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전공의 행정처분 중단과 복귀 전공의 수련특례 명분으로 삼고 있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 건의문 채택 과정에서 내홍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면회의를 통한 건의 사항을 놓고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복수 위원의 반대에 불구하고 찬반 결과 공표 없이 원안대로 복지부에 전달했다는 지적이다.

[뉴스더보이스] 취재결과,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건의문은 긴급 서면회의와 줌회의를 통해 작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8일 중대본 회의 이후 '전공의 복귀대책' 발표를 통해 "지난 금요일(7월 5일) 전공의 수련정책과 제도를 논의하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전공의 행정처분을 중단하고, 하반기에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해서는 수련특례를 인정해달라는 건의문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날 조규홍 장관은 "중대본에서는 수련현장 건의 사항과 의료현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오늘(8일)부로 모든 전공의에 대해 복귀여부에 상관없이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복귀한 전공의와 사직 후 올해 9월 수련에 재응시하는 전공의에 대해서는 수련 특례를 적용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수련공백을 최소화하면서도 전문의 자격취득 시기가 늦어지지 않도록 각 연차별, 복귀시기별 상황에 맞춰 수련 특례를 마련하겠다. 이는 중증응급환자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고, 전문의가 제 때 배출될 수 있도록 수련체계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하다는 판단 하에 고심 끝에 내린 정부의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 건의문을 심사숙고해 전공의 행정처분 중단과 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수련 특례를 결정했다는 의미다.

복지부 말대로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이 같은 건의문을 전달한 것일까.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건의문을 전달한 것은 맞다. 다만, 건의 사항 작성과 채택 과정에서 이견이 적지 않았다.

위원장 주재 긴급 서면회의에서 최소 4명 위원이 건의 내용에 우려감을 표하고 '반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직 전공의들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서면회의 심의에도 전공의협의회 위원 2명은 불참했다. 

■서면회의 통해 건의문 긴급 심의 "복수 반대 의견 불구 표결 공지 없이 전달" 

그렇다면 총 13명 위원 중 서면회의 참석한 11명 중 4명 이상이 건의문에 문제를 제기한 셈이다. 

하지만 복지부는 서면회의 심의사항 찬반 표결 결과를 공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서면회의에 이어 비대면 회의(줌 회의)를 통해 건의 사항을 보완하고 복지부에 전달했다.

대학병원 임상 교수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대면회의에서 상정하지 않은 내용을 갑자기 서면회의를 통해 건의문 찬반 의견을 묻고 줌회의에서 확정해 복지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문제는 건의사항 문제점을 지적하고 의학회 등 최소 4명 위원들이 반대 의견을 제시했음에도 찬반 표결 공표 없이 그대로 복지부에 전달했다"며 불투명한 심의절차 과정을 꼬집었다.

다른 임상교수는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서면회의와 줌회의 모두 절차를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짜고 치는 고스톱도 아니고 전공의 수련교육 중요 사항을 서면회의를 통해 결정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제3기 수련환경평가위원회(위원장 유희철, 전북대병원장)는 ▲의사협회:3명(전공의협의회 2명 포함) ▲병원협회 3명 ▲의학회 3명 ▲전문가 3명 ▲복지부 1명(의료인력정책과장 당연직) 등 총 13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공의협의회(회장 박단)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 회의록을 복지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박주민)는 16일(화)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열고 복지부와 질병관리청, 식약처, 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 국민연금공단 등 업무보고를 진행한다.

복지부 업무보고 과정에서 의대 2천명 증원 발표 과학적 근거와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불거진 의정 갈등 장기화 사태, 하반기 복귀 전공의 수련특례 실효성 등을 놓고 야당 측의 거센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