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치료제 빈다맥스, 투여할 권리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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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치료제 빈다맥스, 투여할 권리를 달라"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4.07.29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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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회장, "심장 기능 20% 불과한 상태,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심장기능 떨어질 때 마다 받는 '수술' 이제는 한계 상황"
소아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 뒤 가려진 성인 희귀질환 '아쉬워'

"심장 기능이 20%에 불과해 심장마비가 올 수 있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제세동기가 들어 있는 버전의 심장박동기를 다는 수술을 앞두고 있다.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가 국내 있지만 우리(환자)의 상황은 이렇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아밀로이드증학회에 참석한 김동현 회장(사진 왼쪽)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아밀로이드증학회에 참석한 김동현 회장(사진 왼쪽)

김동현 아밀로이드증 환우회 회장은 희귀질환인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심근병증(ATTR-CM)을 앓고 있는 자신의 상황을 "박동기가 채워주는 삶"이라고 표현했다.

아밀로이드증은 단백질인 아밀로이드가 체내에서 분해되지 않고 특정 장기나 기관에 쌓이면 기능이 떨어져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게 되는 질환이다.

유전형(ATTR 아밀로이드증)은 가족 내에서 환자를 탐색하기 때문에 연령대가 낮은 반면 일반형은 나이가 들면서 단백질의 변형과 축적이 되기 때문에 대부분 환자가 고령이다. 진단 역시 어려워 유전형을 제외한 환자들은 진단방랑을 3~5년 정도 겪는다.

국내에는 가족력으로 파악된 환자를 비롯해 200여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환우회에 따르면 환자의 80%는 심장관련 이상을, 20%는 신경계 이상을 겪고 있다.

김동현 회장은 ATTR 중 심장에 아밀로이드가 축적되는 ATTR-CM(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심근병증)을 앓고 있다. 이로 인해 심부전을 겪고 있으며 심장의 기능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9월이면 제세동기가 삽입된 심장박동기를 달아야 하는 상황이다.

김동현 회장은 "심장의 기능은 지속적으로 떨어져 심장박동기에 의존하고 있지만, 두 번째 타격은 신경쪽으로 와 현재 잘 걷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대부분 ATTR-CM 환자들은 심장박동기를 달고 살아가고 있다. 다른 장기에 문제가 생기면 대증요법으로 치료를 받으며 버티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 병은 다른 치료방법이 없다. 약을 먹어야 하는데 2020년에 급여된 빈다켈은  질환의 진행을 늦춰주지만 근본적인 치료제는 아니다"면서 "빈다맥스라는 치료제가 2020년 국내에 들어(허가)왔지만 급여 진입 시도를 여러 차례 했음에도 여전히 환자들에게 투약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다른 치료제라도 있으면 우리도 요구를 하겠지만 (치료할 수 있는)대안이 없다"면서 "지금까지 정부와 회사가 노력해서 논의가 진척되고는 있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위해서는 환자들에게 약이 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현 회장은 최근 정부의 '신약의 혁신 가치 적정 보상안'의 첫 타자로 ICER 탄력 적용을 받은 엔허투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물고를 텄으니 기대하고 있다. 두 번째 약물로 빈다맥스가 올랐으면 한다"면서 "극희귀질환인 ATTR-CM은 비교 대상 약제가 없는데 적정성 평가가 가능하느냐가 문제다. 정부가 죽음의 문턱 앞에 선 환자들을 고려해 판단해 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아밀로이드증 환우회 정기모임에서 김동현 회장이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아밀로이드증 환우회 정기모임에서 김동현 회장이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그는 "내 이전 세대들은 진단도 받지 못하고 이유도 모르고 돌아가셨다"면서 "우리 세대는 진단 방랑도 있었지만 어떻게 해서든 진단을 받고 심장박동기를 달았지만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치료제가 나왔다. 우리 다음 세대들에겐 우리가 겪었던 고통을 그대로 지게 해서는 안되지 않냐"면서 "젊은 환자들을 방치하면 우리와 같은 고통 속에 살아가게 된다. 부디 치료제를 써서 질환이 진행되지 않도록,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보험을 해 달라"고 호소했다.

"치료제 접근성, 소아·성인 '균형' 맞춰 개선되길"

김동현 회장은 한 시간 가량 유선으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치료제 접근성에 대한 윤 정부 정책의 아쉬움도 전했다. 중증·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제도가 시행되면서 가졌던 '희망'이 소아를 대상으로 이뤄지자 상대적인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어린 아이에 대한 기대 수명이라든지 세상에 살아갈 기대가 높아서 우선순위를 높여서 고려하는 것 아니냐는 환자들의 지적이 있다"면서 "정부는 우리들의 문의에 '아니다"고 답했지만 우리가 느끼는 현실은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심근병증은 대부분 40대에 환자가 발생한다. 국가에 기여를 할 수 있는 연령대"라면서 "이 질환 때문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희귀질환에 사용되는 국가 예산을 살펴보면 OECD 국가 중 한국은 상당히 낮다"면서 "국가 예산의 지원과 지출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인터뷰를 정리하며 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2년 2월 23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희귀질환 극복의 꿈, 실현을 위한 정책과 제도의 현실'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는 김동현 회장의 모습
2022년 2월 23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희귀질환 극복의 꿈, 실현을 위한 정책과 제도의 현실'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는 김동현 회장의 모습

그는 "유전형인 경우 부모가 진단되면 사회적 편견 때문에 가족들에게 이야기 하는 것을 꺼리는데, 병에 대해 교육해서 정보가 충분하면 치료제를 통해 기대수명을 늘리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서 "예전과 달리 죽는 병이 아니니 환자와 그 가족들도 너무 겁내지 말라"고 조언했다.

이어 "유전형은 자녀 세대에게 병원이 개입해서 점진적 치료에 나서야 한다"면서 "이를 정부와 병원이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또 "환우회가 국제(ATTR-CM)연맹에 가입해 전 세계적인 치료제 개발 추이와 치료 정보를 전하고 있으니 환자들도 미래가 밝다는 생각으로 함께해 달라"면서 "나 역시 질환을 앓고 있지만 60대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환자들이 치료과정에서 임계점이 지나면 평범한 일상이 어려워진다"면서 "부디 빈다맥스의 조속한 급여 진입을 위해 정부와 회사가 합의점을 찾아 결론을 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동현 회장이 조속한 급여 진입을 촉구한 빈다맥스는 정상형 또는 유전형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성 심근병증(ATTR-CM)에 사용되는 국내 유일한 치료제로 지난 2020년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글로벌 시장 기준 빈다맥스의 연간 치료 비용은 22만 5000달러로 한화로 환산하면 약 2억 8000만원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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