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사는 것의 문제, 정부 규제 더 확대해야"
미디어 "등재 과정 공개 필요…희귀질환 인식개선 돼야"
정부는 지속적인 신약과 희귀의약품 지원 확대 계획을, 환자는 여전히 먼 치료제 접근성을 높여달라는 논의가 재점화된 자리였다.
23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희귀질환 극복의 꿈, 실현을 위한 정책과 제도의 현실' 정책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환자와 정부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 했다.
관련 단체인 KRPIA와 미디어에서는 질환에 대한 인식개선과 보다 폭넓은 정책지원을 주문했고, 주관부서인 질병관리청은 '제2차 희귀질환 종합관리계획'에 대한 청사진을 공개했다.
이날 주제발표에 이어 토론자로 나선 김민영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상무는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희귀질환에 대한 보장성은 여전히 미흡하다"면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4년간은 급여등재율은 31%로 과거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 안에서 보호받아야할 희귀질환 환자를 보장의 사각지대로 점점 더 내몰아서는 안될 것"이라면서 "생명을 위협할 정도가 아니고 환자의 삶의 질이 극도로 저하되는 희귀질환인 경우는
경제성평가 면제 대상이 되지 못해 건강보험에 급여등재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희귀질환치료제 보험등재 과정에서 해당 질환이 희귀질환 산정특례 대상 여부가 중요한데, 환자수가 극소수인 희귀질환의 경우 희귀질환 산정특례 지정을 받지 못해 치료제가 경제성평가 면제제도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경제성평가 면제제도 등을 개선 확대하면 현재 고통받고 있는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건강보험 보장을 확대하고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민영 상무는 " 2020년 기준으로 건강보험 전체 약품비 19.9조원 중에서, 위험분담제 대상 의약품 비용은 4%인 8,164 억원이 지출됐고 경제성평가 면제 대상 의약품은 불과 전체의 0.5%인 1,044억원이 지출됐다"면서 "경제성평가면제제품에 적용되는 환급액을 감안하면 실제 지출된 재정 규모는 더 낮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성평가 면제를 통해 등재된 약제로 인해 재정이 얼마나 더 지출될지 불확실성이 크다는 우려가 있지만 희귀질환 치료제를 위한 경제성평가 면제제도의 확대 적용은 대상 환자수가 소수이고, 급여등재이후 사용량 상한선을 초과하면 환급을 하고 있는 만큼 오히려 다른 등재트랙을 통해 등재되는 의약품보다 재정관리 측면에서 불확실성 우려가 작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의지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 안전성에 큰 영향없이 희귀질환 환자에 대한 보장성 강화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희귀의약품이 건강보험 등재를 위해 심의되는 경우, 관련 위원회 희귀질환 전문가들이 더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상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김동현 아밀로이드증 환우회 회장은 환자의 입장에서 치료제 접근성 향상이 얼마나 절실한 지를 몸소 경험을 통해 증언했다.
그는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에 증상을 겪었고, 진단을 받는 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면서 "진단을 받기까지 과정도 힘들었지만, 진단 이후 약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분노가 치밀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200여명이 있는 아밀로이드증은 전체 환자의 80%가 심장관련 이상을 겪고 있고 20%는 신경계 관련인데 현재 치료제로 허가와 급여가 되는 것은 빈다겔"이라면서 "빈다맥스는 허가가 됐지만 급여가 되지 않아 80%의 환자가 치료제 투여를 못 받고 있는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빈다맥스의 허가는 환자들에게 한 줄기 빛과 같았지만 아직까지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그 사이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은 유명을 달리하고 있다"면서 "그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환우회 회장으로 또 한 환자로 조급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고 표현했다.
이어 "빈다맥스는 지난해 초 필수 약제 지정을 통한 급여 적용에 실패한 뒤 위험분담제를 통해 다시 급여를 시도했지만 아직까지 진척이 없다"면서 "코로나19와 수십억에 달하는 초고가약제에 가려 아밀로이드치료제는 제대로 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진료상 필수 약제 제도, 경제성 평가 면제 제도, 위험분담제 등 다양한 제도를 운영해 도입을 지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희귀질환 치료제들은 ‘재정 부담’이라는 산을 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면서 "대체약제가 없고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에 한해서는 선등재 후평가 제도나 별도의 기금을 조성하는 등 정책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윤호 데일리팜 기자는 희귀질환 용어를 희소질환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신약 등재 과정에서 대중적 관심에 따라 급여 진척이 달라지는 현상을 짚었다.
그는 "최근 CAR-T치료제는 초고가약이라는 점과 원샷치료제라는 이슈로 관심을 끌었고 논의들이 집중을 받다 보니 예상 외로 (급여과정이)빨리 진행되고 있다"면서 "희귀질환 중 생명과 직결되지 않은 질환은 인기가 없고, 환자수도 적어 목소리도 작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런 약제들은 경제성평가 면제제도, 위험분담제 등에 들어가기도 어렵다"면서 "이들을 울타리 안에 넣어주는 것이 인기가 없다보니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신약의 등재 과정이 불투명하다. 제약사가 희귀약 등재 신청을 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모른다"면서 "희귀질환약제에 대한 등재과정 이후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공개를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정이 공개가 되면 환자들은 어떤 이유로 지연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환자들이 대응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회사 역시 등재 과정에서 최선을 다 했는지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지원 질병관리청 희귀질환관리과 과장은 제1차 희귀질환 종합관리계획 시행에 따른 효과와 제2차 희귀질환 종합관리 계획에 대한 청사진을 공개했다.
