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정원배정 원칙 훼손…"수련실태조사 무용론 제기, 전문학회 의견수렴 필요"
정부의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 조정은 수련실태와 학회 현실을 무시한 강압적 정책으로 수련병원과 학회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시켰다는 주장이 강도높게 제기됐다.
대한의학회 박용범 수련교육이사는 지난 14일 오후 서울역 T타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주관 '전공의 수련 내실화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 조정 문제점을 지적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해 2월 필수의료 개선정책을 발표한 후 수련환경평가위원회를 통해 2024년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을 현 6대 4에서 5대 5로 균형 배치를 강행했다. 학회의 반발로 5.5대 4.5로 일단락됐으나 여전히 5대 5 정원 조정 의지를 견지해왔다.
박용범 수련교육이사는 "학회 의견을 무시한 5대 5 정책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와 전문학회 대립을 초래했다. 학회 수련실태조사 무용론이 제기되면서 수련병원의 학회 불신과 반발이 커졌다"고 정원 배정 정책 후유증을 설명했다.
그는 "전공의 수련질 향상이라는 학회의 정원책정 원칙을 훼손했다. 수련 여건이 좋은 곳에서 미래 의료를 책임질 양질의 전문의를 배출해야 한다. 전문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갑작스런 통보 형식의 획일적, 강압적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과목 수련실태조사 무용론이 대두됐고, 비수도권 수련병원의 수련실태조사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수련실태조사에서는 최하위이나 비수도권 수련병원이라는 이유로 전공의 정원이 증원됐고, 늘어난 전공의로 지도전문의 부담이 커지면서 수련병원 이탈이 나타났다.
특히 비수도권 전체과 증원으로 가뜩이나 비인기과인 외과계 등 육성지원 진료과 지원율을 되레 감소해 더욱 고사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그는 정책 허실에 대한 원론적 질문을 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5대 5 정책으로 의료인력 불균형이 해소됐는가, 필수의료는 살릴 수 있었는가, 전공의 수련에서 가장 중요한 수련의 질에는 문제없을까 그리고 비수도권 지원율이 올라 갔는가"라며 효과는 미미하고 오히려 문제점만 커진 정책임을 꼬집었다.
박용범 이사는 결론적으로 "2024년 전공의 정원배정 5.5대 4.5는 현재의 수련실태와 수련여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수련병원과 전문학회,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모두 불신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의료인력 불균형 해소와 필수의료, 비수도권 지원율 증가 등 모든 측면에서 실효성이 적었다"고 혹평했다.
그는 "향후 5대 5 또는 그 이상으로 강행은 수련의 측면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학회 수련여건에 따른 정원 배정의 탄력 운영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