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약가정책, 복잡한 이해관계 얽혀 있어"
약제 급여 문턱 높아…데이터 중심의 평가는 긍정적 크리스토퍼 제이 스톡스 한국릴리 대표
제약산업의 첫 발을 릴리에서 시작해 마케팅, 약가, 대관업무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고 한국 지사장이 된 크리스토퍼 제이 스톡스 대표이사가 한국 시장에서 대해 "데이터 중심의 의사결정과 약제 급여의 높은 문턱"이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한국의 약가정책은 제한된 예산, 급격한 고령화, 혁신 의약품의 증가가 맞물려 현재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는점을 강조하면서 자사 제품의 특징에 맞는 협상을 도출하기 위해 알맞은 접근법을 찾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와함께 릴리가 펼치는 '환자 중심주의'는 "모든 일에 환자를 중심으로 두고, 어떻게 하면 환자들에게 의미 있는 방식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3일 다국적제약기업모임과 크리스토퍼 제이 스톡스 한국대표와 인터뷰 내용을 정리했다.
-본인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나는 지난 14년 간 릴리 내 여러 부서를 거치며 릴리의 비즈니스에 중요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었다. 처음 담당했던 업무는 전공과 연관된 공공정책 관련 업무였다. 이를 시작으로 미국 본사에서 약가, 급여, 의약품 접근성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영업부로 이동해 매니저, 다음으로는 디렉터로서 브랜드 관리를 맡았다. 이어 본사의 최고운영책임자(COO, Chief Operating Officer)를 역임하다, 한국에 오기 직전까지는 남아프리카 및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사 대표직을 수행했다.
-한국의 약가 정책에 대한 견해는?
지난 6개월 동안 업계 리더와 전문가 분들을 많이 만나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한국의 약가 정책을 파악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생각하게 된 한국의 약가 정책의 현재 상황 중 하나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게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점이다. 제한된 예산, 급격한 인구 고령화, 혁신 의약품의 증가 등이 맞물려 현재의 어려움을 야기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급여 관련 정책 환경은 어떤 치료제인지, 해당 치료제가 다루는 질환의 미충족 수요(unmet needs)가 무엇인지, 질환과 관련된 정부의 재정 역량은 어떠한지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릴리는 개별 의약품의 상황을 특이적으로 파악하고, 그에 따른 협상 전략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법은 더 까다로울 수 있지만, 한국 보건 당국 및 관련 정책을 더욱 잘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약제 급여 관련 정책 환경에서 개선되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은 약제 급여화의 절대적인 문턱이 높은 편이라고 생각한다.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급여 및 약가 협상 과정에서 ‘맥락’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건강보험 시스템과 그를 둘러싼 정책 환경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이는 과거의 성공적인 협상 경험이 결코 미래의 성공을 담보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의 재정 상황, 정책 방향성이 과거와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미래 지향적인 자세로 대비해야 한다.
다만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지고 적극적으로 검토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한다. 또한 정부와 제약사가 공동으로 추구하는 목표로 나아가기 위한 여정에서 이를 방해하는 문제가 있다면 무엇인지,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실질적으로,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혁신의약품을 환자들에게 신속하게 제공함으로써 해당 환자들이 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정부와 제약사 공동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릴리는 정부의 의사결정자들에게 좋은 파트너가 되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 상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깊은 이해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정부가 겪고 있는 어려움과 고민을 서로 공유함으로써 함께 풀어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바란다.
-릴리의 창립 150주년이 다가오고 있다. 비전에 변화가 있다면?
지금까지 그래왔듯 당뇨병, 암, 면역질환, 통증 등의 질환 영역에서 더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기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 탐구(Discovery)는 릴리의 소명이자 릴리를 정의하는 정신이며, 퍼스트 인 클래스또는 베스트인 클래스 혁신 신약을 발굴을 목표로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릴리는 매년 매출의 약 4분의 1을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해왔다. 릴리는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기반으로 향후 10년 내 다양한 질환 영역에서 다양한 신약들을 출시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혁신 신약들을 빠르게 선보일 수 있도록 힘쓰겠다.
환자를 향한 우리의 진심과 주위의 도움이 더해진다면 150주년을 넘어 160, 170주년에도 계속해서 좋은 성과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릴리는 R&D 측면에서 한국의 제약바이오 생태계를 어떠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한국릴리는 국내 의약연구기관과 함께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 옵션을 제공하기 위한 연구 활동을 지속해 왔다. 2021년 기준 한국에서 진행된 27개의 임상연구에 76개 기관, 216명의 의료진, 826명의 환자가 참여했다.
또 릴리는 과학적인 연구 파트너십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는 국내 기업들이 언제든 오픈 이노베이션을 제안할 수 있도록 대화의 창구를 열어두고 있다.
-한국릴리 대표이사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두 가지 목표가 있다. 첫 번째는 일라이 릴리가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출시하고 있는 혁신 신약들을 한국에 빠르고 꾸준하게 소개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한국릴리의 임직원들이 자신의 커리어를 의미 있는 방향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회사가 일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면 임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최상의 업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는다. 릴리가 전 세계 환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지는 결국 임직원들의 손에 달렸다. 따라서 릴리는 임직원들이 꾸준히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릴리 또한 이러한 임직원들의 각자의 성장을 통해 한국 환자들에게 최고의 치료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릴리는 지난해 직원들의 커리어 개발을 돕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형태의 프로그램인 Explore Your Career(이하 EYC)를 도입했다. 직원들은 현재 직무에서 더욱 전문가가 될 수 있고, 새로운 직무를 경험할 수도 있으며, 관리자 또는 임원으로 성장해 향후 해외에서 경력을 발전시키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릴리의 EYC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릴리 직원들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도움을 제공할 것이다.
-릴리가 환자들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나 활동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한국릴리에게 환자는 모든 활동의 근간이다. 환자 중심주의, 즉 우리는 모든 일에 환자를 중심으로 두고, 어떻게 하면 환자들에게 의미 있는 방식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먼저, 릴리에서는 목표를 세울 때 얼마나 많은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지에 주목한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환자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계속해서 환자들의 더 나은 삶에 기여하고자 한다.
또한 릴리의 소셜 임팩트(Social Impact) 프로그램 역시 환자에 집중한다. 릴리랄라 걷기 챌린지(Lilly Lala Walking Challenge)는 회사의 비전인 ‘100만 명’의 환자를 기억하는 챌린지를 통해 임직원들의 걸음 수만큼 기부금을 조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국내 도입 계획인 신약이 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국내 도입 품목으로 가장 기대하고 있는 치료 분야는 아무래도 당뇨병이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도 전문가 및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당뇨병 치료에서의 미충족 수요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만큼 한국에도 빠르게 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 외에도 향후 선보일 치료제들이 다양하지만, 현재로선 구체적인 허가 시기와 제출 시점을 공유 드리긴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린다. 곧 좋은 소식 들려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인터뷰를 정리하며 마지막으로 한 말씀을 하신다면?
한국릴리는 환자에 대한 집중도와 열정이 넘치는 한 팀이며, 이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오는 2026년까지 100만 명의 환자분들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있기 때문에 목표를 이룰 때까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한 가지 바람은 신약의 혁신성에 대한 적절한 가치를 인정해주는 정책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건강보험 재정 관리 측면에서 약제의 가치와 영향력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환자들이 절실하게 기다리고 있는 사회적 요구도가 높은 치료제에 대해서는 조금 더 유연한 정책 적용을 통해 신속하게 결정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빠른 결정을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제약사는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 도움을 드릴 준비가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