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사회적 합의-관련 연구 등 선행돼야 "
환자단체 "다른 진료과와 형평성 문제 제기"
응급상황 중에 발생한 중대한 의료사고를 국가가 보상하는 이른바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포함시키려는 법률안에 대해 의사단체를 제외한 정부와 환자단체 등이 일제히 반대하거나 '신중'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사실은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의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분쟁조정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지민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18일 검토보고서를 보면, 개정안은 보건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는데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국가가 보상하는 '의료사고 보상사업' 대상에 '응급 상황 중 발생한 중대한 의료사고'를 추가하는 게 골자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개정안에 적극 찬성한다. 개정안을 통해 필수의료 인프라 붕괴 및 필수의료 전문의 감소 추세를 막을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며, 찬성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정부와 다른 유관 단체는 일제히 반대 또는 신중 의견을 제시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 기피현상 등을 해결하기 위해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적 책임 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법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응급상황 중 발생한 중대한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피해의 국가 보상 법제화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전반에 대해 국가적 책임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사회적 합의 및 관련 연구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며, 신중검토 의견을 제시했다.
기획재정부 역시 신중검토 입장이었다. 기재부는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의 직접지원은 분만과 같은 특수 상황을 제외하고 제한적으로 시행될 필요가 있다"면서 "의료인의 책임성 확보 및 재정부담 등을 고려 시 국가의 직접보상이 아닌 현재의 책임보험제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는 2025년부터 응급의료를 포함한 필수과목 의료진 대상 책임보험료 일부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반대입장을 내놨다. 연합회는 "응급상황 중 발생한 중대한 의료사고에 대해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을 확대하는 것은 다른 진료과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점, 국가 재원이 소요되는 문제가 야기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반대한다"고 했다.
연합회는 "다만, 필수의료 기피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적 목적 달성을 위해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의 대상범위를 확대하려면, 응급의료 외 다른 진료과목을 포함해 전체적인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대한조산협회도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하나,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보건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는데도 응급 상황 중 발생한 중대한 의료사고가 불가항력으로 발생했다고 볼 수 있는 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 마련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며, 신중검토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이 개정안은 19일 열리는 제1법안소위에서 세부 심사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