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학회와 수련병원 황당…수평위 출범 당시 위원들 열정과 취지 '퇴색'
전공의 불참 속에 수련교육 개선을 위한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대면회의가 긴급히 열렸으나 결론없는 논의로 마무리됐다.
복지부 수련교육 상정안건 강행을 놓고 다수 위원들 침묵 속에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취지와 역할이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뉴스더보이스 취재결과, 보건복지부는 지난 5일 병원협회에서 수련환경평가위원회를 열고 수련환경평가 일정과 수련교육 개선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 1월 전공의 추가모집 대면회의 이후 3개월 만에 열린 것이다.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2천명 증원 발표 이후 복지부 강경 입장으로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1만여명의 집단사직이 지속되면서 수련교육은 사실상 멈춰선 상황이다.
복지부는 이날 회의에서 전공의 수련교육 국고 지원을 위한 개선방안과 수련환경평가 일정 등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참석 위원들은 황당했다.
회의 안건과 자료에 대한 사전 전달 없이 회의 몇 시간 전 논의 안건만 문자로 통보한 것이다.
더욱이 수련교육을 받는 당사자인 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 등 2명의 전공의 대표 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일방적으로 안건을 상정해 결론을 내려는 모습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수련교육과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의견 개진을 요청했고, 수평위 내부에서는 전공의 집단사직과 전공의 위원들 불참 상황에서 논의 실효성을 지적했다.
복지부는 회의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지만 2025년도 전공의 정원 책정 관련 수도권과 비수도권 5대 5 균형배치 원칙을 고수하는 입장을 피력했다.
■전공의 위원들 불참 속 안건과 일정 강행 "전공의 정원 5대 5 배치 고수"
오는 6월로 예정된 전국 수련병원 수련환경평가 일정과 방법도 이견이 분분했다.
전공의 공백 상황에서 수련환경평가 일정 조율 그리고 서면평가를 병행한 현장평가 의견 등이 제기됐으나 격론 끝에 결론을 내지 못했다.
복지부가 상정한 수련교육 개선방안은 내년도 예산 편성을 고려한 조치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의료개혁 과제의 집중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조속한 예산 반영을 주문했다.
의료개혁 5대 과제는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와 지역의료 발전기금 신설, 필수의료 재정 지원 확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 재원 확충, 필수의료 연구개발 예산 확대 등이다.
복지부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논의 후 수련병원과 전문학회 등에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 강화를 위한 필요사업 제안 등 의견제출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의료개혁 과제 이행을 위해 2025년 예산 편성을 위해 의견을 구한 것이다.
문제는 촉박한 일정이다.
4월 5일 수평위 긴급 회의 후 수련병원과 전문학회를 대상으로 4월 8일까지 의견을 제출한 것을 주문했다.
■의료개혁 일환, 학회와 병원에 4월 8일까지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의견제출 '요청'
수평위 내부에서도 수련교육과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국고 지원 아이디어를 초치기로 의견을 요청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실제 내과학회를 비롯한 다수 전문학회는 의견을 제출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았다.
전문학회들은 전공의 수련교육 재정 지원 취지에는 공감하나 시간적 여유없이 아이디어를 일방적으로 제출하라는 복지부 행태를 강하게 질타했다.
일부 학회들은 의견 제출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강경 입장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학회들은 내부검토를 거쳐 이달 중 전공의 수련교육 다양한 개선방안 제출을 검토 중인 상황이다.
복지부가 지난 11일 병원협회 대회의실에서 수련병원협의회와 간담회를 가진 것도 궤를 함께 한다. 내년도 예산편성 근거 마련 차원에서 수련병원들의 협조를 구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전문학회와 수련병원 모두 말을 아끼고 있지만 전공의 수련교육 국고 지원 큰 그림은 동일하다.
전공의 당직에 따른 연속수련 개선을 위한 입원전담전문의 수가 현실화와 채용 확대, 전공의 인건비 국고 지원 및 지도전문의 수련교육 업무 국고 지원 등이다.
하지만 의료계 제출 의견이 기재부 승인 하에 내년도 복지부 예산에 반영될지 미지수.
총선 결과에 따른 여소야대 정국으로 22대 국회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윤정부 의대 증원 강행을 포함한 의료개혁 동력이 지속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와 수련환경평가위원회를 촘촘히 들여다보자.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와 무관하게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존재 이유가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전공의법 제정을 바탕으로 2017년 1월 출범했다.
대한병원협회에서 40년간 운영한 병원신임위원회를 폐지하고 수련환경 개선과 전공의 권익 향상을 위해 만든 복지부 산하 독립 기구이다.
■제1기 수평위 안건 하나하나 심혈…제3기 수평위 복지부 식물기구에 '불과'
제1기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수련정책 수립 및 평가, 수련평가 및 개선, 수련병원 평가 등을 주 역할로 분과위원회 설치와 매달 회의 정례화 등을 첫 안건으로 의결했다.
위원 구성은 의사협회 1명, 병원협회 3명, 의학회 3명, 전문가 3명 그리고 전공의협의회 2명, 복지부 담당 과장(당연직) 등 총 13명이다. 위원 임기 3년.
출범 당시 위원장과 위원들은 전공의 권익 증진과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상정 안건 설정부터 안건 하나하나 심혈을 기울여 토론하고 최적안 도출을 위해 의견을 조율했다. 분과위원회는 세부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하고 실행방안을 마련해 전체회의에 상정했다.
복지부 역시 위원들의 의견을 존중해 의결된 안건을 수련교육 정책에 대부분 반영했다.
1기에서 2기 수련환경평가위원회로 이어지면서 위원들 교체와 따른 노하우 공유와 인수인계를 위해 워크숍을 갖고 연속성을 이어갔다.
출범 8년차, 제3기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실망 그 자체이다.
지방 병원과 여성 우대로 위원 선출부터 삐꺽거린 제3기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현재 복지부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회의도 복지부의 일방적 회의 일정과 안건 통보 등 의견수렴 명분을 위한 식물 기구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독립기구 취지도 퇴색됐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실무를 담당하는 수련환경본부가 겉모양은 병원협회와 예산 조직이 분리된 것처럼 보이나 실질적으로 병원협회 인사와 조직을 함께하는 사무국 중 하나이다.
초기 위원을 지낸 의료계 인사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 1기와 2기는 위원들 열정과 복지부의 존중 등 안건마다 심혈을 기울였다. 지금 돌아가는 얘기를 들으면 복지부의 일방적 전달과 지시로 운영되고 있다. 병원 소속을 떠나 수련교육과 수련환경 개선에 공정한 잣대로 심의해야 하는 위원들 대부분 침묵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럴라고 수련환경평가위원회를 만든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대학병원 임상 교수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병원협회로부터 실질적인 독립을 해야 한다. 겉모양만 별도 조직일 뿐 병원협회와 수련병원 병원장에 의해 움직이는 사무국이 무슨 독립기구인가"라고 반문했다.
복지부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전공의 위원 수 확대와 관련 전공의법 개정 어려움을 이유로 분과위원회 위원 배정 확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위원회와 기관평가위원회, 교육평가위원회 등 3개 분과로 축소된 분과위원회 중 일부 분과만 작동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