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 위해 올린 크리스비타 청원, 급여 뒤 정작 내 딸은 못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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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위해 올린 크리스비타 청원, 급여 뒤 정작 내 딸은 못 써"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4.08.23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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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비타, '삶의 질 개선' 입증 약제 대상 '소아' 한정에 성인 배제
"딸 아이, 기존 치료제 부작용으로 부갑상선 절제 수술 받아"
"하루빨리 성인 XLH 환자에게도 급여 확대돼야"
박순배 ‘X염색체 우성 저인산혈증 환자’ 보호자.
박순배 ‘X염색체 우성 저인산혈증 환자’ 보호자.

"크리스비타 급여 청원을 올려 5만명 성원 뒤, 약제는 급여권에 들어왔지만 급여 대상이 소아에 한정돼 정작 내 딸은 쓰지 못하고 있다. 성인에게도 동등한 치료 기회를 달라."

XLH 저인산혈증 구루병 치료제 크리스비타의 급여 청원을 직접 올렸던 청원인의 딸이 수혜 대상에서 배제됐다는 사실을 밝혔다. 

삶의 질 개선을 입증한 약제의 급여가 소아로 한정돼 성인환자는 혜택 대상에서 배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희귀난치성질환 보장성 강화를 통해 약제 접근성이 점차 향상되고 있지만 그 대상을 '소아'로 한정하고 있어 환자간 치료제 접근성에서 형평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진숙 의원이 22일 개최한 '환자 중심의 희귀질환 치료제 사용을 위한 과제: 희귀의약품 보장성 개선 방안을 중심으로' 주제 정책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X염색체 우성 저인산혈증 환자’의 보호자 박순배씨는 "하루빨리 XLH 성인환자에게도 급여가 확대돼 동등한 치료기회가 주어지길 간곡히 요청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박 씨는 2022년 크리스비타의 건강보험 급여를 요청하는 국민동의청원을 올린 바 있다. 해당 청원은 5만명 이상의 청원을 얻으며 크리스비타 급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약제 급여 대상이 '소아'로 한정되면서 배씨의 자녀는 혜택을 받지 못했다. 

박 씨는 "청원 당시 20년 넘게 기다려왔던 치료제를 눈앞에 두고도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에 용기 내어 국민청원을 했고,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5만 명 달성의 기쁨을 경험해 보기도 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그렇지만 5만 명 청원만 되면 곧 치료제를 쓸 수 있겠다는 기대감은 커다란 실망감으로 다가왔다"면서 "보험급여 기준이 삶의 질 개선이 입증된 대체 치료제가 없는 희귀질환에 대해 경제성 평가를 면제하고 신속등재가 가능하도록 개선되었는데, 안타깝게도 이러한 기준이 소아에 한해서만 인정되고 성인은 제외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배 씨는 "저희 딸이 아프지만 않았더라면 접해보지 못했을 생소한 단어와 제도들이고 지금도 전 국민 중 단 몇 프로 정도만 상황이 이렇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어떤 고가의 신약이 급여가 되었다고 하면 해당 질환 환자라면 누구나 치료제를 급여로 처방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희 딸아이는 치료를 위하여 먹어왔던 기존 약의 부작용으로 이제는 더 이상 약을 쓰면 안 될 정도로 전신에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면서 "부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 몸속의 칼슘이 다 빠져나가 극심한 관절통증과 전신에 일어난 다발성 골절 등으로 재채기만 해도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새우처럼 등이 굽어 똑바로 눕지도 못하고 누울 때도 새우처럼 옆으로 누워서만 자는 상황까지 이르렀다"면서 "일상생활은 거의 불가능하고 화장실 출입도 자유롭지 못해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 지내고 있다"고 자녀의 생활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급기야 얼마 전에는 치료제의 부작용을 이겨낼 수 없어 부갑상선 절제 수술을 시행해야 했다"면서 "수술 직후 거의 정상으로 내려온 부갑상선 수치는 안타깝게도 기존 치료제를 다시 복용함으로써 불과 보름 만에 다시 수치가 상승해서 관절 통증 및 전신의 통증을 야기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 부갑상선 호르몬은 우리 몸에서 칼슘과 인의 대사를 조절하는 호르몬이기 때문에, 저희 XLH 환자들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호르몬"이라면서 "기존의 대증요법인 ‘인 보충치료’는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는 방식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고, 실제로 내 딸을 비롯해 XLH 환자들이 극심한 통증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배 씨는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인 크리스비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인환자들은 보험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이로 인한 심리적, 신체적 고통이 심한 상태"라면서 "하루빨리 성인 XLH 환자에게도 급여가 확대돼 환자와 환자를 돌보는 가족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역할을 감당해 나갈 수 있도록 동등한 치료기회가 주어지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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