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허가없이 긴급도입 대마 약, 2년간 급여등재 '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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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허가없이 긴급도입 대마 약, 2년간 급여등재 '씨름'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1.03.2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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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영향 크고 해외 등재국가 적어 신중 검토
남용방지·안전관리 위해 수입·공급 통제
남인순 의원, 국감서 신속등재 촉구하기도
보험약가, 미·영 조정평균보다 17% 비싸

의료용 대마 제제인 중증 뇌전증 치료제 에디피올렉스 내복액(칸나비디올)이 수년 간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다음달부터 건강보험을 적용받게 됐다. 

국내 정식 허가를 받지 않고 긴급도입의약품으로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제한적으로 들여오고 있는데, 비싼 약값 때문에 건가보험 적용 결정을 내리는데도 만 2년이 소요됐다. 

이 과정에서 환자와 가족들의 원성은 적지 않았다. 이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신속 등재를 촉구하기도 했었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대마 추출물인 CBD오일 제제 에피디올렉스는 영국 GW파마슈티컬스가 원개발사다. 

2018년 12월 개정된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다음해인 2019년 3월부터 국내 사용이 가능해졌다. 개정법률은 식약처가 사용을 허용하도록 했지만, 남용방지 및 안전관리를 위해 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만 수입해 필요한 환자에게 공급하도록 철저히 제한을 뒀다. 

식약처는 개정법률 시행에 맞춰 에피디올렉스를 긴급도입의약품으로 인정(2019.3)했다. 긴급도입의약품은 국민 보건상 긴급 도입 및 안정적 공급 지원이 필요하다고 식약처장이 인정한 의약품을 말한다. 제약사 허가 신청 없이 식약처장이 직권으로 의약품 사용을 허가하고, 희귀·필수의약품센터가 유통·공급한다. 인정품목은 지난해 11월말 기준 163개다.

긴급도입의약품은 보험제도 적용도 다른 약제와 다르다. 희귀필수의약품센터가 등재 신청하면, 수입원가를 참고해 약가를 산정한다. 최근 협상제도가 바뀌면서 지급은 안정적 공급의무 계약 등을 위해 건보공단 협상으로 넘겨지지만 과거에는 협상절차 없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등재됐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급여 등재돼 있는 긴급도입의약품은 총 21개다.

에피디올렉스는 이런 제도와 절차대로 희귀필수의약품센터가 긴급도입의약품 인정 한달 뒤인 2019년 4월 급여등재 신청했다. 이어 같은 해 6월 전문가자문회의에서 급여기준을 논의했고, 같은해 8월 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심의했다.

하지만 급여등재는 쉽게 결정되지 않았고, 이 때부터 기나긴 여정이 시작됐다. 약평위는 고가약제로 기존 긴급도입의약품과 달리 재정영향이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 복지부는 이번에 등재 결정하면서 에피디올렉스의 연간 재정 소요액이 약 110억원이라고 건정심에 보고했다.

이미 등재돼 있는 다른 긴급도입의약품 21개 품목의 2019년 기준 청구액은 57억원, 품목당 연 재정소요액이 2억7천만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에피디올렉스의 예상되는 재정부담(40배)이 너무 컸던 것이다. 

외국 사용경험이 제한적(A7 중 미·영 2개국 등재)이기도 했다. 약평위는 같은 해 말 유럽허가(9월)와 영국 평가결과(12월)를 고려해 재심의가 필요하다고 결론냈었다.

에피디올렉스는 같은 해 12월 건정심 소위원회에서 현황 및 쟁점이 보고됐다. 소위는 재정소요가 큰데도 긴급도입 형태로 급여화하는 방안의 적절성, 가격수준의 적정성, 안정적 공급방안 등을 확보하도록 주문했다.

이어 심사평가원 전문가자문회의는 2020년 4월 급여기준을 재논의했고, 같은 해 8월부터 12월까지 약제 가격조정 및 공급관련 관계기관 협의회, 희귀센터와 제약사 간 협의 등이 이어졌다. 약평위에서도 같은 해 8월과 12월 두 차례 심의됐고, 12월에 상한금액이 결정됐다. 이어 올해 1~3월 건보공단과 공급관리사항 등에 대한 협상이 진행됐고, 최근 최종 타결됐다. 급여등재를 위한 길고도 긴 여정이 2년만에 마무리된 것이다.

한편 에피디올렉스는 일반등재 절차를 밟은 신약과 달리 해외 등개국가 조정평균가보다 국내 보험약가가 17% 이상 더 비싸다. 이는 긴급도입의약품에 수입원가 등이 고려되기 때문인데, 에피디올렉스가 제약사에 의해 정식 허가를 받아 급여 등재되기 전에는 이 상한금액이 계속 유지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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