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이 교수 "SMA, 약물과 재활병행 필수"

의료 현실·환자 컨디션 적용 배제한 투여 기준 "냉혹" 치료제 등장 이후 사망율 감소…"현실적 약물 투여 기준 마련해야"

2022-09-26     문윤희 기자
권정이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대한소아재활발달의학회 이사장)

척수성 근위축증(SMA, Spinal Muscular Atrophy)은 사지마비가 점차 위축이 되는 희귀질환이다. 적절한 치료가 없으면 운동기능이 소실돼 사망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전에는 치료제가 없어 재활치료에 의존하다 많은 환자들이 사망하던 질환이기도 하다. 

최근 이 영역에 신약들이 등장하면서 환자들의 사망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환자의 운동능력이 향상되는 경험을 의료현장의 임상의들이 목도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영역에서나 음과 양이 공존하듯 개발된 치료제들은 모두 고가약제에 속해져 있고 급여된 약제를 투여하기 위한 기준은 엄격하기만 하다. 의료진들은 환자의 상태나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투여기준에  분개에 가까운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이휴다.  

'운동 기능 개선'을 보험 급여 투여를 위한 주요한 조건으로 선정했지만 진행성 질환에 대한 이해 부족과 투여 기준으로 설정한 '평가' 자체가 환자들에게 가혹한 설정이라는 것이다. 

뉴스더보이스는 재활의학분야 권위자인 권정이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대한소아재활발달의학회 이사장)을 만나 재활의학 측면에서의 SMA 약물 치료 의미와 급여 기준에 배제된 후기 발현형 환자들에 현황, 사전승인제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SMA 질환 분야에서 재활의학과의 역할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SMA는 희귀질환으로 과거에는 지금처럼 많이 알려져 있는 질환이 아니었고 호흡 근육 약화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아 호흡기 의사들이 주로 접하는 질환이었다. 그러나 스핀라자 개발로 환자들의 생존율이 개선되면서 현재 SMA 치료 환경은 아무도 가보지 못한 곳으로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사망에 이르거나 고개조차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증상이 심했던 SMA 1형 환자들이 치료를 통해 생존해 운동 기능을 수행하고 심지어 일부 환자들은 보조기기를 사용하여 스스로 이동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이에 환자들이 재활 치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서 재활의학과의 역할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약물 치료가 가능해진 현 상황의 주는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SMA 1형 환자 자녀를 둔 보호자가 SMA에 대해 조사를 하시고는 입으로 밥을 먹고 숨만 쉴 수 있어도 기적인 질환인 것 같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러나 해당 환자는 스핀라자 치료를 통해 양손을 사용하거나 도움을 받아 일어설 수 있고 기구 도움을 받아 걷기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현재는 유튜브 ‘채은이TV’(링크)를 운영하며 건강한 모습을 통해 많은 SMA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SMA 치료제는 비교적 최근에 개발되었기 때문에 아주 오랜 데이터가 축적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증상이 갈수록 나빠지는 SMA 1형 환자들이 이처럼 치료를 통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며 향후 장기 임상 데이터가 쌓이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재활의학과 전문의 입장에서 SMA 약제 투여 전후 환자들의 경과는 주로 어떠한가?

SMA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에는 SMN2 유전자 복제 수가 1~2개인 SMA 1형 환자의 경우 고개를 가누는 것조차 힘들어 했다. 재활의학과에서는 주로 관절가동범위훈련(Range of Motion Exercise), 스트레칭 등 환자의 운동 수행능력에 기반한 치료를 진행하는데 SMA 환자들의 경우 생존과 직결되는 삼킴, 호흡 문제 등이 시급해 진료를 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약물 치료를 통해 SMA 환자들의 생존율이 개선되고 많은 환자들이 앉아서 활동하거나 엎드려서 고개를 드는 등 어려운 동작도 수행할 수 있게 돼 재활에 참여하는 환자들이 늘었다. 실제로 한 환자는 SMA로 인한 호흡기 문제로 기관절개술까지 시행했지만 치료 이후에는 오랜 시간 앉아있을 정도로 운동 기능이 개선되었다.

