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연합회, 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 후보 환자정책 4가지 주문
제20대 대통령선거 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 후보이 내세운 공약 중 환자 관련 정책 공약은 낙제점 수준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환자단체연합회는 3일 이들 대통령 후보들에게 제안한 '대선후보에게 바라는 4대 환자정책'이 공약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실망스러움을 표출, 최종 공약에 담아줄 것으로 주문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연)는 지난 1월 7일 제20대 대통령선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생명과 직결된 신약 건강보험 신속등재 제도 도입 △환자투병통합지원 플랫폼 설립 및 운영 △현행 간호간병통합서비스제도 중증질환·환자중심으로 혁신 △환자의 투병·사회복귀·권익 증진 위한 환자기본법 제정을 내용으로 하는 '대선후보에게 바라는 4대 환자정책'을 제안했고, 공약으로 채택할 것을 요청했었다.
하지만 환연은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심상정 대선후보에게 제안한 4가지 환자정책은 대부분 공약으로 채택되지 않았다는 점과 다른 질환에 비해 건강보험의 혜택이 더욱 절실한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의 신속한 신약·신의료기기·신의료기술 접근권 보장 공약이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점, 대선후보들이 약속한 환자정책 공약 상당수는 환자가 주체가 아닌 객체나 대상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고 질타했다.
환연은 환자·환자가족 유권자들에게 대선후보들이 약속한 환자정책 공약이 무엇인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환연 4대 환자정책을 포함해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 후보의 정책공약집과 언론·방송 보도 내용 중에서 환자정책 공약에 해당하는 내용을 모두 정리하고 환연의 입장을 덧붙였다.
정리한 내용을 보면 대선후보들은 공약을 '대상별'로 어린이-우리아이, 청소년, 청년, 어르신, 여성, 신혼·맞벌이·중년-엄마·아빠, 어르신, 여성, 장애인, 일하는 모든 사람-노동자, 저소득층, 소상인공·자영업자, 중소기업인, 벤처·창업가, 농어업인, 문화예술인, 체육인, 과학기술인, 다양한 가족-다문화가족, 보훈가족 등으로 구분해 발표했으나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환자와 암·희귀질환·심장질환·뇌혈관질환 등 중증질환 환자를 포함하는 '환자' 공약은 별도로 구분해 발표하지 않았다.
이에 환연은 "생명과 건강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전체 국민 중에서 환자와 환자가족이 차지하는 비율을 고려하면 '환자' 공약도 다른 대상들처럼 별도로 구분해 발표할 필요가 있다"며 "공약을 '환자' 영역으로 구분해 발표한 대선후보가 있었다면 환자와 환자가족 유권자들로부터 더욱 큰 관심과 지지를 받았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아직 대선을 일주일 남겨놓고 있기 때문에 대선후보들의 최종 공약집에는 '환자' 영역으로 별도 구분된 환자정책 공약이 실리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또 환연이 제안한 '생명과 직결된 신약 건강보험 신속등재 제도'에 대한 평가이다. 대체제가 없는 생명과 직결된 신약은 식약처 허가를 받으면 OECD 조정최저가(임시약값)로 건강보험 재정을 사용해 우선 환자를 치료하고, 그 후 정상적인 건강보험 급여절차와 협상절차를 모두 마치고 최종약값이 결정되면 임시약값과 최종약값의 차액의 정산하는 예외적인 제도를 도입해 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희귀질환 치료제·고가항암제 등 신약의 환자 접근권 강화는 공약에 포함했지만 그 실현방법으로 '고위험·초고가약 처방사전승인제' 도입을 발표해 사실상 신속한 사용에 포커스를 둔 환연의 '생명과 직결된 신약 건강보험 신속등재 제도' 도입 요청을 수용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고위험·초고가약'으로 분류되는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 치료제 ‘솔리리스’와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 등에 '처방사전승인제'가 도입되어 이미 적용되고 있기 때문.
윤석열 후보는 고가의 항암제, 중증·희귀질환 신약 신속등재제도 도입을 공약에 포함했지만 환연이 제안한 내용이 아닌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에서 제안한 심평원에서 선평가 후에 조건을 충족한 경우 위험분담제를 활용해 심평원 후평가와 건보공단 약가협상을 병행해 등재 일수를 대폭 감소시켜 달라는 내용(일명, '선등재후평가')이다고 분석했다.
