잴코리, 존속기간 늘려 국내에선 16.7개월 더 보호
정일영 의원, 미국과 유사한 방식 입법안 제출
국내 제약계 '찬성' vs 외국 제약계 '반대'
[이슈분석] 유효 특허권 존속기간 규제법안 주요내용과 쟁점
유효 특허권 존속기간 상한을 도입하는 내용의 국회 입법안에 대해 외국 제약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로 의견을 제시해온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뿐 아니라 일본제약공업협회, 미국제약협회, 미국제약산업협회, 미국바이오협회, 세계제약협회연맹, 국제의약품특허협회 등 국내에서 활동하지 않는 단체들까지 나서서 입법저지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상황이다. 대체 유효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제도는 무엇이고, 개정안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기에 이렇게 집단적으로 반발할까.
뉴스더보이스는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의 특허법개정안에 대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상헌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를 통해 국내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제도와 개정안의 주요내용, 찬반 의견과 주무관청의 입장 등을 정리해 봤다.
연혁=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제도는 의약품·농약의 허가 등에 장기간(임상시험·품목허가 검토기간) 소요돼 발생하는 '특허권 불실시 기간'을 최대 5년 내에서 연장해 보상하는 제도다.
1987년 미국의 통상압력에 의한 물질특허 제도 도입과 함께 최초로 도입・시행됐다. 시행 초기에는 연장신청 후 승인제도로 운영됐으나, 불승인 처분에 대해 불복할 경우 반드시 행정소송을 거쳐야 하는 문제, 허가 등을 받은 후 오랜 시간에 경과한 후에야 존속기간 연장신청이 가능했던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1990년 관련 법령을 개편해 연장등록출원 후 심사등록 제도로 변경됐다.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제도는 해외 주요 국가들도 운영하고 있는 제도다. 다만 연장기간과 연장 적격성 등에서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우선 연장기간은 한국 뿐 아니라 일본, 미국, 유럽, 중국 등도 상한을 5년으로 설정하고 있다. 여기다 미국과 유럽, 중국은품목허가일로부터 상한도 별도로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14년, 유럽 15년, 중국 14년인데, 한국과 일본은 이 상한이 없다.
연장가능 특허개수에서도 차이가 존재한다. 한국과 일본은 복수로, 미국과 유럽, 중국은 단수로 인정한다. 구체적으로 한국과 일본은 물질, 용도, 제법 관련 특허 모두 연장 가능하도록 하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 중국은 물질특허만 허용하고 있다.
국내 존속기간 연장제도의 영향=이런 차이는 오리지널 특허보호 기간을 한국이 미국 등 의약품 선진국보다 더 연장하는 효과를 발생시킨다. 특허청의 연장등록출원 심사현황을 보면, 연장등록출원 평균 등록률은 81.6%에 달한다. 이중 연장등록출원으로 등록결정된 의약품의 유효 특허권 존속기간(1999~2021년)을 분석했더니 14년 이상이 특허기준으로는 111건(전체의 18%), 품목수로는 79건(전체의 22%)으로 파악됐다.
허가일을 기준으로 보지 않아도 분석대상 기간 중에 특허권이 연장된 의약품 4~5개 중 1개가 미국 등의 상한보다 더 길게 존속기간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사례를 보자. 화이자의 ALK 표적항암제 젤코리(크리조티닙)는 미국에서 2004년 2월26일 물질 특허가 등록됐다. 20년 보호기간을 고려하면 2024년 2월25일이면 종료되는 특허다. 그런데 FDA에서 2011년 8월26일 시판 승인돼 존속기간이 관련 규정에 따라 2025년 8월26일까지 연장됐다. 존속기간 연장제도로 특허보호기간이 547일 더 늘어난 것이다.
허가일로부터 15년을 인정하는 유럽의 경우 같은 방식으로 2027년 10월23일까지 물질특허가 존속된다. 보호기간 연장효과는 799일이다.
한국은 어떨까. 국내 물질 특허등록일은 2005년 8월15일로 유럽과 같다. 식약처 허가는 2011년 11월29일로 EU 최초 허가일인 2012년 10월23일보다 빠르다. 그런데도 특허존속기간은 2028년 6월14일까지 연장됐다. 최초 특허등록일 기준으로 보면 특허보호기간이 1034일 더 늘어난 것이다. 또 시판허가 일과 비교하면 연장기간이 약 16.7개월이나 된다.
허가일을 기점으로 한 존속기간 연장 상한이 설정되지 않아서 미국이나 유럽보다 훨씬 더 오리지널에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연장가능한 특허권 개수도 특허보호기간에 영향을 주고 있다. 1999~2007년까지는 하나의 품목허가에 대해 대부분 단일특허만 연장하다가 2008년부터 복수특허 연장출원이 증가했다. 복수특허를 연장하는 의약품 비율은 2021년 기준 전체 품목허가 중 약 40%를 차지하며, 평균 연장건수는 2.6개로 파악됐다.
최다 연장출원 품목은 덱스란소프라졸(다케다, 8건), 사트랄리주맙(로슈, 10건), 염산펜타닐(알자, 11건) 등이다.
젤잔즈(토파시티닙시트르산)도 단일 특허권을 선택해 연장한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복수(3건) 특허권이 연장돼 특허권 존속기간이 길어졌다.