-SMA 유형간의 차이도 크다고 알고 있다. 

증상이 가장 심한 SMA 0~1형과 2형 간에는 큰 차이가 있다. SMA 2형은 앉아 있을 수 있는 정도의 증상이지만 0~1형은 약물 치료가 어려웠던 과거에는 병원에 내원할 수 없을 정도로 사지위약이 심한 환자가 대부분이었다. 

1형의 경우 신생아실에서부터 인공호흡기 적용이 필요한 경우가 흔하며 조기 사망하는 사례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진단이 빨리 된다면 충분히 2형 혹은 3형 정도의 표현형까지도 호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앞으로는 SMA에 대한 약물치료가 더 활발해지면 치료에 따라 형태가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SMA 증상이 심한 환자들은 협진으로 장애 진단을 시행하기도 한다. SMA 환자들도 일정 주기마다 내원을 하여 장애 진단을 위한 검사를 해야 하는데 증상이 심하면 차에 태우기도 힘들 정도다. 승차 시 목을 가눌 수 없어 목 보호를 위한 보조기구를 사용해야 하지만 연령이 너무 어려서 적합한 규격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구급차를 불러 내원한 환자도 있었다.

-3세 이전 발병을 입증하기 힘든 후기발현형 환자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SMA 환자 수나 환자들의 상태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에 뭐라고 말씀을 드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정확한 환자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코호트, 레지스트리를 마련해 관련 예산을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 같다.

다만 SMA는 열성 유전 질환으로 1만 명 중의 1명 꼴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 실제 환자 수는 그보다 적을 것으로 추정되고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수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SMA 환자는 1년에 많아야 20명 정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현재 스핀라자로 치료 중인 국내 SMA 환자는 약 140여명 정도로 알고 있다. 

일부 후기 발현 SMA 환자들의 약물 치료를 위해 추가적인 정부 예산을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전체 예산 대비 지원금액이 높은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실제 SMA 치료를 통해 환자들이 효과를 경험하고 있고 사망률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정부 당국에서는 운동 기능 개선을 보험 급여 투여를 위한 주요한 조건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SMA가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라는 점에서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행 급여 기준에 대한 견해는?

SMA환아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척추측만증이 악화되어 수술적 교정이 필요한 경우가 흔한데, 측만증 수술을 받는 경우 체간의 유연성이 소실되면서 운동기능의 저하된다. 

측만증 수술을 받은 환아의 경우는 급여를 위한 평가 시에 이 점을 반드시 고려하여 수술 후 하락한 점수부터 다시 평가를 시작할 수 있도록 개선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환아들이 측만증 수술로 인하여 급여대상에서 탈락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 현행 급여 기준에서 운동 기능 유지 또는 개선을 2회 이상 입증하지 못하면 도중에 급여 탈락할 수 있다. 실제로 운동 기능이 개선되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해 급여 투여 대상에서 탈락하는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SMA는 치료를 하지 않으면 운동 기능이 점차 퇴행하는 질환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운동 기능 유지 또는 개선을 요구하는 현행 평가 방식은 지나치게 엄격하다. 질환 특성상 운동 기능이 유지만 되어도 유의미한 치료 효과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에 운동 기능이 크게 나빠질 경우에만 보험 급여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여기에 환자 컨디션에 따라 운동 기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매일 수학 시험을 90점 이상을 맞는 아이가 어느 날은 컨디션 난조로 89점을 맞을 수도 있는데 1점의 차이로 갑자기 스핀라자 급여 투여를 중단하게 될 수도 있는 현 상황은 환자, 보호자는 물론 평가자에게도 가혹한 환경이다. 4개월마다 한 번씩 시행해야 하는 운동 평가 주기도 너무 짧다고 생각한다. 

