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와 비슷한 고통, 교체 투여로 환자에 치료 기회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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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와 비슷한 고통, 교체 투여로 환자에 치료 기회 줘야“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4.10.07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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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체 기회 없는 중등도 아토피 치료제, 경제성 우선적 고려에 환자만 ‘고통’
“환자 마다 다른 치료제 효과, 적정 치료제 찾을 수 있는 환경 돼야“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가이드라인 변경하며 치료제 선택권 넓혀
"학회, 정부와 치료제 교체 투여 현실화 위한 논의 진행 중"

아토피피부염은 완화와 재발을 반복하는 만성 질환으로, 극심한 가려움증과 피부 병변의 통증을 동반해 환자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에는 생물학적제제에 이어 JAK 억제제가 도입되고 보험 급여 적용도 가능해지면서 중증-중등도 환자의 증상 및 삶의 질 개선 등에서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환자들은 약제간 교체투여 불인정으로 한정적인 치료 환경에 처해있다.

관련 학회인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는 지난해 11월 국내 ‘아토피피부염 치료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며 의료현장에서 약물간 교체 투여에 힘을 실었지만 급여 현실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 국내 보험 급여 기준 상황은 생물학적제제와 JAK 억제제 간 교체투여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

환자들은 본인에게 치료 효과가 없는 치료제를 변경하기 위해 기존 약물을 중단하고 4주 이상의 국소치료제, 이후 3개월 이상의 전신 면역억제제 투여를 거친 후 반응(EASI 50% 이상 감소)을 확인하는 과정을 다시 거쳐야만 한다. 고통 속에서 다시 한번 원점에서의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환자단체는 물론 관련 학회까지 나서 중증 아토피치료제 교체 투여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뉴스더보이스는 환자단체 박조은 중증아토피연합회 회장의 인터뷰에 이어 10월에는 안지영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교수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국내에서 중증 아토피치로제로 처음 등장했던 사노피 듀피젠트(성분 두필루맙)를 가장 먼저 도입해 환자 치료의 최전방에 섰던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아토피부염 치료 환경을 살펴보고 개선 방안을 들어봤다.

안지영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교수
안지영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교수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어떤 불편함을 겪고 있으며, 이것들이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암 환자와 유사한 수준의 고통을 경험한다고 말한다. 중증 아토피피부염을 오랫동안 앓게 되면 진물 등의 원인으로 특정한 냄새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소아·청소년은 외모에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에, 아토피피부염 증상으로 자신감이 굉장히 떨어지게 된다. 또한, 증상이 심해 학교를 나가지 못하면 학업에 지장을 초래하고, 기본적인 교육조차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사춘기 시기와 겹치면서 자신감 상실과 자살 충동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통계도 다수 존재한다. 꼭 중증이 아니더라도 경증, 중등증 환자들도 주요 증상인 가려움증으로 수면 부족을 겪고, 이로 인해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많다.

-듀피젠트를 먼저 사용하다 JAK 억제제로 스위치 하는 환자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경험한 바가 있다면?

듀피젠트를 사용 중인 환자들은 대부분 산정특례를 받고 있어 기존 치료를 중단하고 비급여로 JAK 억제제를 사용하려는 경우가 많지 않다. 현재 산정특례 급여 기준에서 교체투여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변경하려면 기존 치료제를 중단한 후 일정 기간 기본 약물로 치료한 뒤 다시 산정특례를 신청해야 한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환자들의 편의상 필요할 경우 약제를 추가하는 추가 요법(Add on Therapy)을 시행기도 한다. 비급여 약제는 환자에게 경제적 부담이 크고, 앞서 언급한 산정특례 등의 이유로 인해 치료제를 변경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환자를 위해 약제 선택을 어떻게 하는지도 궁금하다.

가이드라인에서 투여 금지 대상에 대한 별도의 언급이 없으면, 환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환자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해 원하는 방향으로 치료를 진행하는 편이다. 만약 환자가 치료 방법과 결과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면 의료진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기 때문에 환자에게 충분한 정보 제공이 중요하다.

과거에는 치료 의사결정을 의료진이 주도했지만, 지금은 환자들이 스스로 많이 공부하고 정보를 취득한 후 병원을 찾고 있어 충분한 소통 후 치료 방향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환자뿐만 아니라 케어하는 보호자의 의견도 굉장히 중요하다.

-진료 현장에서 교체투여를 진행하고 효과가 개선된 환자 사례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교체투여를 진행하는 환자는 대부분 비급여 사례다. 기존 치료제에서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이 교체투여에 대해 문의하거나, 의료진이 먼저 권하기도 한다. 대부분 생물학적제제에서 JAK 억제제로 변경하는데, 교체투여 후 증상이 좋아진 환자들이 매우 많고, 대부분 만족해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치료 효과가 유지되고 있고 산정특례로 경제적으로도 혜택을 볼 수 있는데, 보험급여 적용을 포기하고 약제를 변경하는 환자들은 많지 않다. 산정특례 기준을 재충족을 위해 증상을 악화시켜 기준을 맞춘 후 새로운 치료제로 사용해야 하는데, 이 치료제가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약제 간 교체투여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 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에서 중증 아토피치료제 교체투여를 허용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특별한 상황으로까지 여겨진다. 허가받은 약제가 있고 급여까지 적용되는데 교체투여가 안 된다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단지 고가의 약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제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산정특례를 적용하는 것은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인데 경제성부터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에서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교체투여는 정부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환자들의 입장을 전달하고 있으며,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와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 등 유관 학회가 모여 회의도 진행하고 있다.

