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만성기학회 토크쇼…조강희 병원장 "합격 간호사들 여전히 미채용"
한국과 일본, 중국 모두 의료인력 구인난과 고령화 진료체계 개편 그리고 정부의 지원 부족 등 병원 경영위기에 봉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본의 경우 의사와 간호사 등 전문직종 소개 회사가 늘어나면서 의료진 고용에 따른 수수료를 병원이 파견회사에 일정기간 지불하는 사례가 일상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시아만성기의료학회 주최로 지난 20일 부산 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열린 '한일중 병원들은 이렇게 산다' 토크쇼를 통해 3개국 병원 경영자들의 고뇌를 엿볼 수 있었다.
이날 토크쇼는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진행으로 조강희 충남대병원장(재활의학회 차기 회장), 하시모토 야스코 센리리하병원 이사장(일본만성기의료협회 회장), 펑 분 김위 의료그룹 이사장(중국)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한국과 일본, 중국 병원계 모두 고령화라는 공통의 당면과제를 안고 있다.
조강희 병원장은 "한국 병원들이 결정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인건비는 증가하고 의료제도는 급격한 변화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전공의 파업으로 진료량은 30~50% 감소하고 있고, 대학병원들은 전문의 채용을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펑 분 이사장은 "중국 상황도 비슷하다. 재정과 내부관리 문제이다. 통일된 제도가 없다. 도시와 농촌은 다른 의료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환자들은 높은 수준 의료를 요구하고 있다. 국립병원(공공병원) 정부 지원은 전체 수입의 10%도 안 된다. 의료진이 행정직을 맡은 사례가 많다. 인력 낭비이다"라고 말했다.
하시모토 야시코 이사장은 "국립병원 재정난은 정부가 보전하고 있으나 개인 법인에 대한 정부 지원이 없다. 지금까지 의료법인 상황이 나쁘지 않았으나 고령화로 개호보험 지원이 감소하고 있다. 일본 역시 건축비와 식비, 인건비 급등 그리고 의사와 간병인 부족이 코로나 이후 두드러지고 있다. 의사의 도시 집중화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일중 병원계 한목소리 "인력과 재정, 정부 지원 모두 열악-도시 집중화 증가"
병원 경영 전제조건인 의료인력 확보는 3개국 경영진 모두 최대 현안.
하시모토 야시코 이사장은 "의사 고용은 어렵고, 간호사와 간병인, 재활치료사는 구하기 어렵다. 최근 간병인은 모집해도 안 온다. 약사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들어 의료진 등 전문직 소개 회사가 커졌다. 의사와 간호사 대부분 소개 회사에 등록한다. 소개를 받아 고용하면 급여의 3개월분을 소개해 준 회사에 지불해야 한다. 일본에서 이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다른 직종도 포함된다. 소개 회사에 연락해 고용하고 있다"며 확연히 달라진 의료인력 채용 변화를 토로했다.
사회주의 체계인 중국은 어떨까. 펑 분 이사장은 "의료 인력난은 심각 수준이다. 대도시에 있는 3차 병원은 처우가 인력난이 별로 없으나 지방은 그렇지 않다. 의대생들조차 처우와 환경이 안 좋은 지방 병원은 가고 싶지 않아 한다. 대도시 병원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다만, 의사 인건비는 낮은 수준이다. 다른 직업군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국 상황은 주지하다시피 총체적 난국이다.
조강희 병원장은 "의사 인건비는 지속 증가하고 있고 구하기 어렵다. 일부과 의료진은 패키지(단체)로 움직이면서 네고(연봉 협상)를 하면서 언제든 옮겨갈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간호사 200~300명을 예비 합격시켰으나 아직 100명 이상 발령을 못 냈다. 올해 졸업생도 합격시켰는데 25년도에 채용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일본과 비교해 수가는 10배 낮고, 의료분쟁 기소율은 100배 높다"고 꼬집었다.
■조강희 병원장, 한국 총체적 난국 "재활의료기관 200개 이상 확대, 수가개선 시급"
고령화를 이미 경험한 일본 경영진은 정부 지원을 유인할 수 있는 지속적인 노력을 당부했다.
하시모터 이사장은 "만성기 환자가 증가하면서 대응할 과제가 많다. 환자를 맡기만 하는 병원은 도퇴할 것이다. 정부 지원과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의료를 만성기의료에서 해야 한다. 급성기의료 외 부분은 만성기의료에서 결과를 내고 환자와 국민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과학적 근거를 포함해 지속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펑 분 이사장은 "중국은 최근 의료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암과 심혈관, 뇌혈관 전문병원 개설과 의원과 병원을 연계한 컨소시엄 구성과 의료질 제고, 재택의료, 돌봄케어, 방문진료 등을 이제 막 진행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경험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재활의학 권위자인 조강희 병원장은 "현재 재활의료기관이 53개 지정됐다. 200개 이상 늘려야 한다. 문제는 치료 시설과 인력 공급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의사 인건비는 증가하고, 의대 졸업생 절반 이상이 여성인 점도 변수이다. 정부가 방문재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병원장 입장에서 치료사 2명이 방문재활을 하는 것보다 병원에서 재활 치료하는 것이 수익성이 좋다. 상대적으로 방문재활 수가가 낮다는 의미다. 환자별 맞춤형 방문재활 프로그램과 의료진 방문수가 지원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