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란 속 피어난 영진약품, 부도 후 당차게 일어선 수출기업
52년 영진물산에서 모태...62년 영진약품공업으로 첫발 64년 국내 최초 항균제 설파제 원료 합성-영양수액제 개발 2004년 KT&G에 편입 새출발...연구개발로 신시장 공략중
6.25 전란 속에서 무료로 약을 지어 주어 대중을 구제한다는 뜻의 '시약제중(施藥濟衆)'의 정신으로 1952년 첫발을 내딛은 제약회사가 있다. 전쟁의 혼란에서 의약품을 수입해 질병치료에 나선 영진물산을 모태로한 영진약품이다.
영진물산은 1962년 영진약품공업으로 이름을 바꾼 후 본격적으로 국내 의약품 제조를 시작, 제약사의 본모습을 만들어갔다.
혼란기에 출발한 기업인 만큼 저렴한 의약품의 대량 공급의 중요함을 피부로 느끼고 원료합성 연구에 투자, 국내 최초 항균제인 설파제 원료 합성과 비경구 영양수액제 개발에서 성공하면서 국내 임상의학계 발전에 기여했다.
특히 70년대에 들어서면서 세계수준의 생산시설의 갖추면서 세계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국내 최초 완제의약품 수출을 시작으로 2010년 2천만불 수출을 달성하면서 명실상부한 선진 수출형 기업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2010년 상반기 매출의 30% 수준이 수출로 얻어지고 있다.
80년대 들어서 드링크 시장에도 진출해 지금까지 영진하면 떠오르는 '영진구론산바몬드'를 출시, 간판제품으로 자리잡아가면서 90년대초 익산에 드링크 KGMP 시설을 마련하게 됐다.
하지만 위기를 맞았다. 바로 과투자 등으로 경영위기에 놓이면서 1997년 부도를 맞았다. 이후 갖가지 노력을 통해 법원이 화의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자본유치 등에 성공, 기사회생하게 됐다.
2004년 정부출자기관인 옛 한국담배인삼공사 KT&G로부터 200억원의 자본 유치를 받으면서 해당 계열사로 편입됐다. 주인이 바뀌는 시점이었다. 명맥 단절(?)의 위기에 놓였으나 이를 슬기롭게 극복했다. 그런 과정에서 2013년 유명품목인 '영진구론산바몬드' 등 드링크사업을 해태음료로 넘기면서 드링크사업에서 손을 떼는 등 아픔을 삭였다.
이는 신약개발 등 연구개발과 함께 해외시장 공략으로 수출시장에서 앞장서는 기업으로 탈바꾸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전략적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은 기대와 다르게 혁신신약 등의 성과는 다소 시일을 둬야 할 상황이다. 다만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부신피질호르몬제인 덱사메타손 등의 관련 증상치료제의 수요가 크게 늘면서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형성되고 있다.
영진약품은 지난 2017년 영진약품공업에서 사명을 변경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전세계가 비대면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 어떤 경영방침으로 미래를 계획하고 있는지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살펴봤다.
◆ 주요제품 구성과 그간의 매출 추이
영진약품을 지탱해주고 있는 주요 제품은 어떤 것이 있을까. 창업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생산시설과 제품개발에 뛰어들었던 항생제가 역시 효자 품목이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을 기준으로 보면 크라모넥스, 세파클러, 세프타지딤 등의 항생제의 내수 매출이 전체의 15.55%인 349억원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는 전체의 14.05%인 151억원었다.
이어 경관영양제인 '하모닐란액'이 221억원으로 전체의 9.93%에 달했으며 지난 상반기는 11.96%인 129억원으로 그 비중이 늘었다. 해열진통소염제인 '데노간주'와 '오파스트'는 지난해 214억원으로 9.09%, 올 상반기는 97억원으로 8.98%의 매출 비중을 그렸다.
고혈압과 고지혈증치료제인 '오마론', '코디핀', '크레아진정'이 지난해 192억원을 올렸으며 올 상반기는 99억원이었다. 정신분열 및 신경안정제인 '로도핀', '하이셉트', '콜리날' 등은 지난해 183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지난 상반기에는 91억원으로 전체의 8.44%의 비중을 보였다.
무엇보다 수출비중이 여타 제약사에 비해 높았다. 항생제와 합성원료인 '세프카펜', '세프디토렌', '세프타지딤' 등에서 638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체 매출의 30.43%의 비중을 나타냈다. 올에 들어서는 코로나19로 하늘길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도 322억원을 수출해 역시 29.89% 매출비중을 보이면서 든든한 판로임을 재확인했다.
그간의 매출흐름은 어떠할까.
부도를 낸 1997년 1160억원을 매출을 올린 후 이듬해 98년 750억원으로 410억원이 일거에 빠졌다. 그 충격이 그만큼 켜던 시점이었다. 99년에는 848억원으로 회복했으나 의약분업이 있던 2000년 812억원으로 다시 위축됐다. 2001년 775억원, 2002년 830억원, 2003년 807억원으로 700~800억원대를 오르내리기를 반복했다.
2004년 KT&G로 편입된 이후 2005년 967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면서 조금씩 회생하기 시작했다. 2006년 1085억원, 2007년 1097억원, 2010년 1163억원을 기록하면서 1997년에 올렸던 매출을 드디어 회복했다. 13년간의 암흑기간을 탈출하는 해였다.
2012년은 1277억원, 2013년 1566억원, 2014년 1676억원, 2015년 1702억원, 2016년 1931억원으로 빠른 성장을 보이면서 옛 영광을 되찾아갔다. 2017년 1950억원을 찍은 이후 2018년 1864억원으로 주춤했으나 지난해 2205억원의 매출을 달성해 기염을 토했다. 단숨에 2000억원 고지를 넘어섰다. 영업손실을 보였던 2018년에서 지난해는 100억원의 영업이익과 5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긍정적인 성적을 그렸다.
