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감사결과 비판 "권한·예산도 없는 국생원에 책임전가하나"
대통령 소속 국가생명윤리위 운영 미흡 감사 통보 "과도한 감사 잣대" 위원회 지원예산 고작 1억원…생명윤리과 "7기 조만간 출범, 활성화 노력"
복지부 산하기관인 국가생명윤리정책원 감사 결과를 놓고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미흡한 운영을 권한과 예산이 결여된 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 감사 조치한 것은 현실성 없는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국가생명윤리정책원(원장 홍창권, 국생원)에 대한 종합감사 처분요구서를 공지했다.
감사 내용 중 문제가 된 부분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운영 활성화 미흡' 항목이다.
복지부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대통령 소속으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를 두도록 명시하고 있다. 법령에 따라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사무국 기능을 수행하는 전문 지원기관으로 지정된 바 있다.
복지부 감사관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부족한 회의 개최를 지적했다.
운영세칙에 위원회 회의는 분기 1회 이상 개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제5기(2018년 6월~2021년 6월) 위원회를 6회 차례 정기회의를, 제6기(2021년 6월~2024년 6월) 위원회를 4차례 정기회의 개최에 그쳤다.
원칙대로 하면, 최소 연간 4회 씩 3년간 12회 이상 정기회의에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를 보좌하는 전문위원회 운영도 미흡했다.
생명윤리 안전 정책, 배아, 인체유래물, 유전자, 연구대상자보호, 특별 등 6개 분야 전문위원회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6기 3년간 운영 기간 중 특별위원회 11회 개최를 제외하고, 생명윤리 안전정책과 연구대상자 전문위원회를 한 차례도 개최되지 않았고, 인체유래물은 1회만 열렸다.
감사관은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활성화를 위해 국가생명윤리정책원과 협력해 제7기 위원회 구성과 안건 활성화 등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감사 통보했다.
여기까지는 이해가 되는 감사 결과이다.
■국생원 감사결과 황당 "권한도 예산도 없는데 무슨 안건 발굴과 개선하나"
감사관은 이어 "국가생명윤리정책원장은 전문위원회 정비를 통해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안건 발굴 및 운영 개선에 노력해 달라"고 감사 통보했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회의 개최 부족이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잘못처럼 해석되는 대목이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권한도, 예산도 미비한 지원기관 역할에 불과한 정책원에 과도한 잣대로 감사했다는 시각이다.
생명윤리 관련 법에 국가생명윤리위원회 간사위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과 보건복지부장관 2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중 수석 간사위원은 보건복지부장관이다.
복지부가 대통령 소속 국가생명윤리위원회 안건과 회의 개최 등 운영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예산을 들여다보면 더욱 가관이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 해당하는 2024년도 생명윤리 및 안전관리 예산은 127억원이다.
생명윤리연구체계 지원 사업 56억원과 공용IRB 운영 사업 4억원, IRB 등록 평가 인증 사업 5.5억원, IRB 전문인력 양성 사업 1.6억원, 유전자검사 평가 및 지원 사업 6.4억원, 소비자직접시행 유전자검사 인증제 지원사업 4.2억원, 생명윤리안전관리 정책사업 2.4억원, 연명의료제도화 지원 42억원, 연명의료제도화지원 대국민 홍보 사업 3.8억원, 연명의료정보시스템 유지관리 및 고도화 사업 5.6억원, 국가 시체자원 연구관리 지원체계 운영 사업 3.5억원 등이다.
■국생원 올해 예산 127억원 중 국가생명윤리위원회 지원예산 고작 9900만원 '불과'
감사관실이 지적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업무지원 사업 예산은 전년도와 동일한 9900만원에 불과하다.
위원회 개최 3000만원(10회*300만원), 포럼 개최 1000만원(1회), 연례보고서 발간 및 홈페이지 운영 2500만원, 생명윤리 연구 공모 3000만원(10과제*300만원) 및 국제교류 활동 지원 400만원이다.
1억원도 안 되는 예산으로 안건 발굴과 위원회 개최 활성화를 주문한다는 자체가 넌 센스인 셈이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 2025년도 예산안 역시 올해와 동일 수준 편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원 전 임원은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은 국가윤리정책심의위원회 개최를 지원하는 것일 뿐 회의 개최와 운영은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소관이다. 복지부가 해야 할 일은 안 해 놓고 정책원 탓으로 돌리는 감사결과는 어처구니가 없다. 감사관은 생명윤리정책과와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역할과 권한도 구분 못하나"라고 꼬집었다.
주무 부서인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감사관실의 감사결과 의견 조회 과정에서 국가생명윤리위원회 미흡한 예산과 2~3명에 불과한 지원인력 등 여건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생명윤리정책과 공무원은 "국가생명윤리위원회 개최 빈도가 적다는 감사 결과는 맞은 말이다. 코로나 상황 등으로 위원회 개최가 저조했다. 다만, 국가생명정책연구원에 안건 발굴과 운영 개선 노력을 주문한 것은 이해되면서도 엄격한 측면이 있다. 시정조치가 아닌 감사 통보인 만큼 권고 정도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공무원은 "9~10월 중 제7기 국가생명윤리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하고 조속히 출범시켜 운영 활성화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감사관(국장급)은 현재 공석으로 감사담당관이 대행 중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