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혁신형제약 약가우대 1년째 '나몰라라'
혁신형제약기업에 대한 약가우대 조치 근거를 마련한 법률이 시행된 지 다음달 11일이면 1년이 된다. 하지만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는 1년이 다되도록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답답한 심정에 제약계는 심사평가원을 만나 속내를 털어놓고, 가능하면 검토해 보건복지부에도 건의해 달라고 읍소했다.
이른바 '글로벌진출신약 약가우대' 조치가 한미 FTA 이행이슈에 얽혀 2018년 12월말 무력해진 이후 국내 제약기업의 R&D 의약품들은 적어도 보험의약품 정책상으로는 비빌 언덕이 없는 처지다.
24일 관련 업계와 정부 측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제약바이오협회 및 몇몇 제약사 관계자들과 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 관계자들이 지난 22일 만났다.
제약바이오협회 측과 약제관리실 간 간담회는 지난 12일에 이어 두번째였는 데, 이번에는 국내개발신약 등에 대한 약가우대 관련 내용이 주제였다.
국내 제약계 관계자들은 이날 현재 심사평가원 규정으로 운영 중인 글로벌 진출신약 약가우대 제도는 제대로 활용도 되지 못한데다가 이후 개정을 통해 요건이 지나치게 강화돼 사실상 '사문화'된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R&D 활성화와 적정 보상을 위한 약가정책상의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실제 글로벌 진출신약 약가우대 제도는 한미약품의 폐암신약 올리타정과 씨제이헬스케어의 케이캡정이 급여 평가과정에서 일부 혜택을 본 게 전부였고, 개정이후에는 적용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게 제약계 중론이다.
가령 해당규정을 적용받으려면 새로운 기전 또는 물질, 대체가능한 다른 치료법(약제포함) 부재, 생존기간 상당기간 연장 등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개선 입증, 미국 FDA의 획기적의약품 지정(BTD) 또는 EMA의 신속심사(PRIME)로 허가, 희귀질환치료제나 항암제 등의 모든 요건을 충족하는 세계 최로로 허가된 혁신적인 신약 등의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국내 제약계 관계자들은 만약 국내 개발 R&D 의약품에 대한 약가우대가 어렵다면 평가기간 단축 등 평가과정에서라도 감안해 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글로벌진출신약 약가우대 제도로) 우대받은 의약품이 대체약제로 포함된 경우 우대된 약가를 보정해 평가'한다는 현행 평가 규정을 후속약제에 고려해 달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심사평가원 측은 약가우대 자체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평가기간의 경우 보완조치만 없다면 기간 단축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국내 R&D 의약품 약가우대를 위해 규정을 신설하거나 손질하는 건 불가하지만 운용의 묘는 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제약계 한 관계자는 "현재 개발 중인 국내 R&D 의약품이 적지 않다. 일부 제품은 곧 세상에 나온다. 이런 제품들이 약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글로벌 진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 전에 다시 새로운 논의를 시작했으면 하는 게 이번 간담회 취지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는 그러면서 "복지부 보험약제과 진용이 사실상 새로 구축된 만큼 어떤 방식이든 논의가 시작될 필요는 있다고 본다"고 했다.
한편 심사평가원 측은 현재 공개되지 않고 있는 퇴장방지의약품 제도개선 방안 연구용역과 관련, "연구용역을 토대로 개선안을 검토 중이다. 제약계의 건의를 전향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