실제 미국과 유럽의 존속기간 연장을 반영한 특허만료일은 각각 2025년 12월8일과 2027년 5월28일이지만, 한국은 3번의 연장으로 물질특허 2025년 11월22일, 제법특허 2027년 5월28일, (추가)물질특허 2027년 11월24일로 더 길다.
정일영 의원 법률안=정 의원은 한국의 이런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제도로 제네릭 출시가 지연돼 국민의 의약품 조기 접근권 확보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연장 특허권 존속기간을 미국과 같이 허가일로부터 14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연장 가능한 특허권 수도 단수로 규정하는 개정안을 이를 개선할 대안으로 발의했다.
정 의원은 "유효 특허권 존속기간의 상한(캡)을 도입하고 연장가능한 특허권 수를 제한함으로써 국민의 의약품 조기 접근성을 높이고, 미국·유럽 등 주요국 수준으로 허가 등에 따른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제도를 제고하려는 것"이라고 법률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찬반 갈린 국내외 제약계=이해관계가 다르다보니 법률안에 대한 국내외 제약계의 입장은 확연히 다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적극 찬성' 입장을,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일본제약공업협회·미국제약협회·미국제약산업협회·미국바이오협회·세계제약협회연맹·국제의약품특허협회 등은 일제히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제약바이오협회는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제도는 절차상 지연으로 인한 특허권 존속기간의 부당한 단축을 막기 위해 극히 예외적으로 해당 기간만큼의 연장을 인정하는 제도"라면서 "특허법개정안(상한(캡) 규정 신설)에 대해 적극 찬성한다"고 했다.
또 "연장제도의 중복 적용은 특허권자의 독점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지게 하고 일반 공중의 특허발명 사용이 크게 지연된다"면서 "제의 도입 취지와 특허법의 목적에 반하는 것"이라고 역시 단수 연장 필요성을 옹호했다.
이와 달리 글로벌의약산업협회 등은 "전체적인 연장제도 개선이 아니라 그 중 일부 요소만을 제외국의 것을 가져오면 국민들의 의약품 접근성은 악화되고 국제적 조화와 더욱 거리가 멀어질 것이므로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한국은 연장기간에 '국내임상시험 기간'만을 인정하고 있고, '해외임상시험 기간'은 포함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한국의 연장기간은 주요국의 연장기간에 비해 매우 짧다"고 주장했다.
허가심사 중에 이루어지는 식약처의 허가서류 보완요청을 일률적으로 허가신청인의 '귀책사유'로 보고 해당 보완요청에 대한 대응기간을 연장기간에서 제외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또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이 최초 허가 시 적응증에만 미치는지 여부에 대해 상반된 하급심 판결과 심결이 존재해 연장 대상 허가의약품의 허가된 모든 용도에 미칠 수 있는지가 불분명하고, 연장등록출원에 대한 거절결정을 다툴 기회가 사실상 없다. 이런 절차상 제약은 주요국과의 연장제도 격차를 더욱 벌리는 원인이 된다"고 했다.
특허청 입장은=주무관청은 개정안의 핵심인 연장기간 상한설정과 연장가능 특허권 개수 단수화에 대해서는 별도 언급하지 않고, 반대 측의 연장기간 산정, 특허권 효력범위, 불복제도 등에 대한 입장만 제시했다.
우선 연장기간 산정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미국)도 연장기간에 해외 임상시험 기간은 포함하고 있지 않다. 또 식약처 허가서류 검토기간 중 출원인의 귀책기간을 제외하는 대법원 판결을 등을 고려해 보면 연장기간 산정방식은 현행 유지가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장기간의 장단(길고짧음)은 국가의 신약 개발능력, 의약품 시장규모 등에 따른 자국 내 임상시험 기간(1~3상 vs. 3상) 차이의 문제이며, 연장제도의 차이 문제라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특허권 효력범위에 대해서는 "대법원은 ‘특허권자의 보호’와 ‘연장제도의 취지’를 고려해 주요국과 같이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범위를 ‘유효성분’을 기준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현 우리나라 실무도 실질적으로 주요국과 같이 운용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의약용도와 관련해 ‘약사법상 용도’가 아닌 ‘특허법상 의약용도’로 넓게 운용하고 있으므로 현행 법령 체계하에서 제도 유지가 바람직하다"고 했다.
불복제도에 대해서는 "특허권자의 절차적 권리의 실질적인 보장을 위해 거절결정 후 다양한 구제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다만 동 구제수단은 등록지연에 따른 연장등록출원의 거절결정에 대한 구제 수단과 함께 도입돼야 하므로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수석전문위원 판단은=이 수석전문위원은 "연장된 특허권의 존속기간은--- 연장할 수 없다'라는 개정안의 표현이 어색해 바로잡고, 허가 등에 따른 존속기간 연장을 5년까지 허용하고 있는 규정에 대한 예외 규정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또 "'연장가능한 특허권의 수를 단수’로 규정하는 내용은 유사한 규정을 안 제90조제7항에서도 중복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법률 89조(허가 등에 따른 특허권의 존속기간 연장)에 단서로 '허가등을 받은 날부터 14년을 초과해 연장할 수 없다'는 단서를 신설하고, 90조(허가 등에 따른 특허권의 존속기간의 연장등록 출원)에 1허가 1연장등록 출원을 신설하면서 착오로 인한 복수 연장등록출원에 대한 보완조치를 마련하는 걸 수정의견으로 제시했다. 개정안의 주요내용들을 수용해 입법화하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