아직 장기적인 투여 시 안정성과 효과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으므로, 안정성 평가는 자주 하더라도 운동기능평가는 주사 효과가 안정화된 이후에는 6개월마다 하는 것이 적절하다. 또한, 더 정확한 평가를 위하여 운동기능평가도구들에 대한 급여화도 시급한 실정이다. 

​권정이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대한소아재활발달의학회 이사장)

-치료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실제 진료하고 있는 환자 중에서 유지 투여를 위한 운동 기능 평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급여 투여를 중단한 환자가 1명 있고 운동 기능 개선 입증을 위한 영상 제출을 요청받고 있는 환자도 있다. 운동 기능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기는 하지만 입증하기 위해 환자의 영상을 제출해야 한다는 점도 환자와 보호자에게는 큰 상처일 수 있다는 점을 유관 기관에서 알아줬으면 한다. 또한, 영상 촬영 시 마다 보호자의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 의료법상의 문제도 있다.

-실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도중에 급여 탈락한 사례들도 있는가?

환자 중에서 유지 투여를 위한 운동 기능 평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급여 투여를 중단한 환자가 1명 있고 운동 기능 개선 입증을 위한 영상 제출을 요청받고 있는 환자도 있다. 운동 기능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기는 하지만 입증하기 위해 환자의 영상을 제출해야 한다는 점도 환자와 보호자에게는 큰 상처일 수 있다는 점을 유관 기관에서 알아줬으면 한다. 또한, 영상 촬영 시 마다 보호자의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 의료법상의 문제도 있다.

-SMA는 다학제 협력이 필요한 질환인데 실제 임상현장에서 평가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치료제 투여 예정일을 기준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운동 기능 평가 결과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담당 교수가 검사가 필요한 일정을 안내한다. 검사 도구는 SMA 유형에 따라 해머스미스 영유아 신경 검진(HINE-2, Hammersmith Infant Neurological Examination) 또는 해머스미스 운동 기능 척도 확장판(HFMSE, Hammersmith Functional Motor Scale-Expanded)을 사용한다. 

HFMSE의 경우 스스로 앉아 있을 수 없는 SMA환아의 기능을 평가하기에 부적합하지만 대안 없이 사용되고 있어왔고 그로 인하여 제대로 된 평가가 어려웠다. 이번에 심평원과 여러 차례의 회의가 있었고, 환자의 기능과 연령대에 적합한 제대로 된 평가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SMA 환자들을 주기적으로 진료하면서 경과를 확인하는 재활의학과 전문의 입장에서는 환자들의 운동 기능을 보다 면밀하게 확인하기 위한 평가 기준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현행 운동 평가 기준으로는 환자의 지구력(endurance)을 정확히 측정하기가 쉽지 않다. 5분 동안 앉아있을 수 있는 환자가 30분 앉아있을 수 있게 되는 것도 운동 기능이 점차 퇴행하는 SMA 환자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개선일 수 있지만 이러한 항목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환자의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평가하는 환자자기평가결과(PRO, Patient Reported Outcome) 등 환자 중심의 지표들이 임상 현장에서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SMA 환자 평가 시에는 이러한 부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

-대한소아재활발달의학회 이사장이 되셨다. 임기 내 달성하고픈 목표가 있는지?

학회 차원에서 환자 코호트 사업에 많은 노력을 진행하고자 한다. 일례로 최근 뇌성마비 환자들의 코호트 사업을 위해 학회에서 연구사업을 구상 중이다. SMA와 같은 희귀근육질환도 환자 코호트가 존재하면 이를 기반으로 효과적인 예산 편성과 정책 수립이 가능하기 때문에 코호트 사업의 필요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부분에서 학회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진행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과거와 달리 SMA는 임상시험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이 확인된 치료제로 치료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준하는 약물 효과 평가를 진행하고 급여 투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에 SMA 환자들의 약물 접근성 보장을 위해 정부가 힘써줬으면 좋겠다.

SMA 환자 및 부모들에게는 매년 SMA 치료가 발전하고 있으니 희망을 잃지 않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의료진으로서도 SMA 환자와 보호자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