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제소송 이긴 싸움도 있다...환수·환급법 절망적 상황 아냐"
상태바
"약제소송 이긴 싸움도 있다...환수·환급법 절망적 상황 아냐"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3.09.11 0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무법인 세종 헬스케어전문팀 김현욱 변호사
"소송, 중요한 정책 견제수단이자 동반성장 인자"

법무법원 세종의 김현욱(변시1) 변호사는 약제 소송에서 소리없는 강자로 알려져 있다. 최근 몇년 사이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 관련 소송은 김 변호사가 사실상 '전담마크'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만큼 소송 경험도 많고, 노하우도 쌓였다.

현재는 김성태 변호사(팀장)와 변영식 고문이 세종에 합류하면서 올해 초 새로 출범한 헬스케어전문팀의 주역 중 하나로 활동 중인데, 지난 4월에는 최종심인 대법원까지 올라간 보험약제 소송에서 드물게 제약사 승소판결을 이끌어냈다.

뉴스더보이스는 김 변호사를 만나 최근 승소한 소송사건과 도맡다시피하고 있는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 관련 사건, 향후 약제소송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이른바 집행정지 약품비 환수·환급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 변호사는 정부가 내놓은 보험약제 사후관리 정책은 제약사 입장에서는 "기울어도 너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진단했다. 

소송은 재정 건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걸어야 하는 정부와 어쩔 수 없이 살기위해 대항할 수 밖에 없는 제약사 간의 '작용과 반작용의 과정'이고, 이런 일련의 과정은 정부 정책에 대한 중요한 견제 수단이면서 동시에 제도를 개선시키거나 발전시키는 '동반성장 인자'라고도 했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 일문일답.

-최근 수임한 약제 급여 관련 소송에서 제약사가 최종 승소 판결을 받은 사례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제약계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일 수 있는데, 어떤 내용인가?

=식약처 허가사항 변경 내역을 토대로 보건복지부가 직권으로 상한금액을 조정한 사건이었다. 허가사항과 연계한 첫 가격 조정 사례로 볼 수 있는데, 최근 대법원에서 제약사 승소로 종결됐다.

현행 법령은 '약제의 주성분 등 「약사법」 제31조에 따라 품목허가를 받은 사항이 변경돼 보건복지부장관이 요양급여대상 여부 또는 상한금액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직권으로 급여여부 또는 상한금액 조정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허가사항 등의 변경과 복지부장관의 직권 조정 필요, 2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하는 데, 복지부는 허가사항 변경 자체만으로도 필요가 인정된다는 식으로 재량의 범위를 넓게 봤다. 하지만 법원은 상한금액을 조정할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돼야 하는데 이게 재평가 공고에도 없었고 피고 측이 달리 입증하지도 못했다고 보고 제약사 손을 들어줬다.

정리하면 복지부가 재량권을 행사하더라도 합리적으로 해야 하고, 또 그게 과잉금지 원칙이나 여러 법 원칙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이번 사건을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과 연계해서 볼 수 있을까? 다시 말해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 소송에서 제약사들의 승소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봐야 할까?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 제도 자체에 대해 공통적으로 다툴 쟁점이 있기는 하지만, 약제마다 개별적인 특이점이 있고 사건들마다 제각각 법리 적용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어서 건건이 다퉈야 한다. 급여적정성 재평가의 경우 약제별로도 상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일반화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 관련 소송 수임 건수도 많은 것으로 안다. 그만큼 소송 과정에서 느낀 게 많을텐데, 제약사 소송 대리인으로서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제가 자주 비유하는 말이 있다. 가령 어떤 기업에서 입사 요건으로 토익점수를 제시하지 않았다가, 직원들에게 갑자기 980점 이상 점수를 받아서 당장 1년 내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이걸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에 적용하면 급여제외는 '해고'(실리마린, 빌베리건조엑스)이고, '선별급여'(콜린알포세레이트)는 비정규직 전환(또는 해고 후 재계약)으로 볼 수 있다. 피고 주장은 우리 회사에서 계속 일하려면 980점 이상의 토익점수(SCI급 RCT 임상문헌)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약제의 경우 등재된 이후 등재유지 요건으로 이런 게 있어야 한다는 게 어느 법령에도 나와 있지 않다.

-잘 알겠지만 선별목록제도가 도입된 2007년을 기점으로 약제 급여평가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래서 이전에 등재된 약제에 대해서는 임상적 유용성 부분을 다시 들여다보고 급여를 지속할 지 여부를 판단해 보겠다는 게 약제 급여적정성 평가의 취지 아닌가? 그런 측면에서 보면 무리한 요구는 아니지 않을까?

