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보건노조 의대 증원 관련 윤석열 대통령 담화 입장
상태바
[논평] 보건노조 의대 증원 관련 윤석열 대통령 담화 입장
  • 이창진 기자
  • 승인 2024.04.02 09: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월 1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기대한 환자와 국민들을 다시 한번 실망케 했다. 50분간 진행된 대통령 담화에 진료 정상화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조속한 진료 정상화 해법이 나왔으면 하는 국민들의 기대는 대통령 담화 발표 후 실망으로 바뀌었다.

어제(4월 1일) 보건의료노조는 한국중증질환연합회와 간담회를 갖고 환자들의 고충을 들었다. 암 의심 진단으로 조직검사를 받아야 하는 환자는 병원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암 진단을 받은 환자는 종양이 자라는 걸 알면서도, 지금 치료받지 못하면 다른 곳으로 암이 전이되는 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담당의사가 없어 정해진 치료시기와 치료방법을 놓쳐야 하는 환자들은 극심한 불안과 공포로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정부와 의사단체의 강 대 강 대치는 환자들을 자포자기 상태로 몰아넣고 있었다. 정부도 의사단체들도 “환자생명을 위한 결정”이라고 변명하지만 정작 환자들은 실낱같은 희망의 끈마저 놓아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담화는 하루빨리 진료가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환자들을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대국민 담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란 바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의사 진료거부 사태로 파행을 겪고 있는 진료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인 제게 가장 소중한 절대적 가치는 바로 국민의 생명”이라고 강조했지만 40여일이 넘도록 환자생명을 위협하는 의사 진료거부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오히려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정치적 해결 능력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여전히 공공의료를 강화하겠다는 언급은 단 한 군데도 없고, 필수의료·지역의료를 어떻게 강화할지 구체적 대안도 없이 의료산업화를 밀어붙이려는 의도를 명확히 내비치고 있는 점이다. 의사들의 소득과 관련해 “의료산업 발전에 따라 바이오, 신약, 의료 기기 등 의사들을 필요로 하는 시장이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이나 “의료서비스의 수출과 의료 바이오의 해외 시장 개척 과정에서 의사들에게 더 크고 더 많은 기회의 문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한 대목을 보면 정부의 의대 증원 목적이 의료산업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공공의료·필수의료·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구체적이고 전향적인 해법은 없이 기존의 정부 입장만 그대로 되풀이한 대통령 담화는 국민들에게 실망만 안겨준다. 
 
지금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정부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라 조속히 진료를 정상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화 자리를 만들 때이다. 다행스럽게도 윤석열 대통령은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 정부 정책은 늘 열려있다.”며 대화 의지를 밝혔다. “국민, 의료계, 정부가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 구성도 좋다”며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 의지도 내비쳤다. 우리 보건의료노조는 열린 정책 논의와 사회적 대화체 구성을 통해 조속한 진료 정상화와 의료개혁 해법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대화 의지만 밝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구체적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해법은 늘 현장에 있다. 의사 진료거부 사태로 가장 아픈 곳은 의료현장이다. 윤석열 정부는 의사 진료거부로 의료공백이 발생하고 있는 중증·응급의료 현장을 방문해 환자와 가족들, 의료진과 보건의료노동자들을 만나 의료공백으로 인한 피해와 고충을 듣고 거기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바로 국민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의료현장의 절박한 목소리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의사단체들은 논의의 장을 열겠다는 정부의 대화 의지를 발로 차버리지 말고 전향적으로 대화에 나서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 정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생명이다. 40여일 넘게 방치하고 있는 환자들 곁으로 돌아가 진료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 더 이상 환자생명을 담보로 정부를 굴복시키려 하지 말고, 환자 곁으로 돌아가 환자와 국민들의 지지와 신뢰를 바탕으로 의료개혁을 주도해가야 한다. 이것이 대한민국 의사가 가야 할 길이다. 의사를 악마화한다며 정부와 여론을 비난하는 데 시간을 허비할 것이 아니라 환자들 곁으로 돌아가 환자와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지금의 꼬인 실타래를 푸는 올바른 길이다. 환자를 위해 조건없이 진료를 정상화하고, 국민들이 공감하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하면서 의료개혁을 주도해 나간다면, 의료개혁과 국민적 지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총선득표용 잣대로 환자생명을 저울질해서는 안 된다. 환자생명은 총선 득표를 위한 이해득실 타산 대상이 아니다. 정당과 총선 후보들은 환자생명이 위협받는 지금의 위기상황을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 의사 진료거부 사태로 인한 의료공백을 해결하고, 국민생명을 살리기 위한 조속한 진료 정상화보다 더 시급한 민생현안은 없다. 진료 정상화는 총선 뒤로 미뤄둘 일이 아니다. 22대 총선에 출마한 952명의 후보자들은 너나없이 의료공백 사태로 피해받고 고통받는 의료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조속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을 대변하고자 하는 여야 모든 정당들은 조속한 진료 정상화와 올바른 의료개혁을 위한 초당적 기구를 국회 안에 구성하고, 정부와 의사단체를 대화 자리에 앉혀야 한다. 

2024년 4월 2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