-생물학적제제 치료 후 이상 반응을 호소한 환자들의 사례가 궁금하다.

일부는 초기 단계에서 홍반이나 결막염과 같은 부작용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러한 부작용을 겪은 후 치료제 변경을 원하기도 하며, 아토피피부염은 건선과 다르게 90~100% 피부가 좋아지지는 않다 보니 피부가 더 깨끗해지고 가려움증이 덜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환자도 있다. 의료진은 교체투여를 원하는 환자에게 치료제를 변경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효과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충분한 상담 과정을 거치게 된다.

-최근 바이오마커 기준으로 아토피피부염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는 국내 연구 논문이 발표됐다.

조금씩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조금 먼 얘기라고 생각한다. 연구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상당한 비용도 들 것으로 예상되고 아토피 자체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한 환자를 연구했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지금은 환자군을 구성해 가는 정도로 바이오마커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안지영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교수
안지영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교수

-최근 선제적으로 아토피피부염이 발현되지 않도록 하는 치료법에 대한 논의가 있다고 들었다.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재발이 잦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는 예방 성격의 프로액티브 치료(proactive therapy)를 고려할 수 있다. 가이드라인에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아토피피부염은 만성질환으로 치료가 꾸준히 진행돼야 하므로 환자들에게 재발 없이 좋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의 목표라고 얘기한다.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진단 기준이 정량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한다. 반면 의료진이 봤을 때 급여 조건이 아니라고 판단해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보는가?

예전부터 보험 기준을 EASI(Eczema Area and Severity Index, 습진중증도평가지수) 점수로만 적용하는 것에 반대해 왔다. 환자의 주관적인 가려움증이나 삶의 질을 평가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냈었지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경제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하다 보니 정부 입장에서도 EASI 점수와 같은 객관적인 지표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에서는 가려움증의 중증도, 삶의 질을 평가해 치료 단계를 조절하는 진단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만약 극심한 가려움증을 호소하는데 피부는 중등증에 해당할 경우 중증 환자로 판단하고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런 진단 가이드라인도 함께 고려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최근 환자단체인 중증아토피연합회가 정책 제안을 하는 등 환자 단체로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어떻게 보고 있는가.

어떠한 정책을 요구할 때 정부는 환자의 목소리를 더 많이 수용한다고 생각한다. 의료진은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다면 환자들은 실제로 아토피피부염을 겪으면서 느끼는 불편함과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솔직한 목소리를 낸다. 그러다 보니 훨씬 더 호소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의료진과 환자가 함께 할 때 좋은 정책이 나오는 것 같다.

-정부의 아토피피부염 치료 예산 책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한 급여 관련해서도 의견 부탁드린다.

과거 중증 아토피피부염에 효과 있는 약제가 없었기 때문에 환자들은 치료제에 대해 기대하지 않고 병원에 반복해서 가는 것도 꺼렸다. 그러나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 신약들이 등장하면서 치료를 받지 않고 있던 환자들이 병원에 오고 있다.

얼마 전 영유아 대상 보험급여 적용에 있어서는 아무래도 최근 출산율도 저조해 소아 관련 정책은 정부에서 호의적으로 대응하는 것 같다. 교체투여 관련해서도 정부와 계속해서 논의를 이어 나가고 있는 만큼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 중일 것이다.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이 개선해야 할 생활 습관은 어떠한 것들이 있는가.

치료제가 다양하지 않았을 때는 생활 습관 개선에 중점을 뒀다면 최근에는 잘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소아는 아토피피부염으로 식이 제한을 두면 영양 상태가 안 좋아 성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치료와 동시에 균형 잡힌 영양 섭취가 중요하다. 아토피피부염 환자에게 인스턴트 음식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일반적으로 인스턴트 음식이 건강에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본인 상태가 나빠진다고 느끼면 피하는 게 좋다고 얘기하는 편이다.

또한, 운동을 많이 하고 싶어 하는 환자가 있는데, 땀이 많이 나면 상태가 나빠진다. 치료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과도한 운동이 악화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운동을 권장한다.

-JAK 억제제와 생물학적제제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대표적으로 예를 들어 설명하실 수 있는 약제로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 

시빈코, 린버크 등 JAK 억제제 모두 좋은 치료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JAK 억제제 특성상 용량을 증량하면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그만큼 부작용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모든 상황을 종합해 환자의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며 최적의 치료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상 현장에서 경험한 시빈코의 장점은 단순포진(헤르페스감염증)이나 여드름 발생 확률이 낮다는 점이었다. 아토피피부염 환자에게 단순포진은 흔하게 발생하며, 이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시빈코는 이러한 측면에서 환자들에게 치료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가려움증을 빠르게 해소할 수 있는 점이 JAK 억제제 계열의 공통적인 장점이며, 시빈코는 빠른 효과와 낮은 부작용 위험이 특징이다.

시빈코는 전신 부작용이 적고 가려움증에 굉장히 빠르게 효과를 나타낸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교체투여를 고려하기 전에도 많은 환자들이 사용하고 있다. 생물학적제제를 오래 사용한 환자에서 미충족수요가 있을 수 있는데 시빈코가 이러한 부분을 해소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국내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예전에는 병원에 잘 나오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요즘에는 환자분들이 병원에 잘 오고 치료도 잘 받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오지 않는 환자들이 있기도 하다. 아토피피부염은 치료를 중단하면 잠깐 사이에도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최근에는 효과가 좋은 치료 옵션이 많이 생겼으니, 환자들은 아토피피부염이 만성질환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꾸준히 치료하면서 잘 관리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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