=그동안에는 2007년 이전에 등재된 약제들이 대상이었는데, 정부는 앞으로는 그 이후 약제들에 대해서도 계속 재평가를 이어겠다고 했다. 만약 그게 당초 취지였다면 이건 자기모순이다. 결국 재평가를 통해서 퇴출시키거나 사용범위를 줄이고 또 약가를 인하해서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겠다는 게 정부 목표인 것 같다.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인 건강보험법은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 이 두 가지를 목적으로 정하고 있는데, 사회보장 증진(재정적 측면의 지속 가능성)에만 매몰돼 있는 느낌이다.

-임상적 근거가 없거나 부족한 약제를 퇴출 또는 사용 제한하는 조치는 재정적 측면 뿐 아니라 국민보건 향상에도 이바지 하는 거 아닐까?

=정부와 보험당국은 SCI나 SCIE급 논문, 이중맹검 임상시험(RCT) 자료 등을 요구한다. 정상적인 약이라면 당연히 연구도 많이 진행되고 이 정도 수준의 근거자료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오래전에 등재된 약제 중에서 이런 걸 충족할 수 있는 약제가 얼마나 되겠나. 더구나 RCT도 세월이 지나면서 고도화된 것이지 과거와 지금이 같을 수 없다.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걸 요구하면 안되는데 그걸 잣대로 약제의 생사여탈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임상의사들도 황당해 하는 부분이다.

더 중요한 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그런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풍선효과가 생기면 정부가 목표로 하는 재정절감 기대와도 역행할 수 있다.

가령 콜린알포세레이트 사례를 보자. 우선 정부는 청구액이 일정 수준 이상인 약제를 재평가 대상으로 선정하고 있다. 콜린의 경우 임상적 근거도 부족하면서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며 첫 표적으로 삼았다. 오랜기간, 그리고 많이 처방된다는 건 효과가 있다는 걸 간접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환자와 의사 간의 신뢰는 당연히 효과가 기반이 돼 쌓이는 것 아니겠나. 그런데 이걸 갑자기 임상적 유용성이 부족하니 급여 적용을 안해준다고 하면 충격이 클 수 밖에 없지 않겠나. 

더 큰 문제는 의사들이 효과가 없어서 과거에 버린 약제로 치료 대안이 이전(대체처방)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콜린이 이렇게 되니까 궁여지책으로 최근 식약처 임상재평가에서 유용성을 입증 못해서 퇴출된 아세틸 엘 카르니틴 제제 처방으로 대체될 움직임이 있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양상이다. 의사들은 치료옵션 중 가장 좋은 옵션을 선택해서 환자들에게 처방하기 마련인데, 제일 괜찮은 약제를 내보내고 더 못한 약제를 쓰라고 하는 게 과연 국민보건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인가.

더구나 아세틸 엘 카르니틴 제제의 1일 투약비용이 콜린 제제보다 더 비싼 점을 감안하면 풍선효과로 건강보험 재정에도 더 부담을 주는 역효과가 예상되는 평가였다. 

-풍선효과 가능성은 사실 재평가 제도 전반에 걸친 우려점이기는 하다. 그동안 소송을 수행하면서 많은 걸 느꼈을 텐데 이걸 보완하거나 개선할 대안은 뭐라고 보나?

=심사평가원이 의뢰해서 수행된 박실비아 박사의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 개선 관련 연구에서도 풍선효과 부분은 우려점으로 지적됐다. 지금은 재평가 과정에서 비용효과성 파트에서만 대체약제를 보는데,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약제그룹을 정해 놓고 현실적인 평가기준으로 재평가를 진행한다면 적어도 상대적으로 효과가 더 좋은 약제가 급여에서 제외되고 효과가 더 떨어지는 약제가 남아 있는 황당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풍선효과에 따른 재정부담 가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있다. 

과거 선별목록제 도입 이후 정부도 약제군별로 재평가를 수행하려고 하다가 여건이 안되니까 일괄인하로 정책을 선회한 적이 있다. 그 때 경험을 고려해서인지 이번에는 성분별로 콕 찍어서 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해외의 경우 약제군별로 나눠서 장기 프로젝트로 재평가를 진행하는 나라들이 있다. 합리적인 건 배워야 하지 않을까.

-소송 이야기로 가 보자. 급여적정성 재평가 관련 소송 중에서는 콜린 선별급여 관련 소송이 진행단계가 가장 빠르다. 어떻게 돼 가고 있나?

=1심에서 제약사가 패소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복지부 처분(선별급여)이 재량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특히 다른 대체약제가 있는 부분을 인정했는데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항소심에서는 반전 가능성이 있나?

