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소 등 핵심과 급감…"필수의료·의사증원 매몰, 의료 버팀목 붕괴"
입원환자 치료와 전공의 공백 마지노선인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보건당국 무관심과 지역병원 경영 부담으로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7곳이 입원전담 병동 운영을 중단하면서 내과와 외과를 중심으로 전국 입원전담전문의들이 대폭 줄어들었다.
지역의료 활성화와 전공의 정원 조정 그리고 의사 증원 등 논란을 빚고 있는 현정부 보건정책 방향이 의료생태계 내부의 혼란을 가중시킨 단면이라는 지적이다.
뉴스더보이스 취재결과, 올해 9월말 현재 상금종합병원 7개소가 입원전담전문의 운영을 중단했으며 전담전문의 수는 312명으로 석 달 전 363명에 비해 51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데이터는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연구회(회장 정은주)가 정보공개청구로 보건복지부부터 받은 자료이다.
9월말 기준 입원전담전문의 운영기관은 63개소로 6월말(72개소)과 비교해 9개소가 줄었다. 병동 역시 176병동으로 같은 기간 대비 17개 병동이 감소했으며, 전담전문의 수는 312명으로 6월말 363명에서 51명이 급감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운영기관 63개소는 상급종합병원 38개소와 종합병원 25개소이다. 전국 상급종합병원 45개소 중 7개소가 입원전담전문의 운영을 포기한 셈이다.
내년 1월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앞두고 입원전담전문의 수는 최고 5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필수항목으로 입원전담전문의 병동 운영에 2~3점이 부여했다.
■내년 상급병원 지정 대비 500명 기대, 빗나간 예상…운영병원 43곳→38곳 '감소'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2022년 9월말 상급종합병원 35개소에서 12월말 44개소, 2023년 3월말 44개소, 6월말 43개소를 유지하다 9월말 38개소로 급격히 줄었다.
상급종합병원을 진입을 노리는 종합병원은 올해 3월말 25개소에서 6월말 29개소, 9월말 25개소로 감소 경향을 보였다.
지역병원의 운영 포기 두드러졌다.
작년 12월말 48개소에서 올해 3월말 47개소, 6월말 51개소 그리고 9월말 41개소로 급락했다.
반면, 서울 지역은 작년 12월말 23개소, 올해 3월말 22개소, 6월말 23개소, 9월말 22개소 등으로 입원전담전문의 운영을 유지했다.
진료유형별 주 5일 근무와 주 24시간 근무 병동이 대폭 감소했다.
주 5일 근무 1형은 올해 6월말 147개 병동에서 9월말 135개 병동으로, 주 7일 24시간 근무 3형은 올해 6월말 17개 병동에서 9월말 11개 병동으로 급감했다. 주 7일 주간 근무인 2형은 6월말 32병동에서 9월말 33병동으로 되레 증가했다.
■서울·지방 입원전담의 모두 줄어…내과와 외과, 소청과 석 달 사이 37명 '급감'
입원전담전문의 인원 감소는 서울과 지방 모두에서 두드러졌다.
올해 9월말 312명은 상급종합병원 228명과 종합병원 84명으로 신고됐다.
서울은 165명과 지역 147명으로 6월말 191명과 172명과 비교해 20명 넘게 줄어든 것이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대부분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 기준 충족선에서 최소 인원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진료과별 입원전담전문의 상황은 심각 단계를 넘어섰다.
9월말 기준 내과 109명, 외과 50명이다. 6월말 내과 127명과 외과 55명에서 각 18명과 5명 감소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는 9월말 56명으로 6월말 70명과 비교해 14명 줄었다. 소아청소년과 입원전담전문의는 2022년 12월말 54명에서 2023년 3월말 62명, 6월말 70명 등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여왔다.
산부인과가 11명에서 13명으로 늘어난 것을 제외하고, 신경과, 신경외과, 가정의학과, 정형외과, 응급의학과, 이비인후과, 흉부외과 모두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 입원전담전문의 수는 2022년 6월말 310명, 9월말 329명, 12월말 346명, 2023년 3월말 384명으로 증가하다 6월말 363명, 9월말 312명으로 집계되어 300명선을 간신히 유지했다.
입원전담전문의 본사업이 늪에 빠진 것이다.
병동을 묵묵히 지킨 입원전담전문의들은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와 맞물려 올해 400명을 넘어 500명 증가를 기대했다.
지난 6월말 입원전담전문의 수가 첫 감소했을 때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반전을 예상했지만 추가 감소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입원전담전문의 운영 기관과 인원 급감 배경을 무엇일까.
세브란스병원과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소위 서울권 대형병원은 부침이 있지만 입원전담의 수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도권 대학병원들의 2025년 분원 개원에 대비해 전문의 확보는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여기에 내년도 전공의 정원 조정에 따른 수도권 수련병원 전공의 감소도 한 몫하고 있다.
■수도권, 분원 대비 '현행 유지'-지방, 경영 출혈과 전공의 확대 기대 '대폭 축소'
지역 대학병원 상황은 복잡하다.
입원전담전문의 연봉이 최소 3억~4억원으로 치솟으면서 채용 전쟁을 벌인 경영 출혈 그리고 빈번한 당직과 상대적 낮은 연봉인 임상교수들과 괴리감, 입원전담전문의 낮은 수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운영 중단 사태에 다다랐다는 관측이다.
여기에 복지부의 지역필수의료 수가개선과 내년도 지방 수련병원 전공의 정원 확대 등이 결합되면서 무리한 지출을 감수하며 입원전담전문의를 지속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는 시각이다.
상급종합병원 간판 유지를 위해 목멘 입원전담전문의 운영을 포기하고 정부의 핑크빛 청사진에 따른 경영 내실화로 방향을 전환한 셈이다. 지역 대학병원이 상급종합병원 지정 허들인 입원전담전문의 운영을 동시에 중단하는 공조체계를 구축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학병원 입원전담 진료교수는 "입원전담전문의들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이라면서 "지방대병원은 입원전담전문의를 채용하거나 잡을 생각이 없고, 젊은 전문의들은 눈칫밥을 먹는 대학병원이 아닌 수입과 워라벨이 보장되는 봉직과 개원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서울권 대학병원 입원전담전문의들 동요도 심상치 않다"고 토로했다.
진료교수는 "복지부 필수의료 강화에서 입원전담전문의 대책은 제도개선이라는 한 줄에 불과하다. 지역병원 입원전담전문의 수가가산을 포함해 제도와 수가개선이 조속히 마련되지 않으면 입원전담전문의 본사업이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방의대 교수는 "입원전담전문의 인원 감소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하면서 "지역 대학병원 곳곳에서 경영악화를 명분으로 임상교수 인건비를 줄이면서 교수들 사직으로 이어지면서 진료과를 닫거나 전임의가 진료와 수술을 전담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방대병원 임상교수 상당수가 수도권 대학병원 이직 권유 전화를 받았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남아있는 시니어 교수들로 지탱하는 현실을 복지부가 직시해야 한다"며 "보건정책이 필수의료와 의사 증원 논란에 매몰되면서 정작 의료생태계를 유지하는 버팀목들이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