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환자 본인부담률을 장관 마음대로 결정하는 시행령 개정을 반대한다는 약사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나왔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이하 건약)는 13일 보지부의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령안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제4급 전염병인 코로나19의 치료제의 경제성평가 우회하기 위한 편법적인 개정이라며 이번 시행령 개정이 의약품 경제성평가 무력화하고, 다국적제약사 배불려주는 편법 개정이라고 지적했다.
건약은 "지난 8월 30일 보건복지부는 감염병 발생 및 유행상황을 고려해 감염병 환자 본인부담률을 정한다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며 "이는 건강보험 등재과정을 거치고 있는 코로나19 치료제인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성분명:니르마트렙비르·리토나비르)와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베클루리(성분명: 렘데비시르)의 비싼 약값을 고려해 환자 본인부담을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혀다.
건약은 이번 입법예고로 인해 향후 비싼 가격이 문제가 되는 치료제의 가격협상에 대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부담을 낮추고 이를 건강보험재정에 전가하는 전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 개정에 반대하는 입장의 의견서를 전달했다.
건약은 "코로나19는 오랜기간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겪으면서 긴급한 상황에 엄밀한 검증을 거치지 않고 코로나19 치료제 구매를 정부가 지원했고 다국적 제약사는 팬데믹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와 특허 독점을 이용해 비싼 가격으로 구매를 종용해왔다"면서 "이제 코로나19 팬데믹은 종식됐고,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를 중증화 및 전파력 등을 고려해 제4급 전염병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팍스로비드와 베클루리는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환자에게 썼을 때 효과가 거의 없다는 임상문헌도 발표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는 지난 11월 코로나19 치료지침을 내놓으면서 팍스로비드 등 경구용치료제의 권고수준을 크게 낮췄다"며 "이제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해 다른 치료제와 마찬가지로 임상적 유용성에 대한 검증 및 비용효과에 대한 적절성을 엄격하게 따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건약은 "최근 정부는 급여신청된 코로나19 치료제의 경제성평가를 우회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며 "경제성평가는 현행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약제급여 과정에서 핵심적 요소다. 대상질환 환자가 적은 희귀질환이나 항암제 또는 결핵치료제 등이 조건에 따라 경제성 평가가 면제되고 있으나 경제성평가 면제대상 약제에 대해서도 추후에 경제성 평가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다국적제약사의 과도한 이윤추구에 맞장구를 칠 게 아니라 제4급 전염병 치료제의 효과성에 비추어 적정한 가격을 책정하여 가격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건약은 "건강보험의 보장성강화 정책에 찬성하며, 전반적인 치료제 비용부담을 낮추기 위한 제도적 방향전환이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고시에 따라 특정 치료제의 본인부담률을 임의적으로 조정하는 주먹구구식 운영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는 정부가 담당해야 할 의약품 가격 협상에 대한 책임을 건강보험 재정에 전가하는 정책에 불과하다"며 "지금은 다국적 제약사의 입김에 휘둘릴 게 아니라 그동안 쌓아온 원칙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의약품 접근권의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