=여러가지 논리를 개발해 준비 중이다. 그 중에서 1심 재판부가 인정한 대체약제들(아세틸 엘 카르니틴, 옥시라세탐)이 임상재평가를 통해 모두 퇴출된 상황은 확실히 항소심에서 바뀐 부분이다. 사실 퇴출된 성분들은 그동안 임상재평가 기간을 연장하면서 버틴 약제들이었는 데, 콜린이 급여적정성 재평가를 먼저 받으면서 매를 먼저 맞았고, 퇴출이 예상됐던 약제들이 버젓이 대체 가능한 약제에 이름을 올렸다. 대체약제 간 임상적 우열을 따지지 않고 먼저 선정된 약제만 칼질해서 나타난 상식적이지 않은 조처다. 더구나 식약처는 품목허가 갱신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콜린에 대해 효과를 인정했었는데도 처방량이 많다는 이유로 첫 표적이 됐다.  

-정부와 보험당국이 연구용역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일부 개선했다. 이 부분은 어떻게 보고 있나?

=흥미롭게 봤던 부분이다. 연구용역 제목이 '합리화 방안'이었다. 정부와 보험당국 스스로도 합리적이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었던 것 아니겠나. 

걱정되는 건 합리화 방안으로 제안된 게 많이 반영됐다고 보기도 어렵고, 의문이 해소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가령 임상적 유용성 평가는 일부 변경은 됐지만 근본적으로 바뀌지는 않았다. 높은 잣대의 문헌만으로 판단하겠다는 입장은 그대로다. 토익시험으로 비유하면 980점은 받아오라고 한다. 또 오히려 더 안 좋아진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어쨌든 가이드라인을 일부 손질했다고 하는데 수용성이 제고될 것 같지는 않다. 

또 차기년도 재평가 대상을 미리 알려주고 사전에 준비하도록 시간을 벌어준 측면도 있는데, 이렇게 한다고 해서 나아지거나 달라지는 게 있는 지 의문이다.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말이 끝이 없을 것 같다.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뿐만 아니라 정부가 하는 재평가 자체가 소송을 수반할 수 밖에 없다. 제약사들이 대응하지 않고 수용하는 건 손실을 그만큼 감내하는 것이다. 잘 알겠지만 제약사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6~8% 수준이다. 그런데 재평가로 어느 업체의 예상손실이 연 300억원 발생했다면, 이게 10년이면 3천억원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회사가 어려워지면 결국 선택하는 건 구조조정이다.

정부도 재정 건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걸어야 하지만, 기업도 어쩔 수 없이 살기위해 대항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런 제도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수용성을 담보하면서, 또 정교하게 설계돼야 하는데 현재 진행중인 일련의 재평가 사업들은 허점이 적지 않다. 결국 기업의 소송이 이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고 제도나 절차를 바꾸는 촉매제가 되기도 한다. 작용과 반작용에 의해, 제도 자체가 소송 과정에서 같이 성장하는 것이다.

-끝으로 오는 11월에 이른바 환수환급법이 시행된다. 법률전문가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는 계속 이어질 것이고 다른 형태의 재평가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만큼 제약사들의 고통도 뒤따를 것이다. 그런데 환수환급법 때문에 소송으로 다툴 수 없게 되는 것 아닌가라는 걱정들도 많은 것 같다. 어차피 본안에서 이기지 못하면 실익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 사례는 아니지만 허가 재평가 관련 사건과 같이 본안소송에서 충분히 잘 다투면 이길 수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소송하라고 하는 얘기는 아니다. 적어도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는 기회, 그런 길이 사실상 닫혀버렸다는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점은 말하고 싶다. 

환수환급법은 언젠가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이지만 위헌 결정이 나온다면 그 사이에 피해 받는 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은 제네릭과 신약이 거의 공동 운명체다. 굉장히 긴밀한 관계다. 대체약제 가격이 떨어지면 신약 등재가격도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일단 떨어지는 걸 감수하는 순간 영향은 클 수 밖에 없다. 나중에 보상하거나 회복시키기도 어렵다. 

과거에도 건강보험법 규정 중 위헌으로 정리된 사례가 있었다. 장래에 헌재 결정이 어떻게 날 지 예단할 수는 없지만 제약사들 입장에서는 말그대로 '사후약방문'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운동장이 기울어도 너무 기울어 있는 상황인 것 같다. 

재판을 통한 권리구제는 굉장히 중요한 기본권 영역이다. 앞서 대법원에서 승소한 허가사항 변경 급여 재평가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본안에서 이길 수 없다고 미리 예단하고 주저할 필요는 없다.

앞으로 해외약가 재평가 등 여러 가지 제도들이 계속 나올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재량권 행사가 객관성과 합리성이 결여된다면 법원에 의한 구제를 기대해 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