환연은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의 요구는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의 요구처럼 현재 평균 1~2년 걸리는 건강보험 등재기간을 기존의 위험분담제를 활용하면서 심평원에서의 급여평가 절차와 건보공단에서의 약가협상 절차를 병행해 몇 개월 앞당겨 달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대체제가 없는 생명과 직결된 신약에 대해서는 제약사가 식약처 허가를 받아 시판할 때 해당 적응증의 모든 환자들이 비급여 약값을 지불하거나 민간보험 혜택으로 사용하는 환자들처럼 건강보험 재정을 사용해 우선 생명을 살리거나 연장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후보는 환자 관점의 '생명과 직결된 신약 건강보험 신속등재 제도'와 제약 관점의 '선등재후평가제도' 중에서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의 신속한 신약 접근권을 충실히 보장하는 제도가 어느 것인지 현명하게 판단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심상정 후보는 의학적 목적의 진료라면 현행 예비급여·비급여까지 포함해 모든 국민에게 어떤 치료든 1년에 총 1백만 원까지만 부담하는 '건강보험 하나로 백만원 상한제(일명, 심상성케어)'를 공약에 포함했고, 실현방법에 있어서 현행 위험분담제를 보완해 시행하고, 보완된 위험분담제로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의 신속한 신약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을 때 환연에서 제안한 '생명과 직결된 신약 건강보험 신속등재 제도' 도입에 찬성한다고 발표했다.
안철수 후보는 정신건강 관련 건강보험 의료비 환자 본인부담율을 90%로 높이고 '전국민 건강검진' 항목에 '정신건강' 검진을 추가하는 '정신건강 국가책임제' 시행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상을 경증질환·중증질환으로 구분해 다르게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을 제외하면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의 신속한 신약 접근권을 보장하는 공약은 없다. 현행 위험분담제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이해된다고 환연은 부연했다.
'경증질환·간호중심 간호간병통합서비스제도 중증질환·환자중심으로 혁신'에 대한 평가에서는 대선후보 4명 모두 간병 공약 내용은 만족스럽지만, 안철수 후보만 요양병원 간병서비스 건강보험 급여화 내용이 빠져있다고 환연은 지목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행 의료기관 확대 및 10만 병상 확보, 간호·간병 인력 배치기준 적정화, 간병비 급여화 확대 추진, 요양병원 확대 시행을 위한 요양병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적용 모델 정립 등을 통해 간병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윤석열 후보는 일반 병원 입원 환자 간병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로 건강보험 지원을 확대하고, 중증질환의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을 확대하고, 건보공단 간병서비스 품질인증제를 신설하고, 요양병원 간병비의 건강보험 급여화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환자 특성별 맞춤형 간병을 지원하는 내용을 공약에 포함했다.
심상정 후보는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의 의사·간호사 등 의료인력을 확충하고, 상급종합병원·300병상급 이상 종합병원·전문병원·재활병원·요양병원의 모든 병동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제공하는 내용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안철수 후보는 2026년까지 300병상 이상 급성기 병원 전체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운용,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에 따른 법정인력 기준 이상 인력 확보, 서울 소재 공공병원부터 어르신 개인 간병비 제로를 위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시행 등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로 간병비 부담을 경감하는 내용을 공약에 포함했다.
또 환연은 '환자 투병·사회복귀 및 권익 증진에 관한 법률(일명, 환자기본법)' 제정과 '환자투병통합 지원 플랫폼' 설립·운영에 대한 평가와 관련, "이재명·윤석열·안철수 후보의 공약집에 관련 내용이 빠져있고, 언론방송 보도에서도 언급된 적이 없어서 당황스럽다"고 꼬집었다. 다만 심상정 후보만 환연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공약에 포함시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환연은 "어린이, 청소년, 청년, 어르신, 여성, 장애인, 소비자 등의 영역에서와 같이 환자 영역에서도 투병과 사회복귀와 권익 증진 활동을 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환자기본법' 제정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대선후보들과 각 정당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면서 "이재명 후보의 공약집에는 '(가칭)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보장기본법' 제정이 포함되어 있는 것처럼 '환자기본법' 제정도 공약집에 포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개별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관련, 이재명 후보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탈모 치료제, 중증 탈모 치료 위한 모발이식, 어른신 치과 임플란트, 아동청소년 중증아토피 치료제 등의 건강보험 급여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윤석열 후보는 '심쿵약속'으로 임신성 당뇨나 2형당뇨병 환자 연속혈당측정기 건강보험 급여 확대, 인공 와우 수술 지원 등을 약속했다. 심상정 후보는 심장병 환자 TAVI(Trans-catheter Aortic Heart Valve,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 건강보험 등재를 약속했다. 안철수 후보는 개별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대해서는 특별히 공약을 하지 않았다.
한편 환자단체연합은 "'Listen to Patient'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10년 2월 4일 창립됐고, 아파도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질병, 이념, 국경을 넘어 환자들의 투병환경 개선 및 복지·권리 증진을 위해 활동하는 환자단체들의 연대체"라면서 "현재 9개 환자단체, 8만1천여 명의 환자·환자가족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3월 4일(금)과 5일(토) 양일간 진행되는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와 3월 9일(수) 진행되는 '본투표'에서 대선후보들의 환자정책 공약들을 환자와 환자가족 유권자들이 꼼꼼히 살펴보고 현명하게 대통령을 뽑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암시민연대, 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한국HIV/AIDS감염인연대 KNP+이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