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병원 새판짜기 초긴장 "간판 교체 불과, 재정 투입 선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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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병원 새판짜기 초긴장 "간판 교체 불과, 재정 투입 선행돼야"
  • 이창진 기자
  • 승인 2024.07.12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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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필수의료 중심 지정대상 개선…윤석준 교수팀에 연구용역 발주
무모한 지정 수 확대 무한경쟁 초래 "관리료와 의료질지원금 개선해야"

보건당국의 전문병원 새판짜기를 바라보는 의료계 눈길이 곱지 않다. 과감한 재정 투입 없는 모형 개선과 지정 수 확대는 전문병원 간 경쟁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계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전문병원협회(회장 윤성환)와 간담회를 갖고 전문병원 제도개선 방안 의견을 나눈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전문병원은 관절과 뇌혈관, 대장항문, 수지접합, 심장, 알코올, 유방, 척수, 화상, 주산기, 한방중풍, 한방척추 등 12개 분야 질환 그리고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신경과, 안과, 외과, 이비인후과, 한방부인과 등 7개 분야 진료과를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다.

복지부는 의정 갈등 사태로 야기된 필수의료 공백 해소 차원에서 지정대상을 새로운 카테고리로 선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미 고려대 보건대학원 윤석준 교수팀에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황이다.

질환과 진료과목 중심에서 내과계와 외과계 등 필수의료 영역으로 지정 대상 범위를 전환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로 드러난 대학병원 수련인력 의존도와 필수의료 공백을 전문병원 구조개편을 통해 완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문병원 수시 지정도 표면화되고 있다.

복지부는 '제5기 2차년도 전문병원 지정계획'을 통해 19개 분야 질환 및 진료과목을 대상으로 7월 15일까지 신청서 제출을 공지한 상태이다.

■필수의료 영역으로 지정대상 전환 검토…5기 2차년도 신청병원 7월 15일 마감

전문병원 지정을 원하는 병원은 23년도 기준 시설과 인력 현황, 전문병원 운영계획서, 의료기관 인증서 사본, 개설허가증 사본, 전문의 현황 등을 심사평가원 홈페이지 e-평가시스템에 제출해야 한다.

복지부는 신청 병원을 대상으로 평가를 거쳐 올해 12월말 2차년도 전문병원을 추가 지정할 예정이다.

전문병원 새판짜기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이를 바라보는 전문병원은 기대보다 우려가 높다.

지정대상 변화와 수시모집에 따른 전문병원 확대 취지에는 일정 부분 공감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전문병원 경쟁력과 경영이다.

지정대상을 필수의료 영역으로 바꾼다고 본연의 역할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질환과 진료과 전문병원 간판만 교체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학병원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전문병원 의무만 강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수시 지정도 마찬가지이다.

3년 주기에서 매년 전문병원을 지정하면 전국 전문병원 수는 확대된다. 복지부는 소외된 지역의 전문병원 지정을 강조하지만 환자 수에 입각한 병원 경영 논리에 비춰보면 대도시 지역별 경쟁 병원이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복지부 지정 수 확대 전문병원 역할 기대…전문병원들 "보상책 없이 의무만 강요" 

관건은 복지부가 예산 투입을 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전문병원 관리료와 전문병원 의료질평가지원금은 수년째 사실상 동결 상태이다. 전문병원의 새로운 역할과 미션을 원한다면 의료인료 및 행정직 채용과 유지, 재투자를 위한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전문병원 병원장은 "필수의료 강화 차원에서 지정 대상 개선과 매년 수시 모집으로 전문병원 수만 늘리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관리료 수가와 의료질평가지원금은 정해진 파이에서 나눠주기 식으로 하고 있다. 재정 투입 없는 제도개선은 전문병원 내부 갈등과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병원계는 제도개선과 지정 수 확대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관리료와 의료질평가지원금, 인증 수가 신설 등 보상방안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병원계는 제도개선과 지정 수 확대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관리료와 의료질평가지원금, 인증 수가 신설 등 보상방안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장 전문병원과 소아청소년과 전문병원이 늘어나지 않은 이유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병원 지정 기준과 수가를 토대로 내과와 심장혈관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그리고 의료인력과 행정직을 채용하면서 외래와 입원, 수술만으로 병원을 유지하는 것은 한계에 봉착했다는 반증이다.

수 백 개 아동병원이 있지만 소아청소년과 전문병원이 우리아이들병원과 성북우리아이들병원 2곳에 불과한 것이 단적인 예이다.

전문병원협회 임원은 "전문병원 개편을 위한 복지부 의지가 강하다. 의정 갈등 사태로 상급종합병원 의존도를 낮추는 데 전문병원이 일부분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복지부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전문병원 현장 목소리를 전달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전문병원 내부에서 기대보다 우려가 큰 것이 현실이다. 의료인력과 의료질평가 등 규제에 부합하는 보상방안이 미흡하다. 복지부가 진정으로 우수 중소병원 확대와 지역의료 완결형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원한다면 전문병원 의료질평가지원금 확충과 인증 수가 신설 등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7월 현재 복지부 지정 전문병원은 질환과 진료과목 총 109개소가 지정 운영 중이다. 

관절(25개소)과 척추(15개소), 안과(11개소), 산부인과(10개소), 한방척추(10개소) 등에 지정 병원이 집중된 반면, 심장(1개소), 유방(1개소), 주산기(1개소), 신경과(1개소), 한방중풍(1개소), 소아청소년과(2개소), 이비인후과(2개소) 등의 지정 병원은 미비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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