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으로 인한 국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부담에 대해선 항암신약이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한국은 신약 도입 및 접근성 측면에서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다방면에서 개선점을 모색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국처럼 암 환자를 위한 별도 기금을 도입하는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성모병원 강진형 교수는 17일 암환자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토론회(이종성 의원실 주최)에서 혁신신약의 유효성과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강 교수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국내 암 발생률은 매년 8% 증가했다. 한 해 신규 발생 환자는 23만명에 이르며, 이는 경기도 하남시 인구와 맞먹는 수준이다. 현재 국내 40~80세 이상 연령대의 주요 사망원인 1위 역시 악성신생물(암)이 차지하고 있다.
암에 대한 부담은 인구고령화와 맞물려 더 가중되고 있다. 한국은 전체 인구에서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지속 늘어나는 추세다. 2045년께 전체 인구 중 고령자의 비율은 37%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강 교수는 이런 상황에 대한 해결책으로 항암신약을 지목했다. 면역항암제의 경우 특정 암종에 대해 사망위험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일례로 면역항암제와 세포독성항암제 병용치료는 비소세포폐암에서 사망률을 44% 감소시키는 효과를 증명하기도 했다.
아울러 면역항암제는 기존치료 대비 부작용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환자 삶의 질 개선 측면에서 우수한 대안이라는 사실 역시 확인됐다. 이런 효능과 혜택을 췌장암·간암·식도암 등 발생빈도가 낮은 암종에서도 발휘한다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 받아야 한다고 강 교수는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은 혁신신약의 도입 및 접근성에서 주요 선진국보다 뒤쳐지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5년간(2011-2016년) 도입한 신약 개수는 109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19개)보다 적은 상황이다. 급여 등재까지 소요되는 기간도 약 823일(2012-2018년 기준)로 회원국 평균(519일) 대비 300일 가량 더 긴 실정이다.
항암제만 따로 따져보더라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한국은 국가 전문의약품 비용 중 항암제 비율이 10.9% 수준이었고, 이 가운데 면역항암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호주 20.5%(면역항암제 비율 5%), 이탈리아 19.8%(3%), 영국 18.3%(2.6%), 일본 15.8%(2.8%), 미국 12.7%(2.7%) 등에 견줘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강 교수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정책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구체적으로 ▲신속허가제도의 유연한 적용 ▲보험등재 시 경제성 평가 척도인 ICER 임계값의 상향 조정 ▲항암제에 대한 새 가치평가 도구 도입(ESMO-MCBS/ ASCO-NHB) ▲건강보험 국고지원 비율 상향 조정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 방안 등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특히 암 환자를 위한 별도의 재원 마련을 고려해봄직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해외사례를 참고한 제안이기도 하다. 현재 영국과 캐나다 일부지역(온타리오주)은 암 환자를 위한 별도의 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호주·스코틀랜드·벨기에·이탈리아·뉴질랜드 등에선 희귀질환자에 대해 비슷한 기금의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
강 교수는 일련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사회경제적 가치를 고려할 것을 당부했다. 이와 관련, 사망률 1% 감소 시 국가가 누리는 사회경제적 비용절감 효과는 126조원에 이른다는 점을 조명했다.
한편, 국민의힘 이종성의원(보건복지위원회, 비례대표)은 최근 암환자 의료비 지원 등에 필요한 재원확보를 위해 암관리기금 설치 근거를 마련하는 암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