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광고 사전 심의 운영에 이의있습니다

"99%라는 표현은 왜 쓰면 안되나요?" '고무줄' 심의 규정...예측 가능성 높여야

2020-11-16     뉴스더보이스

[히든보이스] 최근 의료기기에 대한 사전 광고 심의가 위헌이라는 결정이 발표되었다. 의료기기의 성능이나 효능 및 효과 또는 그 원리 등에 대한 정보를 알려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한 상업광고로서 표현의 자유의 보호대상이자 사전검열금지원칙의 적용대상이라는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위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업들은 사전심의를 지속하고 있다. 사후 모니터링에서 과대, 허위 광고 적발 시 최대 영업정지 3개월가량의 처분이 내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지적되어오던 ‘고무줄 심의 규정’을 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의료, 의료기기, 의약품 등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광고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책임을 다하고자 사전심의를 진행했다. 소비자의 건강을 지키고, 오인할 수 있는 광고를 막기 위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오히려 명확하지 않은 심의 규정이 산업과 소비자에게 또 다른 혼란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든다.

심의 담당자를 통해 전해 받는 광고 심의 답변 중에는 의료계 사정이 고려된 건지 의아한 경우가 종종 있다. 일례로, 출시된 지 10년이 넘은 제품의 효과를 설명할 때, 유효성 연구가 오래되었으니 최근의 연구가 나오지 않는다면 더 이상 그 효과를 언급할 수 없다고 결론지어졌다. 의약품의 효능은 대부분 허가임상을 통해 확인되고 나면, 그 이후 동일한 효과를 재측정하기 위해 임상연구를 진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이미 잘 설계된 임상 연구로 증명된 사실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하면서 재평가하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 1회성 광고를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니 기업은 울며 겨자먹기로 효과 언급을 포기해야 한다.

혹자는 앞선 사례는 다행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광고에서는 99%라는 숫자가 연구로 입증되어도 쓸 수가 없다. 정확도가 99%라고 나왔던 연구 결과가 있다고 치자. 이에 대한 사전 심의의 판단은 ‘소비자가 100%로 오인할 수 있어 사용 불가’였다. 제시된 대안은 ‘높다’ 였다. 100%로 오인되지 않도록 각종 경고 문구를 함께 표기하더라도, 객관적으로 확인된 숫자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은 마케팅을 해야하는 입장에서는 납득이 어려울 수 있다. ‘전 세계 000개국에서 판매 중’이라는 표현도 제지되었던 적이 있다. 각 국가별 최신의 허가증을 모두 제출해야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기준이 언제 변경되는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경쟁사에서는 몇 개월 전에 심의 기준이 변경되기 전에 심의 받은 광고 자료로 현재는 불가한 문구들을 담아 사용해도 제제를 받지 않는다. 결국 각각 다른 기준으로 광고 심의를 받은 광고물들이 혼재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정말 급박한 경우에는 상대 업체의 구체적인 사례를 들고 가서 하소연하기도 한다. 운이 좋다면 ‘이번만 예외적으로 인정’이라는 답변을 얻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이러한 업계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다. 의약품 광고심의위원회에서는 매년 설명회와 사례집을 통해 애매한 그레이존(Grey Zone)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 급증하는 SNS, 온라인 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빠르게 준비하면서도, 단순 제품명 광고나 자구 수정 과정에 대해서는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질환 정보 제공 광고에 대한 기업의 고민을 담은 자문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과 업계의 고충을 신속하게 반영한 것이다. 

물론 모두가 만족하는 사전 광고 심의는 어려울 것이고 앞으로도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조금 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고, 긴밀한 소통과 개선 방안 모색을 위한 노력이 이어진다면 소비자에게는 보다 양질의 정보가 제공되고,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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