 장애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2013년 FDA 승인됐다. 1개월에 11병 투약하며 병당 약 5770달러로 한달에 한화로 약 8천만원 정도가 약값이다. 미국에서 월단위 가장 비싼 처방의약품 순위로 지난해 4위에 해당하는 고가약이다.

라빅티 역시 2015년 하이페리온(Hyperion)을 인수하면서 확보한 약물이다. 인수금액은 11억 달러 규모였다. 라빅타와 함께 요소회로이상증 환자의 치료를 위한 부가요법제로 오래된 약물인 부페닐(Buphenyl/페닐부틸산나트륨) 등도 함께 인수됐다.

신장병성 시스틴(축적)증 치료제 프로시스비는 16년 랩터(Raptor) 파마슈티컬스를 8억달러에 인수하면서 확보한 약물이다. 역시 고가약물이나 일부 경쟁약물이 존재, 호라이즌 인수신약 라인업 중에는 상당히 저렴한 수준이다. 

20년 FDA 승인받은 시신경척수염 스펙트럼 장애(NMOSD) 치료제 업리즈나 역시 비엘라(Viela) 바이오를 21년 인수하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늘린 케이스다. 인수액 규모는 가장 컸으며 20억 8천만달러를 투자했다.

액티뮨 역시 1999년 FDA로 부터 승인된 인터페론 감마1b 제제로 만성육아종병 및 중증 악성 골석화증 치료제. 원개발사 인터뮨(InterMune)으로 부터 라이센스를 확보한 비다라(VIDARA) 테라퓨틱스를 19년에 6억 6천만달러에 인수하며 품에 안은 제품이다.

결과적으로 호라이즌은 15년간 개발신약 하나없이 모두 인수를 통해 확보한 희귀질환 신약 6품목 만으로 지난해 37억달러 매출의 대부분을 올렸다.

연간 수억원대 약가의 고가 치료제이나 환자부담은 크게 낮췄다. 대신 보험사가 이를 보장하고 지불하는 구도로 제품의 매출 볼륨을 키워나갔다. 

뉴스더보이스가 지난해 보도한 미국에서 월투약 기준 가장 비싼 원외처방 의약품 20품목(GoodRx 조사)에서 호라이즌의 라빅티와 액트뮨은 4,5위를 기록하는 등 인수신약 제품군은 희귀질환 환자를 위한 고가 치료제 만으로 구성돼 있다. 

또 호라이즌은 유일하게 고가 원외처방약 상위 20위 품목중 2품목을 보유한 유일한 제약사기도 하다.

탄탄한 것 처럼 보이는 파이프라인 역시 인수합병을 통해 확보한 후보약물 20여개로 구성되다 보니 어수선하다. 

개발이 가장 빠른 쇼그랜증후군 치료제 후보 다조달리벱(Dazodalibep)은 올해 초 2상 긍정적인 발표 이후 3상 진행여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해당 후보 역시 비엘라를 인수하면서 확보했다.

15년차 업력의 호라이즌은 이외 3상 단계 진입한 후보약물로 식별되는 품목이 아예 없다. R&D 비용중 임상개발에 투자하는 액수는 KFF뉴스에 따르면 21년 단 1000만 달러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호라이즌은 복잡한 개발의 과정없이 가격을 올려도 리베이트 구조 등으로 보험사가 보장할 수 밖에 없는 미국의 시장특성를 활용, 경쟁없는 희귀질환 품목의 인수와 로비를 통해 매출을 끌어 올리는데 성공방식을 활용했다.

실제 통풍 2차 치료제 크리스텍사는 호라이즌 인수전인 2011년 1회 투약비용은 2300달러에서 지난해 기준 약 2만 8762달러로 10배 이상 가격이 올랐다.

또 깨알같은 노력으로 미국에서 출발한 호라이즌은 다른 제약사들 처럼 2014년 법인세 부담이 적은 아일랜드로 이전, 절세 효과도 톡톡히 보고있다.

여기에 대해 환자본인부담을 무료까지 낮추는 할인 옵션과 자금지원을 통해 환자단체가 약물의 보험급여목록에 포함되는데 힘을 싣도록 하는 등 개발보다는 강력한 로비와 영업력 만을 기반으로 매력적인 피인수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를 기반으로 암젠에 높은 가격에 피인수되는 과정에 있다. 

암젠에 매각이 성사될 경우 최근 3년간 매년 2천만 달러의 보상을 받는 등 천문학적인 부를 축적한 팀 월버트 대표는 1억 3500만 달러의 성과급을 받는다. 인수 합병완료시 암젠의 인수금액 278억(36조원)으로 주주들 역시  골고루 성과를 나누게 된다.

암젠의 호라이즌 인수건 관련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반독점 검토가 진행되고 있으며 암젠은 올해중 인수작업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