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 안나오는 리포락셀액, 또 조건부 급여 평가
심사평가원 "평가금액 이하 미수용 시 비급여 적용"
3월 약평위 심의결과④=대화제약 리포락셀
심사평가원이 6일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심의한 신약 등 4건의 안건을 공개했다. '급여적정' 3건, '조건부 급여' 1건이었다. 서면의결(3~4일) 특성상 쟁점이 거의 없거나 적은 약제 중심으로 안건이 처리될 것으로 예상됐는데 평소보다 오히려 건수가 더 많았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럴만한 이유들이 있었다. (편집자주)
대화제약의 마시는 파클리탁셀 리포락셀액이 좀처럼 암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약제급여평가위원회 회의결과 리포락셀액에 대해 '평가 금액 이하 수용 시 급여 적정성이 있음'으로 심의됐다고 5일 공개했다. 대화제약이 이 금액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비급여라는 점도 덧붙였다.
2018년 6월과 2019년 11월, 그리고 재평가 요청에 대해서 재심의한 2020년 3월까지 세번째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평가금액을 받을 지, 거부할지 공은 다시 대화제약 측에 넘겨졌다.
앞서 제약바이오협회는 이른바 발사르탄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안을 담은 약제의 결정 및 조정신청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에서 자료제출의약품 약가우대(별첨1)에 '새로운 제형'으로 임상적 유용성을 개선한 경우 치료적 효과개선에 따른 우대 약가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었다. 리포락셀을 포함해 앞으로 나올 '새로운 제형' 약제들을 염두에 둔 요청이었다.
하지만 복지부는 '추가적인 제도개선에 대한 내용'이라며 수용하지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해당 고시 개정안과 무관한 것이라는 답변이었지만, 내용상 고려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약평위 심의결과에 대한 재평가에서도 리포락셀은 이번 약평위에서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약평위가 제시한 '평가금액 이하 금액'은 진료현장에서 잘 쓰이지 않은 파클리탁셀 300mg(21만9752~20만6959원) 가중평균 가격으로 산출됐다.
파클리탁셀은 30mg(8만7699~4만8771원)이나 100mg(19만3239~10만1747원)이 주로 쓰이지만 심사평가원 내부평가 기준에 따라 전체 가중평균가가 아니라 가장 저렴한 조합인 300mg 가중평가가가 평가금액이 된 것이다.
이 가격은 최초등재의약품 상한금액의 53.55%로 가격을 산정한 뒤, 등재 첫해 가산으로 59.5%(혁신형제약인 대화의 경우 68%) 약가를 적용하는 일반 경구용 제네릭 상한금액과 비교해도 턱없이 낮은 가격이다.
한마디로 많은 시간과 돈, 기술력을 들여 항암주사를 마시는 액상제로 바꾼 기술혁신을 했는데도 제네릭만도 못한 취급을 하는 꼴이어서 그동안도 줄곧 논란이 돼 왔던 이슈였는데, 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은 종전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제약계 한 관계자는 "이번 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 개정 때 '새로운 제형'을 자료제출의약품에 반영하는 걸 충분히 고려할 수 있었다. 아마도 특혜시비 등을 우려해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매우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진행성 및 전이성 또는 국소 재발성 위암'에 투여하는 리포락셀액은 2016년 9월 9일 국내 시판 허가됐다. 1999년 산업자원부 고효율 항암제 개발사업 과제로 선정되면서 국내 연구개발이 시작된 지 15년만에 제품화에 성공한 것이다. 대화제약은 2018년 11월에는 리포락셀 중국 기술수출 성과로 우수 혁신형제약 기업 복지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었다. 다국적제약사들도 실패를 거듭해 현재까지 경구용 파클리탁셀 개발에 성공한 건 대화제약이 글로벌에서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