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리베이트 약제 과징금 일원화? 제재효과 약화 우려"

김민석 의원 건보법개정안에 사실상 반대의견 표명 건보공단 "약가인하 지속성 있는 처분...존치 필요" 제약단체 "과징금으로 처분 목적 달성 가능" 정부·보험당국, 소급적용에도 부정적

2023-03-22     최은택 기자

불법 리베이트 약제에 대한 건강보험법령상의 제재처분을 과징금으로 일원화하려는 법률안에 정부와 보험당국이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서 국회 심사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개정안을 소급 적용하는데 대해서도 정부와 보험당국은 소급입법 금지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이 같은 사실은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건강보험법개정안에 대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진선희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21일 검토보고서를 보면, 개정안은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관련 약제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상한금액의 감액과 급여정지  규정을 삭제해 과징금으로 대체하도록 하면서, 위반 횟수에 비례해 과징금 한도를 달리 정하는 내용이다.

과징금은 해당 약제의 전년도 요양급여청구 총액 기준으로 1차 100%, 2차 125%, 3차 150% 등이다. 과징금 부과대상에 의약품도매업체와 의약품판매대행사를 추가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또 부칙에서는 개정안을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도록 하면서 개정법 시행 전의 위반행위로 행정처분 절차가 현재 진행 중인 약제에 대해서도 개정규정에 따른 제재처분이 가벼워진 경우 소급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약가인하·급여정지 처분, 과징금으로 대체=주무부처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복지부는 "약가인하와 급여정지는 불법 리베이트로 인한 의약품 가격상승의 원인 제거 및 리베이트 근절이라는 정책적 목표 달성을 위한 강력한 제재 수단"이라면서 "약가인하는 환자의 약제비 본인부담금 감소와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에 지속적으로 도움이 되는 반면, 과징금 부과는 일시적인 행정처분으로 제재 효과가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법과 약사법 상 제재의 경우 과징금 처분과 다른 행정처분이 별도 부과되는 반면, 건강보험법에서만 전체 처분이 과징금으로 대체돼 사실상 일원화될 경우, 보건의료법령 간 규율체계의 통일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도 했다.

법제처는 "개정안의 과징금은 불법 리베이트 관련 약제를 기준으로 부과된다는 점에서 약사법 상 과징금과 다르게 볼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같은 위반행위에 대해 약사법 상 과징금과 건강보험법 상 과징금이 중복 부과되는 것으로 인식될 우려가 있다"며, 신중 의견을 제시했다.

건강보험공단은 "불법 리베이트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과징금만으로는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약가인하는 그 지속성로 인해 불법 리베이트 제재에 보다 효과적일 뿐 아니라, 환자와 공단의 약제비 부담 감소라는 부가적인 효과도 있음을 고려하면 약가인하는 존치할 필요가 있다"며, 반대입장을 내놨다.

이와 달리 유일하게 제약단체는 찬성 의견을 제시했다. 제약바이오협회는 "유통문란 약제에 대한 수사에는 시효가 존재하지 않아 현재 행정처분 절차가 진행 중인 일부 제약회사는 물론 과거의 잘못된 관행으로 유통문란 행위를 한 제약회사도 언제든 수사를 통해 적발될 수 있고 급여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으며, 이로 이한 피해는 환자들과 병원, 약국 등으로 전가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통문란 행위를 한 회사에게는 벌금이나 과징금을 통해 그에 상응하는 금전적 손해를 가함으로써 처분의 목적을 달성하고, 환자들에게는 비의학적 사유로 건강권 및 선택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급여정지 처분을 가능하면 벌금이나 과징금으로 처분하도록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진선희 수석전문위원은 "개정안이 약가인하 및 급여정지 처분을 삭제하되, 과징금 부과 한도를 위반행위의 횟수, 금액 등 위법성의 크기에 비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응 수긍이 되는 점이 있지만, 이러한 행정처분이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제재 수단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충분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소급 적용=복지부는 "개정안 부칙은 법체계 상 소급입법 금지의 원칙에 반한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과거 국회에서도 급여정지 처분 관련 약제 접근성 제한 해소를 위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2018년 2월, 1‧2차 위반 시 약가인하, 3차 위반 시 급여정지) 논의 때 소급 적용 부칙안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법률 적용의 안정성·형평성 등을 고려해 소급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심의한 사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법제처는 "행정소송은 행정청이 처분을 행한 후 상대방이 이에 대해 불복하는 절차이므로 '처분에 대한 소송 등 불복 절차'를 '진행 중인 처분 절차'로 보는 것은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며서 "'처분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에도 개정규정을 적용하려는 개정안의 내용은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심사평가원은 "개정안 시행 전 위반행위가 완료됐었다면 처분절차 또는 소송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사실관계가 종료됐다고 할 것이므로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해 우리 법상 소급입법금지원칙에 반해 허용되지 않을 것으로 사료된다"는 일반론을 제시했다.

진선희 수석전문위원은 "개정안이 의결될 경우 법 시행 전 발생한 리베이트 행위가 법 시행 이후 적발된 경우 및 처분 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에는 행정기본법 제14조제3항 단서 규정이 적용돼 완화된 제재처분 기준이 적용되나, 법 시행 이전에 적발돼 제재처분이 내려지고, 이에 대한 행정소송 등 불복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에는 적용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점이 있어서 이를 규정하고자 하는 취지로 이해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