다만 올해 상반기 1078억원으로 전년동기 1120억원에 비해 42억원 가량 줄어 역성장을 달렸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크게 감소한 상황을 연출했다. 영업이익은 67억원에서 38억원으로, 순이익은 52억원에서 26억원으로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상반기로만 봤을 때 하반기에 추가적 영업실적을 내놓지 않을 경우 전년대비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상반기에는 국내의 경우 경장영양제와 만성질환 전문약의 성장에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호흡기질환 관련 해열진통소염제와 항생제 매출이 감소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유지했다. 수출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주요거래처인 일본으로의 세파 항생제 수출이 감소해 전년대비 9.6%의 매출 감소를 보였다.
◆ 연구조직과 추진중인 연구개발과제 현황
영진약품의 연구개발조직은 크게 개발본부와 연구본부로 나뉜다. 연구본부는 연구관리팀과 신약연구실, 제품연구실, API연구실이 있으며 신약연구실은 신약합성팀과 약리독성팀이, 제품연구실은 제제연구부가, API연구실은 합성연구부와 분석연구부가 있다.
개발본부는 개발실과 메디컬실로 나뉘며 개발실에는 RA팀과 개발팀, 특허팀으로, 메디컬실은 PV팀과 임상팀으로 나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연구인력은 지난 상반기 기준 70명이 근무하고 있다. 연구본부에 45명, 개발본부에 25명이 있으며 이중 박사 6명, 석사 51명이 수행하고 있다.
핵심연구인력으로는 연구총괄을 맡고 있는 이광옥 연구본부장이 역할을 맡고 있다. 서울대 약학박사 출신으로 한미약품 팀장과 부광약품 연구소장을 거쳤다.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인 연구개발에는 과연 얼마나 관심을 갖고 신경을 썼을까. 지난 97년 22억원 규모에서 2000년 16억원으로 위축된 이후 2003년 19억원으로 매출 대비 2.4%를 투입했다.
2006년 52억원으로 매출대비 4.4%, 2010년 42억원으로 다소 낮아져 매출대비 3.6%였다. 2012년 66억원, 2013년 86억원으로 점차 연구개발비를 확대해갔다. 2014년 103억원, 2015년 126억원, 2016년 132억원으로 매출성장과 함께 연구개발비용도 큰폭으로 늘어났다.
2017년에는 166억원까지 증가해 매출대비 8.5%까지 연구개발에 쏟아넣었다. 2018년 182억원으로 9.8%, 지난해 154억원을 쓰면서 향후 먹거리 준비에 열의를 다했다.
여기서 영진약품이 주력하고 있는 연구과제는 무엇일까.
신약의 경우 표적항암제 'YPN-005'와 COPD치료제 'YPL-001', 류마티스관절염치료제 'YRA-1909', 차세대 다재내성균 백신 등이 있다. 개량신약은 약물의 부작용 개선을 위한 희귀약인 방출조절제, 약효성분만을 분리해 활성성분의 복용량을 감소시킨 소화기계 광학이성체 및 복용 횟수를 줄여 복약 순응도를 개선한 심혈관계 서방제제 등에 대한 개발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원료약품은 신규 항생제부터 시작해 다양한 품목으로 국산화에 뛰어들고 있다.
현재는 연구개발에 적지않은 자금을 투입하며 달리고 있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그 성과물이 나오기까지는 좀더 시일을 두고 지켜봐야할 것 같다.
◆ 임직원과 주주, 관계사 현황
영진약품을 맨 앞에서 이끌고 있는 총괄자는 이재준 대표이사 사장이다. GSK코리아 전략 및 사업개발 상무와 동아ST 글로벌사업본무 전무를 지낸 바 있으며 지난 2018년 3월부터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케이티앤지 성장사업실 사업2부 총괄을 맡았던 오효진 부사장이 사업관리 총괄을 하고 있다.
미등기임원으로 영업총괄에 김우진 상무, 마케팅총괄 조성배 상무, CNS사업 총괄 김보겸 상무, 인사총무총괄 김병규 상무, 전주공장 총괄 박종기 상무보, G/H사업실 총괄 윤철중 상무보, 개발본부 총괄 유춘선 상무, BD&라이센싱 총괄 이미나 상무가 당담하고 있다.
직원은 남직원 470명, 여직원 164명으로 634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평균 10.06년, 1인 평균 3000만원의 급여를 받고 있었다.
주주를 보면 케이티앤지가 최대주주이며 주분율 52.45%를 보유하고 있다. 임재준 대표이사 사장이 0.002%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케이티앤지는 국민연금공단이 13.96%, First Eagle Investment Management, LLC 7.72%, 중소기업은행 7.51%, BlackRock Fund Advisors 5.44^, 우리사주조합 2.43%의 지분율을 나타냈다.
계열사는 없으며 케이티앤지에 소속된 기업은 상장 2곳으로 케이티앤지와 영진약품, 비상장기업으로 한국인삼공사, 태아산업, 케이지씨라이프엔진, 코스모코스, 케이지씨예본, 상상스테이, 과천상상피에프브이, 스타필드수원이 소속돼 있다.
영진약품은 매출을 이끌어가는 확실한 '대형품목'은 없는 상태다. 하지만 품목의 고른 실적을 보이면서 매출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수출성장에 있어 코로나19 확산이 어떤 방향에서 영향을 미칠 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요 거래처인 일본과의 기업간 교류가 최근부터 일부 풀리고 있어 영진약품으로서는 희소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수출 매출이 616억원, 중국 201억원으로 일본의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 이같은 전망을 내놓을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