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결렬 뒤 장고 중인 레테브모, 언제 다시 기지개 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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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결렬 뒤 장고 중인 레테브모, 언제 다시 기지개 켤까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4.04.09 0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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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작년 12월 3상 결과 도출..."급여 재도전 등 내부검토 중"

이른바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 대상 의약품은 진료상 필수약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도 시급히 급여 등재가 필요한 약제로 볼 수 있다. '경평생략' 자체가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일종의 신속등재제도이기 때문이다. 요건도 깐깐해서 웬만해서는 충족시키기 어렵다. 

그런데 이런 약제가 급여 등재 절차 중 사실상 마지막 관문인 건강보험공단 협상 단계에서 발목이 잡혀 급여등재에 실패했다면 어떻게 될까. 두 말할 필요없이 환자 입장에서는 '천청벽력' 같은 일일 것이다. 그것도 비급여로는 환자가 약값을 감내하기 어려운 고가 약제라면 더욱 그럴텐데, 한국릴리의 RET(REarranged during Transfection) 유전자 변이 치료제 레테브모캡슐(셀퍼카티닙)이 이에 해당된다.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따르면 이 약제는 전이성 RET 융합-양성 비소세포폐암, 진행성 또는 전이성 RET-변이 갑상선 수질암, RET 융합-양성 갑상선암 등의 치료에 사용하도록 2022년 3월 11일 국내 시판 허가를 받았다. 함량은 40mg과 80mg 두 가지다.

한국릴리는 허가 직후 신속히 급여 등재 절차를 진행했는데, 같은 해 5월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는 거부됐고, 재도전 끝에 같은 해 11월 넘어설 수 있었다.

또 우연이겠지만 약제급여평가위원회도 2023년 4월에 상정돼 보류된 뒤 5월에 재논의 돼 두 번만에 통과됐다. 국내 허가일로부터 약 1년 2개월만에 심사평가원 단계 절차를 모두 끝마친 건 비교적 빠른 행보였고, 이 때까지만 해도 레테브모 급여 가능성은 높아 보였다. 하지만 머지 않아 '비보'가 전해졌다. 상한금액과 예상청구금액, 위험분담계약 등을 놓고 진행된 건보공단과 릴리 간 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8개월이 다 되도록 레테브모는 좀처럼 기지개를 펴지 않고 있다. 릴리와 보험당국은 환자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걸까.

우선 지난달 공개된 레테브모 약평위 심의결과를 보자. 이 약제는 진료상 필수약제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됐다.

임상적 유용성 측면에서는 현행 치료 대비 반응률, 무진행생존기간 등에서 임상적 유용성 개선이 인정됐다. 특히 "뇌혈관장벽(Blood-Brain barrier, BBB) 투과율이 높아 지속가능한 두개 내 활성(intracranial efficacy)을 보여, 뇌전이 동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RET 융합-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장점을 가지며, RET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어서 기존 다중 키나아제 억제제의 부작용을 줄인 특징이 있다"고 약평위는 평가했다. 

다수의 교과서에서는 'first-in-class RET tyrosine kinase inhibitor'로 소개되고, 역시 다수의 임상진료지침에서 RET 재배열 양성 비소세포폐암, RET-변이 갑상선 수질암, RET 융합-양성 갑상선암에 권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체약제 대비 소요비용이 고가여서 비용효과성은 불분명했다. 다만 경제성평가자료 제출 생략 가능 약제에 해당하고, 릴리 측이 제시한 '위험분담 유형+∝' 등을 고려하면 급여 적정성이 있다고 결론 나 약평위를 통과할 수 있었다.

경평생략은 ▲항암제이면서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제품 또는 치료법이 없고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질환에 사용되며 ▲대조군 없이 신청품 단일군 임상자료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고, ▲위원회에서 정한 외국 조정평균가 산출 대상국가인 외국 7개국 중 6개국 약가집 수재 내역이 확인돼 가능할 수 있었다.

위험분담 등과 관련해서는 "제약사가 000 위험분담유형 이외에 000 및 3상 임상(LIBRETTO-531) 중간 및 최종결과에 따라 000 위험분담안을 추가 제시한 바, 이를 고려 시 급여의 적정성이 있으며, 제출된 재정분담안 등을 반영한 면밀한 협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약평위 심의결과를 종합해보면, 이 약제는 진료상 필수약제는 아니어도 효과와 부작용 개선 등 치료적 위치 등을 감안해 신속 등재가 필요한 약제로 평가됐고, 해외에서는 이미 많은 국가에서 공적 급여를 받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또 환급형이나 총액제한형 등 통상적인 위험분담 유형 외에 3상 임상과 연계된 위험분담안이 급여 평가 과정에서 결부된 것으로 파악되는데, 협상결렬은 변수가 큰 바로 이 지점에서 사유가 발생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와 관련 릴리 측은 뉴스더보이스와 통화에서 "작년 협상결렬 당시 회사 측이 요구한 가격수준이 너무 높아서 합의에 이뤄지지 않았다는 일부 보도가 있었는데 협상은 여러가지 상황이 종합적으로 고려되기 때문에 가격만을 이유로 협상이 결렬됐다고 단정하는 건 맞지 않다"고 했지만, 협상을 결렬로 이끈 결정적인 사유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그렇다면 레테브모는 환자의 기다림을 외면한 채 이대로 급여등재를 포기하게 될까.

회사 측은 "작년 12월에 3상 임상결과가 도출돼 급여등재 절차를 진행할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 내부적으로 임상결과 등을 토대로 다양한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인데, 현재로써는 급여 재도전 여부 자체도 검토 대상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며 말을 아꼈다. 협상결렬 사유를 해소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걸 시사하는 언급인데, 레테브모 급여를 목놓아 기다리는 환자를 위해 하루빨리 급여등재 절차가 재개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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