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25번인 ‘바이오·디지털 헬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을 진행하려면 국민 개개인에게 맞는 맞춤형 의료기기 등이 계속 개발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고, 이런 의료기기들이 있다면 기존 수가에 바로 적용돼 병·의원에서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미 개발돼 기존 수가를 바로 적용받을 수 있는데도 선입견 때문에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스카이랩스가 6년 동안 개발한 개인 맞춤형 연속혈압계 ‘카트 BP(카트 비피)’가 그런 사례다.
지난 10월 카트BP는 기존 기술인 ‘24시간 혈압 측정검사(1인당)(나727/ E6547)’로 심사평가원에 등재 신청이 이뤄졌다.
이에 대해 심사평가원 측은 최근 관련 위원회에서 이 안건을 논의했는데, 대상과 목적은 유사하지만 방법은 반지 형태의 기기를 이용해 광용적맥파 원리로 측정한다는 이유로 이를 신의료기술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스카이랩스 측은 "기존 혈압계와 같이 커프를 사용해 초기에 혈압을 측정·보정하고, 손가락에 착용한 반지에 탑재된 센서를 통해 혈압을 모니터링하므로 카트BP는 기존 기술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에 커프를 이용해 혈압을 측정하고 24시간 동안 혈압을 모니터링한다는 점에서 방법적으로도 유사한 기술이라는 주장인데 보험당국에 의해서 수용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관련 학계는 기존 기술로 봐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기존 커프형 혈압계가 가진 어려움을 해결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의료현장에서 신속히 사용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손일석교수는 "고혈압 환자에서 활동혈압측정이 매우 중요하지만 기존 커프형 혈압계는 일부 피부에 문제가 생기거나, 특히 수면 중 불편한 단점이 있다. 카트BP는 반지형으로 착용이 편리하고 수면에 방해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하루 이상 활동혈압을 측정할 수도 있어서 매우 기대가 되는 장비"라고 평가했다.
더욱이 카트 BP는 기존 24시간 활동혈압계(ABPM)와 비교임상 연구에서 성능의 유사성을 입증해 최근 미국심장학회, 아시아-태평양 고혈압학회 등에서 발표됐고,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스카이랩스는 이런 근거 내용을 바탕으로 심사평가원에 신의료기술(요양급여대상·비급여대상 여부 확인 결과통보(신청명: 24시간 혈압 측정 검사[1일당])) 판정에 대한 이의제기를 이달 안으로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카트BP와 같이 안전성과 효율성을 입증하는 근거가 명확하다면, 기존 기술에 비춰 의료현장에서 더 빠르게 사용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지체할 이유가 없다.
손 교수는 “카트 BP 같은 기기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까지도 바로 진출할 우수한 K의료기기다. 활동혈압검사 기기 인정이 늦어질수록 필요한 환자에게 적용이 지연될 뿐 아니라 K-헬스 의료기기 발전은 그만큼 뒤쳐질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K-헬스 의료기기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부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확인하고, 성공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게 국정과제를 실현하는 일이고, K-헬스 의료기기가 세계 속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걸 보험당국이 세심히 살피길 기대한다.