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PNH' 신약 경쟁력은 '편의성'…주사제→경구제 이동 

노바티스, '파발타' 출시 이후 급여 진입 시동  AZ, 솔리리스·울토미리스 바톤 이을 경구제 '보데이야' 속도전  한독, 급여 진입 성공한 '엠파벨리' 틈새시장 노려

2025-01-17     문윤희 기자

국내 추정 환자 수 500여명으로 추정되는 희귀질환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NH, Paroxysmal Nocturnal Hemoglobinuria)'을 정조준 한 치료제 시장에 경구제형 신약이 급여 진입에 시동을 걸고 있어 주목된다. 

그간 PNH 치료제 시장은 주사제형인 솔리리스(성분 에쿨리주맙)와 울토미리스(성분 라불리주맙)가 주도해 왔었는데, 이 두 약제는 C5억제제로 혈관 내 용혈(IVH, intravascular hemolysis)에만 작용하는 기전으로 한계가 있어 왔다. 

PNH 환자들은 혈관 안팎의 용혈로 인해 빈곤한 피로감, 빈혈 등을 겪으며 잦은 수혈을 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혈전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PNH 환자의 40%는 일생 동안 한 번 혈전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NH 환자들은 이로 인해 치료제가 있어도 용혈 발생에 따른 어려움이 있어 왔는데 최근 아스트라제네카의 보이데야(성분 다니코판)와 노바티스의 파발타(성분 입타코판)가 등장하며 그간 문제가 돼 왔던 혈관외 용혈(EVH, Extravascular Hemolysis)을 잡을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들게 됐다. 

보이데야는 D인자억제제로 C5억제제(라불리주맙 또는 에쿨리주맙)를 투여하는 환자에서 EVH 증상이나 징후가 있는 경우 부가요법으로 추가 투여하는 경구제다. 지난해 6월 허가를 받고 현재 급여권 진입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파발타는 B인자억제제로 기존 주사제형이 커버했던 C5 외에도 C3, C3B를 커버한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약제들이 C5를 기반으로 한 혈액내용혈을 잡는 역할에서 나아가 혈액외용혈까지 커버한다는 점에서 장점을 갖췄다. 다만 PNH 환자에서 일어나는 돌발성 용혈(Breakthrough hemolysis, BTH)이라는 변수를 어떻게 줄여 나갈지에 대해서는 아직 근거를 쌓지 못했다. 

두 신약의 강점은 뚜렷하다. 기존 약제의 빈자리인 혈관외 용혈을 잡는 보이데야, 기존약제 상위단에서 작용해 용혈 전반의 커버가 가능한 파발타는 편의성에서 강점을 갖춘 경구제다. 얄궂게도 새롭게 등장한 두 경구제 신약은 급여권 진입을 위한 속도전도 비슷한 시기에 추진하고 있다. 

어떤 약제가 먼저 급여권에 성공할지는 결국 시장 접근에 타당한 현실적인 약가에 달려 있다. 

장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현재 급여권 도전에 나서고 있는 경구제의 가격은 엠파벨리 수준에서 맞춰야 진입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그 이상 높은 가격을 제시할 경우 접근성에서 쉽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피하주사제형인 한독의 엠파벨리는 C3억제제로 혈관내 용혈(IVH)과 혈관외 용혈(EVH)에서 이점을 보인 임상 연구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11월 급여권에 진입했다. 허가 6개월 만에 초고속 급여권 진입이라는 결과를 나타냈는데, 그 주요 배경엔 낮은 약가가 자리하고 있다. 엠파벨리는 340만 8625원에 급여 시장에 진입했다. 

다만 엠파벨리는 투여 과정을 교육 받은 환자 또는 그 가족, 또는 의료진이 직접 투여하는 피하주사제형이라는 점에서 경구제 신약과는 편의성에서 차이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복지부는 엠파벨리 급여진입에 맞춰 사전심사제도로 운영됐던 PNH 치료제를 일반심사로 전환했다. 일반심사 전환에 따라 환자와 의료진의 치료제 선택권은 외견상 넓어졌지만, 급여삭감이라는 독소조항이 포함되면서 치료제를 적극적으로 써야 하는 의료진 입장에서는 딜레마에 처하게 됐다.

관련해 PNH 환자단체와 관련 학회는 정부에 치료제 투여에 대한 현실 타당한 가이드라인 운영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