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성혈관부종, 치료제 없어 사망 공포 안고 사는 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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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성혈관부종, 치료제 없어 사망 공포 안고 사는 환자들"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3.09.1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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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련 교수, "8개 약제 출시됐지만 국내 단 한 개도 없어"
한국, 유일한 치료제는 남성호르몬…부작용으로 치료 중단율 25% 
강혜련 서울대학교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
강혜련 서울대학교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

"해외 8개나 출시된 약제가 있지만 한국에 들어온 약제는 1개도 없다. 환자들은 부작용 부담을 안고 남성호르몬치료제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 마저도 치료 중단율이 25%에 달한다."

급성 발작과 호흡곤란으로 인해 언제 사망할지 모르는 유전성혈관부종 치료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의료계 지적이 나왔다. 

강혜련 서울대학교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12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열린 '희귀질환자 지원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의료현장에서 희귀질환 신약에 대한 환자 접근성 한계'를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유전성 혈관부종은 붓기나 부종이 신체 여러 부위에서 반복적으로 발병하는 질환을 말한다. C1-에스테라제 억제제(이하 C1INH) 결핍으로 인해 반복적인 심한 국소부종을 특징으로 하는 희귀유전질환으로 손, 발, 얼굴, 위장관 점막, 기도, 인후부 등에 부종이 일어난다. 

5만 명 중 1명 꼴로 발생하며 국내 환자는 5000명 정도로 파악되는데 2022년 기준 진료를 받은 환자는 152명에 불과할 정도로 진단과 치료가 극히 적은 질환이다. 

유전성 혈관부종에서 환자들에게 가장 어려운 점은 에측할 수 없는 발작이다. 특정한 음식이나 약물, 감정적 스트레스, 기도감염, 호르몬 영향, 추위 노출 등이 발작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동일한 유발 요인이 항상 발작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어서 박작 요인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것도 이 질환의 난점이다. 

때문에 환자들은 언제 발작이 일어날 지 모른 상황으로 인해 교육의 기회가 박탈되거나 사회생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환자들의 대부분은 이런 상황으로 인해 우울과 불안을 동반한다. 

강혜련 교수는 "후두부종이 나타나는 경우 급격한 부종발작으로 환자가 사망하는 비율은 10%대 내외를 보이고 있다"면서 "부종이 심할 경우 삽관이나 기도절제술이 어려워져 사망하는 경우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유전성혈관부종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지만 국내 도입된 치료제는 없고 급성 발작의 경우에 사용되는 약물도 4개나 있지만 이 또한 전무한 상황"이라면서 "지금 한국에서 유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기치료제는 남성호르몬이지만 체중증가, 월경이상, 남성화, 지질이상 등의 부작용으로 치료한 환자 11명 중 25%가 투약을 중단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환자 78%가 남성호르몬제인 다나졸 사용으로 1건 이상의 부작용을 겪었다"면서 "환자의 가족이라면 이 약제를 권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환자들은 이런 환경 때문에 '오늘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산다"면서 "이런 환자들을 위해라도 희귀질환 치료제의 보험급여와 조속한 도입 절차는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강 교수는 마지막으로 "현재 소아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치료제에 경제성평가 생략 제도가 적용되고 있지만 성인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약제에도 확대 적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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