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토론회 도마 위 오른 '암질심', 결론은 현행 대로

혈액학회, 전문가 위원 참여 확대와 혈액암위원회 설치 요구 김석진 이사장 "혈액암 전문가지만 암질심 위원 제안 못 받아" 강미영 부장 "필요할 경우 전문가 자문위 개최해 청취 예정"

2024-07-25     문윤희 기자
24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개최된 '국내 혈액질환 치료환경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토론회 기념사진

고형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급여 진입에서 소외되고 있는 혈액암 신약의 급여진입을 위해 혈액암 전문가의 암질심 참여 확대와 혈액암위원회 설치가 필요하다는 관련 학회의 요구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현행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4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개최된 '국내 혈액질환 치료환경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토론회에서 강미영 심평원 약제관리실 약제기준 부장은 "암질심 위원은 관련 학회 추천으로 과거 9명에서 25명으로 확대했고, 회의 시 참석 인원을 18명에서 25명으로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고 개편 상황을 전달하면서 "인력풀 운영에 한계가 있어 이를 보완하고자 일부 위원 참석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고 밝혔다.

강 부장은 "위원회 내에 4명의 혈액전문가 위원이 참여하고 있고, 필요한 경우 관련 학회에 의뢰해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면서 현행 암질심 체제를 변경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암질심 내 혈액암위원회 설치 요구에 대해서도 "고형암과 혈액암을 분리 운영하기 보다는 약제의 특성, 희귀성 등을 감안해 필요한 경우 전문가 자문위원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면서 "통합적인 관점에서 일관성있게 형평성을 고려해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부장은 또 혈액암 신약 등재 지연과 관련해서는 "등재 시점에서 임상적 유용성의 불확실성 문제로 진입하지 못한 경우 데이터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재정부담을 해소할 대안으로)본인부담율을 인상하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허가와 급여까지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의견이 있어 허가와 동시에 심평원의 평가와 공단 협상까지 동시에 진행해 기간을 단축하는 허가급여연계 시범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제기된 킴리아의 불응성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7월 암질심에서 논의를 했다"고 짧게 답했다. 

박희연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은 심사체계 개편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 사무관은 "혈액암 치료제 급여 등재에 따른 절차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건보 재정에서 약제비 비중은 신약(항암제)의 도입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재정 부담에 신약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혈액암의 급여 등재는 최근 많이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지적하신 앞단에서 최신의 치료제를 사용하고 뒷단에서 비용을 줄이는 방법은 근본적인 해결은 안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좀 더 고민을 하고 개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이날 발제자로 나선 윤덕현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암질환심의위원회 등 급여 심사과정에서 혈액암 전문가 의견이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위원회 구성 등 구조적 개편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은영 한국백혈병환우회 공동대표 역시 "암질환심의위원회에 고형암과 혈액암을 구분해 위원회를 구성하고, 혈액암 위원회를 신설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있다"면서 "지속적으로 관련학회에서 이런 문제제기를 한다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석진 혈액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은 암질환심의위원회 구성이 '전문가'로 구성됐지만 정작 20년 동안 혈액전문가로 불린 자신에게는 단 한차례도 제안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위원회 구성에 이의를 제기했다. 

김석진 이사장은 "암질심 내 위원 구성 비율을 보면 혈액암도 포션이 큰데, 관련 전문가 숫자는 (상대적으로) 적다”면서 "혈액암 전문가로 20년 동안 활동했지만 전문가 위원 제안은 한번도 없었다. 이렇게 전문가 참여가 적으니 아무래도 현장의 목소리 반영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혈액암을 보는 사람이라고 해서 혈액암을 다 아는 것이 아니다"면서 "나 역시 이은영 대표가 제시한 조스타파에 대해 처음 들었다. 나는 림프종을 보는 의사라 몰랐다. 이렇게 전문가도 세부 전공이 다르다보니, 혈액 관련 치료 현황을 다 아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때문에 세부 질환에 대한 더 전문적 의견이 반영되기 위해서는 혈액암위원회가 분리되어야 한다”고 당위성을 부각했다. 

최인화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보건엑세스혁신부 전무는 암질환심의위원회의 회의 내용을 공개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는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결과를 보니, 허가받은 혈액암 치료제 중 37%(14개)가 급여됐다"면서 "반대로 고형암을 같은 기간에 비교할 때, 식약처에서 89개 허가를 받았는데 45%가 급여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렇게 보면 혈액암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중 더 심각한 것은 다발 골수종 치료제인데 24개가 혁신요법으로 허가받았음에도 9개만 급여됐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런 결과는 환자들과 의료진은 수긍하기 어려운 결과”라면서 "이렇게 급여율이 낮은 이유는 결국 암질심"이라고 강조했다. 

최 전무는 "결국 암질심의 낮은 급여권고율이 급여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2021년부터 심평원 암질심 결과 4년치를 분석하니, 암질심에서 급여 권고 결정비율은 43% 불과했다”고 밝혔다. 

그는 “암질심의 투명성과 공정성, 형평성, 전문성의 문제는 지속해서 반복되고 있다"면서 "이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가의 신약 도입을 위해 기금을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돼야 할 것이라는 토론자의 의견에 대해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 의원은 "신약 도입을 기금을 통해 하려면 기본적으로 사업의 성격을 정하고 그 사업과 연결이 있는 곳에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해야 한다"면서 "우선적으로 법안을 개정해야 정책적인 문제와 보험을 커버하지 못하는 수 많은 영역들 중에서 어디까지를 범위로 해야 하는지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금 운영을 하게 되면 의료계와 제약사가 역으로 부담을 가질 수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다각도로 논의를 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

이날 플로어에서는 카톡 질의를 통해 암질심 운영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좌장인 박재영 청년의사 주간은 "암질심에 기수가 바뀌어도 계속 같은 위원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면서 암질심 위원들이이 주기적으로 바뀌고 있다고는 하지만 다른 소소위원회로 갔다가 몇 년 뒤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는 지적도 있다"고 전했다. 

또 "암질심 위원 중 소수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강하게 반영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는 지적과 "위원을 주기적으로 바꾸는 이유는 뭐냐는 질문이 들어왔다"고 전했다. 

김석진 이사장은 "암질심 위원 중 임상시험 참여 연구자들은 배제가 되는데 이들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라면서 "그런 기준으로 하게 되면 나와 윤도현 선생님 같은 사람은 절대 암질심에 참여할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나라 임상 순위가 글로벌에서 4위고 서울이 1위다. 그러면 대형 병원에 근무하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임상에 참여하는데 그렇게 되면 암질심 위원은 전문성을 담보한다고 할 수 있느냐"면서 "적어도 강제로 대형병원 의료진을 임상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암질심 위원에)기회조차 박탈당한다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토론 마지막 순서에서 강미영 부장은 "우리도 암질심이 공정하게 운영되도록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치우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학회에서 전달하고 싶은 의견이 있으면 추천 전문가를 통해 의견을 주면 충분히 반영된다"며 "학회는 환자와 의료진의 의견을 전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국민과 건보재정을 봐야 한다"는 말로 현행 체제 운영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