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분담제서 리펀드 유형 분리...적용대상 확대 필요"
"재평가, 성과기반 유형에 집중...계약종료 유연하게"
"신약 가치 인정과 건강보험 재정관리,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도록 하는데 있어서 위험분담제(RSA) 외에 다른 어떤 제도가 활용될 수 있을 지 판단하기 어렵다."
"다국적 제약사 신약에만 위험분담제가 필요한 건 아니다. 신약을 개발하는 국내 제약사 역시 수출 가격 책정 시 신약 개발을 위해 들인 오랜 기간의 노력에 대해 적절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로 위험분담제가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되기를 원하고 있다."
한국애브비 김준수 전문가 6월23일 열린 한국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 전기 학술대회에서 언급한 말이다. 김 전무는 이날 '위험분담제도와 접근성' 주제 세션에 패널토론자로 참석해 그동안 운영돼 온 위험분담제를 평가하고 개선사항을 제안했다. 뉴스더보이스는 늦었지만 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의견이 총화돼 있는 김 전무의 패널토론 내용을 보도한다.
위험분담제 평가와 문제점=김 전무는 "위험분담제도를 통해 항암제와 희귀질환치료제, 일부 중증질환 신약으로 치료받아야 하는 환자들이 보다 신속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혜택을 누리게 됐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이태진 교수님 보고서에 따르면 위험분담제 도입 전과 후 항암제 신약(77.5% vs. 82.2%)과 희귀질환치료제(72.5% vs. 77.4%)의 등재율은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위험분담제는 중증질환 필수 약제의 환자접근성 향상에 뚜렷하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전무는 "하지만 급여평가에 소요되는 시간 측면에서는 좀 더 개선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2022년 7월까지 계약이 완료된 위험분담 약제를 살펴보면, 약제 급여 개시일까지 걸리는 총 소요 기간은 위험분담 약제 802일(약 2년 3개월), 경평생략 약제 평균 686일, 일반등재 약제 410일이었다. 위험분담 약제의 3년 이내 등재 비율(75.9% vs. 91.3%)은 아직 일반 약제에 비해 낮은 상황"이라고 했다.
김 전무는 "이는 위험분담제가 치명률이 높은 희귀질환과 일부 항암제 등재율 개선에는 확실히 기여했으나, 환자에게 사용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 측면에서는 아직 일반 신약과 비교할 때 좀 더 개선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했다.
김 전무는 또 "우리나라에서 운용하고 있는 위험분담제의 유형은 대부분 재정기반 위험분담제로 표시가와 실제가를 다르게 하는 리펀드 유형이 많으며, 리펀드 유형은 위험분담제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에 추가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약 가치 인정과 건강보험 재정관리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어서 위험분담제 외에 다른 어떤 제도가 활용될 수 있을 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렇다면 위험분담제와 관련, 김 전무와 다국적 제약사들이 판단하는 시급히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뭘까. 김 전무는 환급형 확대, 재평가 방식, 계약 종료 등 3가지 측면에서 개선사항을 제안했다.
환급형 확대 적용과 비교약제 가격=김 전무는 "위험분담제 중 리펀드 유형은 기존 위험분담제에서 분리해 건강보험 등재와 급여기준 확대, 사용량 약가 연동 인하 등 위험분담제 적용이 필요한 모든 약제를 대상으로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제네릭을 포함한 가중평균가가 비교약제의 기준 가격이고, 이를 토대로 신약의 비용효과성, 재정영향 분석을 진행하는 상황에서는 리펀드 제도가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고 했다.
김 전무는 특히 "국내개발 신약도 제네릭을 포함한 가중평균가(대부분은 90% 가중평균가)를 기준으로 급여 등재되는 상황이어서 수출 가격 책정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출 대상 국가는 개발 국가의 가격 이상으로 약가를 책정해 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신약을 개발하는 국내제약사 역시 수출 가격 책정 시 신약 개발을 위해 들인 오랜 기간의 노력에 대해 적절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로서 위험분담제가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환자에게 꼭 필요한 신약을 도입하고,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인 신약개발을 촉진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신약의 비용효과성 평가는 비교약제 최고가를 기준으로 해야 하며, 제네릭 가격은 오리지널 가격과 보다 차별화해야 한다. 그래야 제네릭보다는 신약을 개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유인동기가 생기게 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위험분담 약제 재평가에 대해=김 전무는 "위험분담제가 적용되는 신약의 치료적 필수성이 일반 신약보다 더 높은데도 위험분담 약제에 대한 재평가를 시행할 때 예외 없이 비용효과성 평가를 강제하는 건 위험분담제의 활용 가치를 간과한 과도한 규제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더 낮은 가격으로 등재된 후발약제와 선발 위험분담 약제의 비용효과성을 다시 비교하는 건 적합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했다.
또 "위험분담 약제 재평가는 주로 비교약제 대비 비용효과성을 다시 보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 재평가 대상을 등재 당시 비용효과성을 판단하기 불확실한 지표 등이 있는 약제로 한정하고, 성과기반 약제에 대한 재평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위험분담 약제에 대한 급여 확대 평가와 협상 과정에서 표시가와 실제가, 총액 등을 재설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위험분담 계약기간은 최초 적용일자 기준이 아니라 급여 확대 일자를 기준으로 5년 기간을 다시 적용할 수 있도록 해 잦은 재평가와 협상으로 인한 행정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계약 종료는 유연하게=김 전무는 "재정기반 약제는 재정에 미치는 영향에 차이가 없다면, 세부 유형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또 재정에 미치는 추가적인 영향이 없으므로 위험분담제를 신청한 제약사가 계약 종료를 희망할 경우에는 추가적인 재평가 절차 없이 실제가를 표시가로 책정해 계약을 종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총액제한형 위험분담 계약만이 체결된 경평면제 약제의 경우에는 설정된 총액 이하에서 처방이 유지되고 있다면, 현재 상한가를 유지하면서 기존 계약을 종료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전무는 결론적으로 "그동안 잘 쌓아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위험분담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실제 운용하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여러 제한사항들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면 신약의 환자접근성과 신약개발 생태계 조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