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전공의협, 집행부 사퇴와 비대위 전환…대정부 투쟁 시한폭탄 '작동'
의대 증원 발표 후 의료계와 정부의 극한 대립이 향후 공개토론을 계기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의사협회와 전공의협의회는 집행부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으로 총파업 전열을 다듬고 있는 상태이며, 보건복지부는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대응을 고수하면서 대화를 통한 의료계 설득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형국이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13일 중수본 브리핑을 통해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와 건강보험 종합대책 그리고 의대 증원 숫자까지 결정해 발표했다. 정부 정책이 다 결정됐다. 그래서 결정된 정책을 가지고 얼마든지 토론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날 의대 증원 관련 의료계 반발과 총파업 움직임을 의식해 팬데믹 상황과 동일한 정례 브리핑 체계를 가동했다.
앞서 의사협회는 의대 증원 관련 TV 토론을 제안했으나 복지부는 답변을 보류해왔다.
박 차관은 질의응답을 통해 "그 당시 토론을 복지부가 안 한다고 한 적도 없다. 다만, 그때는 논의가 진행 중이었고, 위원회(보정심) 의사 결정도 이전이었다. 모든 의견을 듣는 과정에 있었고 정부가 어떤 확정된 결과물 없이 토론회에 임하는 것은 적절치 않았기 때문에 명확한 답을 내리지 않은 것"이라며 "정부 정책이 다 결정됐다. 그래서 결정된 정책을 가지고 얼마든지 토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지난 6일 의대 증원 발표 당일 사퇴를 공표했으며, 의협 대의원회는 7일 긴급 임시총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의결했다. 비상대책위원장에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을 선임한 상황이다.
전공의협의회는 이날 온라인 임시 대의원총회(2월 12일) 결과 보고를 통해 박단 회장을 제외한 부회장과 이사 전원 사퇴 및 비상대책위위원회 전환을 194단위(총 223단위) 중 찬성 175단위, 기권 19단위로 가결됐다고 공표했다.
의사협회와 전공의협의회 모두 언제든 대정부 투쟁이 가능한 비상대책위원회 체계로 전환한 셈이다.
복지부는 지난 6일부로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경계 단계로 상향하고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 운영에 들어갔다.
의료법에 근거해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과 집단 사직서 수리 그지 명령을 내렸으며 검경찰과 행안부 등 범정부 차원에서 법에 규정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의료계 총파업을 엄정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의료계 총파업 예비 선전포고에 윤정부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법을 동원한 사실상 원천봉쇄를 선언한 것이다.
문제는 투쟁과 대응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이다.
의대 증원 2천명 강행 발표는 대학병원 임상교수와 전임의, 전공의 그리고 중소병원 봉직의와 개원의 등 의료계 모든 직역에 분노감을 자아냈다.
의료계는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대정부 투쟁의 시한폭탄을 작동함과 동시에 의대 증원 문제점을 부각하며 의사 결속을 견고히 하고 있다.
복지부는 장차관을 위시해 실국장과 과장 등을 중수본 겸직에 발령하고 의료계 주장에 반박하는 정례브리핑을 통한 대중언론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전쟁 중에도 협상은 진행된다.
의정 양측은 총파업과 법에 따른 엄정 대응 후폭풍을 잘 알기에 사전 교감을 위한 물밑 대화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극한 대립 상황에서 공개토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의료계도 복지부도 국민 여론을 무시한 집단행동과 법 집행은 부담스럽긴 마찬가지.
의료계와 정부가 공개토론을 한다고 현 상황이 달라지긴 힘들다.
다만, 의대 증원 문제점과 당위성 등 의정 입장을 전달해 국민들의 냉정한 평가와 함께 향후 벌어질 상황에 이해를 구할 수 있는 각자의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의사 사회는 SNS를 중심으로 의대 증원 결정 관련 추측성 해당 공무원 비판과 비난 등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으며 의사협회는 이번 주부터 대정부 궐기대회를 예고한 상황이다.
한편, 박민수 차관은 고3 자녀와 의대 증원 수혜를 결부시킨 의료계 일각의 주장과 관련, "제 딸이 고3인 것은 맞다. 복지부 차관이 중요한 결정을 혼자 다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제 딸은 국제반으로 해외유학을 준비하고 있고 국내 입시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