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너의 심리
유진이는 6살이 되어서도 흥이 넘쳐나고 있다. 본래 흥이 많아 신나는 음악만 나오면 '둠칫둠칫 두둠칫' 박자를 맞춰 춤을 추는 녀석이지만 옷에서 해방됐을 때(?)는 그 강도가 더욱 세진다.
본인이 보다 자유로운 환경에 놓여 있을 떼(이를 테면 옷을 갈아입을 때나 목욕, 물놀이 등 탈의된 상태)가 되면 잊지 않고 엉덩이 춤을 춘다.
그 작은 엉덩이의 씰룩거림을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절로 나오는데 문제는 이 약삭빠른 녀석이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흥을 더 한다는데 있다. 1분이면 끝날 것 같던 춤은 더 길어지기 일쑤다. 엄마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이 방 저 방으로 도망치기도 한다.
한 여름이면 좀 더 자유를 허락하겠지만 한 겨울, 그것도 겨울 들어 내내 감기로 고생을 했던 터라 엄마의 맘은 조급해 지기 시작한다.
"이제 그만~. 어서 와서 옷 입자."
"엄마, 이것 봐. 엉덩이 귀엽지?"
아이는 마지못해 엄마 곁으로 오면서도 엉덩이 춤을 이어 간다.
이렇게 엄마에게 신체의 자유로움을 보여주는 유진이는 볼일을 보러가는 순간에는 180도 돌변한다. 엄마가 뒷처리를 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큰일을 치르는 순간 만큼은 보이고 싶지 않은 듯 화장실 문을 굳게 닫는다.
한 번은 급하게 화장실로 뛰어가는 아이를 따라 들어갔는데 '왜 들어왔냐'면서 변기 위에 앉아 대성통곡을 한 적도 있다.
미안한 마음에 사과를 하고는 문을 닫고 서 있으니 아이는 금새 울음을 그치고 모기만한 목소리로 엄마를 불렀다.
이토록 자유롭게 자신의 몸을 내보이는 아이가 한 살이 더 먹었다고 이제 부끄러움을 알게 된 건가 싶어 질문을 던졌다.
"유진아, 엄마가 화장실 따라 오는 거 싫어?"
"아니."
"그럼 뭐 때문에 울은 건지 엄마한테 설명해 줄 수 있어."
"아니. 그게...응가 쌀 때는 혼자 있고 싶어서 그래."
"응가 쌀 때만 그런거야?"
"응."
"그럼 다음부터는 유진이 응가 쌀 때 엄마는 같이 안갈께. 유진이가 다 싸면 그 때 엄마를 불러줘."
"응. 좋아!"
어제는 저녁 식사를 마친 후 한참을 놀던 아이가 갑자기 장난감을 던지고 다급하게 화장실로 뛰어갔다. 시계를 보니 저녁 8시라 목욕물을 받기 위해 화장실 문을 두드렸다.
"유진아, 응가 다 싸면 바로 씻을 꺼야."
"응. 엄마 이제 들어와."
아이는 용변처리를 위해 화장지 쪽으로 몸을 숙이는 엄마를 향해 휴지 조각을 자랑스럽게 내밀었다.
"유진이가 휴지 준비해 줬어? 고마워."
"아니야. 엄마. 내가 벌써 다 했어."
"응? 뭘 다해?"
"응가, 응가 다 닦았어."
아이는 혼자서 용변처리까지 마쳤음을 알리기 위해 엄마에게 그 결과물을 보여준 것이었다. 아이가 준 휴지를 자연스럽게 손에 쥐게 된 엄마는 '동작 그만'인 상태가 돼 버렸다.
유진이는 스스로도 용변처리를 한 것이 자랑스러운지 한껏 들뜬 얼굴로 "내가 닦았어. 내가 다 했어"라고 엄마의 눈을 보며 두번이나 말했다.
유진이는 머리가 하얘진 엄마를 뒤로 하고 자랑스러운 자신의 행동을 아빠에게 전하기 위해 반 탈의 상태로 거실로 뛰어나갔다.
손에 쥔 휴지가 진정 그것인지 확인하고 싶지도, 그 결과물을 손에 쥔 것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는 번뜩 정신을 차리고는 중대한 수술을 앞둔 의사가 손을 씻는 심정으로 꼼꼼하고 촘촘하게 비누칠을 해댔다.
손을 씻으며 목구멍으로 나오지 못한 말들이 머리 속을 계속 맴돌았다.
"아니, 도대체, 왜? 응가 싸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은데 왜 그 결과물은 보여주고 싶은거니? 응?"
즐겁게 목욕까지 마친 유진이는 다시 한번 자유로운 몸으로 엉덩이춤을 추며 하루 일과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그런데 유진아, 부탁이 있어. 내 머리 속에 남은 이 너의 뒤처리 잔상도 니가 깔끔히 닦아주지 않으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