이 과장은 "1차 종합계획을 통해 희귀질환 지정 절차를 운영하고 지원제도와 연계하는 국민참여 희귀질환 지정참여제를 운영했다"면서 "이에 따라 산정특례와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을 지속, 확대해서 환자와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해 드리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희귀질환 전문 의료진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진료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해서 전국권역거점센터를 확장 운영했고, 진단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진단 기회를 놓칠 수 있었던 환자들이 유전자진단을 받아 조기에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산정특례 등록 자료를 근거로 국가단위 희귀질환 공식 통계사업을 추진해서 희귀질환자통계연보를 발간했다"면서 "미충족 의료수요를 위해 분야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원 과장은 "향후 계획은 희귀질환 다양성과 진료난이도에 따른 인프라 문제 해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희귀질환 전문체계를 운영함으로써 의료접근성 제고하고 의료기관의 전문성을 개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밀로이드증에 대한 국가 운영 전문기관 필요성을 언급해 주셨는데 전문기관이 그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앞으로도 전문가 의견을 들어 그런 역할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은 제2차 종합계획에 조기진단과 예방을 강화하는 안을 포함시켰다.
이지원 과장은 "희귀질환의 80%가 유전질환이라는 특성을 반영해 가족 내 고위험군을 선제적으로 선별하고 예방적으로 조기대응하는 진단, 지원을 강화하고자 한다"면서 "희귀질환 등록 통계 조사를 강화해서 정책 수립이 근거를 중심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와 가족의 삶의질 향상을 위한 방안도 마련됐다. 이 과장은 "진단 치료 외에도 심리상담을 통해 지원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전문가 양성체계, 대국민 질환 지단체계 강화, 치료제 접근성 강화 방안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김애련 심평원 약제관리실 실장은 신약 등재 과정에서 인기영합에 따른 신속추진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먼저 "희귀질환치료제가 등재되면 약가협상 생략도 받고 위험분담제, 경제성평가 면제 등 우대를 적용받는다"면서 "사후관리영역에서도 사전약가인하, 실거래가 인하 등에서 제외로 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희귀의약품 등재율이 낮다는 지적이 있는데 심평원은 신청주의로 하다 보니 신청을 위지로 집계한다"면서 "신약 등재 기준은 2020년에는 100% 진행됐다"고 밝혔다.
아밀로이드증 치료제 급여와 관련해서는 다발성골수종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보르테조밉(상품명 벨케이드)가 추가 급여 단계에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현재 허과초가임에도 급여를 결정해서 공고 의견조회가 나가 있다"면서 "치료제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을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빈다맥스에 대해서는 "상황을 말씀드리고 이해를 구할 부분이 있다"면서 "허가 임상에서는 위약군 대비 유의하게 나왔고, 지난해 유럽 가이드라인에도 임상적 유용성에 이견이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만 "건보재정 안에서 하다 보니 효율적인 건강보험 운영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인당 소요비용과 인당 소요비용이 고가이다 보니 약의 투여와 중지 여부, 유럽과 다른 우리나라 유전자형, 고령층 환자 증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기 영합에 따른 급여 등재 여부에 대해서는 "그런 것은 잘 모른다"며 "근거에 기반해서 유용성과 비용효과성, 건보재정 영향에 따라 급여를 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말씀을 드린다"고 선을 그었다.
오창현 복지부 보험약제과 과장은 보완책을 다양하게 활용해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 과장은 "보험약제의 급여 정책 목표는 한정된 재원을 바탕으로 급여를 실시하고 그로 인해 국민 건강을 증진하는 것에 있다"면서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암이나 희귀질환에 관해 보장성 강화는 주요 정책 과제로 우선순위로 시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암이나 희귀질환, 중증질환 신약은 등재 문턱을 낮추는 다양한 제도를 적용해서 운영 중"이라면서 "위험분담제도, 경제성평가 면제제도 등을 통해 접근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 주요 약물로 부각된 빈다맥스에 대해서는 "2020년부터 두 번의 등재신청이 있었고, 타 희귀질환에 비해 대상 환자수가 많은 조금 많은 질환으로 검토가 됐고 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해서 두 번의 신청이 좌절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최근 세번째 등재를 신청했다. 제약사에서도 적절한 위험분담안을 제시해 주면 위원회에서 합리적으로 평가를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오창현 과장은 건강보험법 개정에 따라 신약은 등재 과정에서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반드시 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첨단제약기술이 발전하면서 혁신적이면서 초고가 치료제의 보험 여부가 거세지고 있다"면서 "건강보험 결정 원칙에 임상적 유용성과 건보재정 상황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새롭게 명시가 되면서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이 매우 중요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곧 복지부에서 제2차 희귀질환 종합관리계획을 발표하는데 약제와 관련해서는 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해 약제급여등재의 운영 효과를 분석하고 해외 등재 사례 분석해서 점진적으로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