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무리였나?...찝찝하게 마무리된 외국약가비교 T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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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무리였나?...찝찝하게 마무리된 외국약가비교 TFT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4.07.08 0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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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당국-제약, 8개월간 10차례 만났지만 공회전만 거듭
참조가격제 적용 독일·캐나다 '색인가' 반론 폭주
정부·보험당국 "검토해보겠다"...확답 유보

외국약가비교 재평가 기준을 정하기 위한 태스크포스팀(TFT)이 사실상 성과(협의점)를 내지 못하고 종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참조가격제'를 시행하는 국가들의 '색인가'가 막판 회의 최대 이슈였던 것으로 전해졌는데, 각국의 약가제도가 다른 상황에서 가격을 깎는 수단으로 비교가격을 산출하려는 시도가 처음부터 무리수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7월5일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배석한 가운데 제약단체들과 만나 외국약가비교 재평가 관련 10번째 간담회(TFT)를 가졌다.

작년 11월에 시작해 약 8개월 간 진행된 TFT의 사실상 마지막 회의였다. 양측은 지난달 진행된 실무회의까지 포함하면 횟수로는 12번 만났다.

하지만 비교적 긴 시간 의견수렴과 협의를 진행했지만 정부·보험당국과 제약계는 협의점을 찾지 못하고, 마지막까지 공전만 거듭했다. 정부와 보험당국은 A8국가의 최고가 중 최대·최저가를 뺀 가격으로 조정평균가를 구해서 국내 최고가와 비교하는 3년 주기 재평가 방안을 큰 틀에서 언급해 놓은 상태인데, 제약계는 이런 방식의 재평가 자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줄곧 고수해 왔다.

제약계가 반발하는 가장 큰 명분은 제각각인 국가별 약가제도의 차이이다. 가령 막판 최대 이슈였던 이른바 참조가격제나 유사 참조가격제를 시행하는 독일과 캐나다의 색인가 논란이 대표적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참조가격제로 불리는 약가제도를 시행하는 국가에서는, 특히 특허가 만료된 성분의 경우 급여가격은 사실상 가장 낮은 가격이다. 

예컨대 특정성분 약제의 급여가격이 100원이라고 하면, 제약사는 급여가격에 맞춰 100원에 팔거나 이 보다 더 높게 가격을 정해 팔 수도 있는데, 이 때 보험당국은 당연히 100원까지만 보상(상환)하고, 100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환자가 더 부담한다. 이와 달리 한국의 등재가격은 '상한금액'이어서 이 금액보다 더 비싸게 팔 수 없고, 또 보험자는 '상한금액'이 아닌 청구된 실거래가를 보상(상환)하는 체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공적 급여가격을 비교하면 독일과 캐나다의 경우 사실상 가장 낮은 가격이, 한국의 경우 가장 높은 가격이 색일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고, 이 가격을 비교하면 격차가 크게 나올 수 있다. 물론 최대·최저가를 빼기로 해서 일부 보정이 될 수는 있지만 유사 참조가격제 시행국가가 이렇게 적어도 2개국 이상이면 최저가를 빼도 큰 의미가 없어진다. 제약계가 막판까지 두 개 국가 사례를 들고 반론을 제기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제약계 한 관계자는 "외국 약가 비교 재평가의 취지를 고려했을 때, 외국 약가는 각 국가별 약가제도의 차이를 고려해 실제로 해당 국가의 약가를 대표할 수 있는 가격을 국내 약가에 대응하는 가격으로 색인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참조가격제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이기 때문에 약제의 참조군에 'FB(급여가격)'라는 최대 상한금액을 명시해 상환의 제한선을 두고 있을 뿐 개별 약제의 가격은 'UVP(약국판매가)'로 별도로 존재한다. 캐나다의 'Amount MOH Pays(급여 상환금액)' 또한 약가(DBP, Drug Benefit Price)와 별개인 보험자 부담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참고할 건 국내에서 신규 등재되는 신약에 대해 급여를 평가할 때 참조하는 산식에서 색인 자료원은 독일의 경우 'UVP', 캐나다의 경우 'DBP'라는 점이다. 따라서 정부와 보험당국이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를 진행하면서 비교 색인가를 공적 급여가격으로 삼을 경우 신약 참조 방식과도 배치되는 결과를 낳는다.

무엇보다 외국약가 참조 산식은 신규 등재되는 신약의 급여 적정성을 평가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로 활용되는 데 반해, 같은 산식을 적용해 단일요소로 약가인하 기전으로 삼으려는 시도는 처음부터 무리수였다는 주장도 나온다.

제약계 다른 관계자는 "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이 회의에서 검토해 보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는데, 그게 추가 협의를 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이걸로 종료하고 밀어붙이겠다는 것인지 현재로써는 알 수 없다. 국내 최고가와 외국의 가장 낮은 제네릭 가격을 비교해서 약가를 깎는 방식은 어불성설이다. 이대로 가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제약산업 전체가 힘든 상황이다. 정부가 사후관리제도 전반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하는 연구(통합적 약제 조정기전 마련)를 추진하겠다고 했으니 좀 숨고르기 하면서, 이런 방식의 재평가는 유보하는 게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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