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데시비르, 특허로부터 해방시킬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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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데시비르, 특허로부터 해방시킬 때가 됐다"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0.04.29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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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단체 "기술독점 없는 협업, 새로운 혁신 낳을 것"

약사단체가 길리어드의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를 포함해 현재 개발 중이거나 임상중인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특허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기술을 독점하지 않고 여러 개발자들이 협업하면 새로운 혁신을 낳을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프레시안에 기고한 '그 약이 알고 싶다: 렘데시비르-코로나 19 극복은 치료제 개발로만 해결되지 않는다'는 글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 단체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렘데시비르는 에볼라 출혈열을 치료하기 위해 길리어드와 미국질병통제센터(CDC), 미육군전염병연구소(USAMRID)가 협력해 개발한 약제다.

공공재원과 공공 연구인력이 투자된 산물인 것이다.에볼라 출혈열 임상시험도 공공이 투자를 담당했다. 이 뿐 아니라 개발 초기부터 광범위한 항바이러스제가 될 것으로 예상돼 코로나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2017년과 2020년 동물을 대상으로 한 비임상시험도 진행됐다. 역시 모두 공공의 지원을 받은 시험이었다.

이 단체는 "코로나 사태 초기 시행됐던 임상시험들도 대다수 공공재원을 통한 임상시험들이다. 이렇게 막대한 공적 투자를 통해 개발된 의약품이 하나의 제약회사에 의해 독점되는 것을 우리는 그저 받아들여야 할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의약품은 단순한 이윤 창출의 도구가 아니다. 의약품접근권은 누구나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전 세계적으로 감염 공포에 휩싸여 있는 위기상황에서 의약품접근권은 더더욱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단체는 몇몇 국가들은 이런 문제를 예상해 접근권에 방해가 되는 특허 장벽의 완화 조치를 시작했다고 했다. 가령 칠레와 에콰도르는 국회에서 코로나19 관련 강제실시(특허권자의 동의없이 강제로 특허를 사용)를 요청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프랑스, 캐나다, 독일은 감염병 대응을 위해 강제실시를 사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이 단체는 "감염병으로 사회가 봉쇄되는 상황에, 심지어 공공의 도움을 받아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길리어드사는 안타깝게도 특허를 통해 이윤을 극대화를 하려고 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 FDA에 희귀의약품 지정을 신청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한 바 있고, 공급 부족 문제로 '동정적 접근 프로그램'을 중단했다가 독점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에 직면하자 연말까지 생산량을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했다"고 했다.

이 단체는 "하지만 아무리 하나의 회사가 생산량을 최대한 늘리더라도 전세계 모든 국가들이 감염병 위기 대응을 위해 비축하려는 의약품 수요를 감당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길리어드사의 특허 독점은 심지어 치료제 개발 완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렘데시비르는 현재 정맥으로 주사해야만 하며, 주로 10일 요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치료를 위해 최소 십 일간 입원 또는 열 번의 병원 방문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맥 주사제로 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까지 의약품 개발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단체는 "길리어드는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형 개발을 완성하지 못했다. 만약 특허 장벽이 없었다면, 여러 회사가 이 유력한 코로나19 치료제의 제형 개발에 발 벗고 나서지 않았을까? 하지만 특허가 독점돼 있으면, 이는 일어나기 힘든 시나리오"라고 했다.

이 단체는 "감염병 시대에 치료제 개발은 한 회사의 우월한 기술이나 인력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공공영역의 도움은 물론이고, 다른 민간회사들도 협력해야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 우리는 특허 독점이 가지는 해악을 잘 이해해야 한다. 지난 6일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특허에 관한 새로운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치료제나 백신뿐만 아니라 진단시약, 마스크 등 여러 보건의료제품들이 가진 특허를 하나의 플랫폼 안에 두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단체는 "기술을 독점하지 않고 여러 개발자들이 협업하는 방식은 새로운 혁신을 낳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대미문의 판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전대미문의 새로운 실험, 이제는 특허에 갇혀있는 치료제를 해방시킬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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